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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촌주공아파트의 소중한 기억을 나누어주신 576분께 감사드립니다. @dorati


2017-11-01 16:01. @andreaa_haru on Instagram / 동일 프로필 1개 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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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지어진 #둔촌주공아파트 가 재개발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속에만 남는 아파트가 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곳은 내가 과외를 할 적에 일주일에 세 번은 찾아가던 곳이었다. 처음 학생을 만나러 둔촌주공에 간 날, 나는 서울에 이런데가 있구나 생각했다. 여느 신축 아파트보다 멋져보였다. 나무가 정말정말 많았고 고양이도 정말정말 많았던 기억이 있다. 경비아저씨는 늘 "선생님 오시네요^^" 하며 반갑게 맞아주셨고 학부모님들 또한 내가 혼자살아서 선생님도 선생님이지만 딸 같으시다며 과외 끝나고 가는길에 양손가득 반찬을 들려주셨다. 정겨웠던 분들 덕분에 그 아파트가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1년여를 들락거리던 그 아파트가 사라진다니 나 조차도 마음이 먹먹한데 그 곳을 터전 삼아 평생을 살아오신분들은 오죽할까 싶다. 그 생각을 하던 중 지금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아파트에 살 날도 3개월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참, 정 하나 안붙이고 살았던 집이었다. 급하게 이사해야했기때문에 "절대 여기서 2년은 넘기지말자" 며 살았던 곳이다. 내 나이보다 딱 한살 더 먹은, 여기도 꽤나 오래된 옛날식 주공아파트이다. 우리집 내부는 깨끗이 리모델링 되어있어 새집 같지만, 현관문 넘어 낡은 냄새가 나는 풍경이 나로 하여금 굉장히 숨이 막히게 했다. 이사갈 곳을 알아보고, 동네를 구경한다는 핑계로 이 동네를 벗어나기만 하면 숨이 탁 트였다. 그런데 그 둔촌주공소식을 들으니 이 아파트도 얼마 안남았겠구나 싶었다. 길어야 20년? 이한이가 자기가 자란 곳이 궁금해서 성인이 되어 찾아왔을때, 이곳이 온전히 남아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생각을 해보니, 이 아파트에서 이한이는 첫 뒤집기를 했고, 배밀이를 했고, 짚고 서고 걸음마까지 했다. 놀이터가 얼마나 재밌는 곳인지 이 아파트의 낡은 놀이터에서 처음 알았고, 단풍이 흐드러진 아파트길에서 걸음마를 했다. 갑자기 남은 3개월이 너무너무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이한이와 산책을 할 때마다, 이 낡고 정겨운 아파트를, 소중히 대해주지 못했던 이 곳을 하나하나 조심조심 남겨보려한다. 훗날, 정말 이 아파트 또한 둔촌주공처럼 기억속의 아파트가 된다면, 이 곳을 삶의 터전 삼아 평생을 지내오신 분들에게 내 사진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주공아파트#기록#사진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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