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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16:03. @yvette_yy_choi on Instagram / 동일 프로필 1개 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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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둔촌. 나의 조상들은 황해도 사리원에 살다 6.25때 남하하셨다. 어릴 적 본적도 없던 갈 수도 없던 황해도를 네 고향이라 가르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줄곧 서울에서 자랐기에 나는 서울사람이라 항변하였다. 서울살이 40년 동안 처음 5년은 지금의 역삼 렉슬로 된 아파트에 살았지만, 나에게 그곳의 기억은 앨범에 남은 사진 뿐이라 난 그곳은 내 고향일 수 없었다. 그리고 옮겨온 둔촌. 6살 무렵부터 26살까지 꼬박 20년을 살았다. 어릴 때는 주변은 논밭, 우리아파트만 번지르르한 신도시였다. 주말 교회를 갈 땐 논두렁을 지났다. 무엇보다 둔촌은 서울의 여타 아파트와는 달리 단지 내 동산, 숲길, 산책길 등이 난무했고, 1km가 넘는 은행나무길이 있었고, 연예인들 초대하는 동네축제가 있었고, 초등학교 유치원 친구들이 다 함께 대학생이 되었다. 어느동 누구누구 어느집 누구누구 사연들이 동네를 떠돌았다. 서울이지만 풍기는 분위기나 문화는 지방의 조그만 읍내 같은 그런 동네였다. 한때는 낡고 누런물 나오는 그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세월이 갈 수록 나는 그곳을 추억하고 마음 깊이 세기게 되었다. 그래서 난 어디서나 내 고향은 둔촌이라 하였다. 그렇던 나의 둔촌이 오늘이 재건축을 위한 이주 마지막날. 내일부터는 둘러볼 수도 없다. 아직도 서울에서 참새들이 날고 지져귀는 이곳에서 인생 세번째 상실을 맞는다. 분명히 서울서 나고 40년을 살고 있건만, 나에게 남겨진 고향은 없다.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고향이 되어버리고 있다. 그 옛날 소란히 뛰고 놀던 이곳에 오늘 마지막 발자국을 남겨보며 이 찬란한 숲과 자연에 안녕을 보낸다. 잘 가라. 둔촌. #둔촌동 #둔촌아파트 #안녕둔촌 #내고향둔촌 #둔촌재건축 #사라지는고향 #상실

최윤영(Yunyoung, Choi)(@yvette_yy_choi)님의 공유 게시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