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영화 : 에피소드 4 <키노99>



김홍준 : 99호에서 키노가 일단 폐간인지 정간인지 휴간인지 모르겠지만 1호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키노가 99호에서 막을 내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왜 99호여야 되는지에 대한 혹시 의미가 있으면, 99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를 포함해서 말씀해주시죠.

이연호 : 저는 일단 회사에서 어떻게 발표를 하든 폐간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어차피 발행인이 제작비를 대줘야 책을 내기는 하지만 99호로 마감을 하게 됐을 때의 상황이 거기서 한 달을 더 만들어서 100호를 채우는 것은 어렵지는 않은 문제였어요. 창간 때부터 쭉 지켜왔던 사람이 한 권만 하면 100호인데 이걸 못만들면 되겠느냐 하는 설득 같은 것은 제가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할 수도 있었는데 저는 99호라는 의미가 내가 어떤 키노가 처음 창간됐을 때의 어떤 세웠던 원칙들이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그것이 잘되어가고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면 100호로 어떤 한시대를 이렇게 완결해주는 느낌이 훨씬 좋았을텐데 저희는 지금 키노가 만들어지고 키노가 말해왔던 그런 방식들이 현실에서는 더 나빠지고 있다고 확신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키노가 못다이룬 꿈을, 일종의 미완의 프로젝트로 99호에서 마감을 하고 그 이후를 이제는 어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서로 나누어 가졌던 키노의 커뮤니티일 수도 있고 독자 또 영화인 여러분들하고 그것을 이제는 현실에서 만들어나가는게 숙제로 남겨진다는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키노 99호를 접으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착잡하고 슬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이제 어떤 문제제기의 씨앗이 되어서 앞으로 100호, 101호, 아니면 또 다른 키노가 그 역할을 정말 이제 행복한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꿈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또 절망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도 그걸 다 못 했고 이제는 밖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싶어요. 그래서 마지막 호도 그런 식의 내용이 될 꺼예요.

김홍준 : 키노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다면 100호였을텐데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패배나 비극적인 결말은 또 아니라는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이연호 :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키노가 영화잡지이긴 했는데 저희는 잡지라는 쪽보다는 영화 쪽에 방점을 찍으면서 만들어왔기 때문에 잡지는 접을 수 있지만 어떤 영화에 대한 사랑은 또 계속 실천이 되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의미죠.

- 작품중 이연호 편집장 인터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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