『생활성서』 1994.12.작품

생활문화마당 - 비디오

선물의 의미를 생각게 하는 작품 둘
‘그렘린’과 ‘가위손’


‘크리스마스’ 라는 말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선물’ 일 것이다. ‘선물’ 이란 생각만해도 진실되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이는 아무래도 준비하는 이가 그 선물을 줄 상대를 떠올리면서 무엇이 그를 가장 기쁘게 해줄 것인가를 정성을 다해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선물은 곧 사랑과 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 소개하는 두 편의 크리스마스 영화는 바로 ‘선물’ 에 관한 영화다.

먼저 소개할 영화는 아주 소란스럽고 심술궂지만 결코 웃음과 해피엔딩의 절묘한 미학을 놓치지 않는 조 단테 감독의 ‘그렘린’ 이라는 영화다. 스필버그 사단의 귀염둥이라고 알려진 조 단테는 열렬한 디즈니 만화의 신봉자이며, 서른이 넘어서도 안델센 동화집을 애독하고 있는 영화광이다. 그런 그가 ‘동화’ 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특별한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영화는 조 단테 감독의 기교가 더욱 돋보일 것이다. 그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예상치 못했던 손님들을 초대한다.

빌리의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때 아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선물을 찾는다. 고민하던 끝에 결국은 차이나타운에 가서 한 노인으로부터 이상하게 생긴 애완동물 기즈모를 산다. 노인은 이 기즈모를 팔면서 세 가지 경고를 한다. 밤 12시가 넘으면 절대 먹이지 말 것, 물을 묻히지 말 것, 그리고 빛에 노출시키지 말 것. 귀엽고 별난 기즈모를 선물받은 빌리는 애인 케이트에게 자랑한다. 눈이 펑펑 내리는 그 날. 세상은 온통 행복한 사람들로 가득 찬 것만 같다. 빌리와 케이트도 그런 기분에 젖어드는 듯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고오다가 죽은 아버지를 기억하게 된 케이트는 왠지 올해에는 마냥 슬프기만 하다.

바로 그때 기즈모의 어두운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착하고 예쁜 기즈모 속에서 튀어나온 고약하고 흉측하게 생긴 그렘린이 호시탐탐 자기 동료들을 불러낼 궁리를 한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풀장으로 뛰어들자 수천 마리의 그렘린으로 늘어나게 된 이 악동들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온 세상을 기괴한 축제 속으로 끌어넣는다.

조 단테 감독은 이를 통해 마치 짖궂은 장난이라도 즐기는 듯하지만 실은 ‘사랑없는 선물’을 빈정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물은 재난이 되고 축복의 웃음소리가 들려야 할 밤에 온통 비명소리만 가득 찬다. 이 모든 상황을 회복시키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이는 바로 원래의 의미대로 다시 사랑하며 함께 손을 잡는 것뿐이다.

조 단테가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 없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렘린’은 조 단테의 분풀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서로 자연스럽게 화해시켜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그렘린’이 오싹하리만큼 무섭고 유쾌한 크리스마스를 보여준다면,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은 한없이 따뜻하고 촉촉한 동화 속의 크리스마스에로 이끈다.

원래 월트 디즈니사에서 만화작가로 일했던 팀 버튼은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 퇴사했다. 그후 무려 12년 동안이나 준비했던 팀 버튼 감독의 이 영화는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헐리우드 일류 스탭진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마치 그림책의 책장을 넘기면 쏟아져나오는 상자 속의 영롱한 보석알처럼 반짝거리는 장면들로 그 꿈을 실현시킨 것이다.

시대와 장소를 알 수 없는 어느 마을 뒤편에는 커다란 성이 한 채 있다. 그 성에는 한 과학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마침내 그의 최대의 발명품인 인조인간 에드워드를완성시킨다. 그러나 운명은 그의 노력의 결과보다 먼저 도착하게 된다. 그가 에드워드의 손을 완성시키기 직전에 그만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임시로 끼워든 가위손을 갖고 에드워드는 이 음침하고 어두운 성에서 혼자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세일즈 아줌마가 이 성을 찾아온다. 그녀는 우연히 혼자 있는 에드워드를 발견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가위손을 한 에드워드가 마을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달려온다. 그들 앞에서 에드워드는 놀랄만한 솜씨로 부인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나무를 손질해서 멋진 관상수를 만들기도 한다. 에드워드는 이 마을의 스타가 된 것이다.

그러나 킴이라는 소녀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한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에드워드는 어찌할 줄을 모른다. 하지만 킴의 남자 친구들은 에드워드를 증오하고, 사람들도 에드워드에 대한 호기심을 점점 잃게 되면서 그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위손은 결코 사랑하는 사람을 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에드워드는 크리스마스 날 사랑하는 킴을 위해 선물을 남기고 떠나간다. 그건 얼음을 깎아서 눈을 만든 것이다. 그후 매년 그맘때만 되면 마을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세상의 차가움에 대한 에드워드의 슬픔이며, 그 눈이 물체에 닿아 녹아내리듯 에드워드의 슬픔도 눈물이 되어 눈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소녀 킴은 할머니가 되도록 매년 크리스마스만 되면 저편에 있는 성을 바라볼 뿐이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영화를 보게 만드는 팀 버튼의 ‘가위손’은 가장 따뜻한 선물에 관한 크리스마스 영화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