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2.0』 2007.05.16.(335호)본인인터뷰

토크 2.1 정성일

이제 디지털 영토로
전진합니다

정성일
프로필
1959 년 생 |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 시나리오 <애란> 집필, <천년학> 기획 | 전 월간 ‘로드쇼’, 월간 ‘KINO’편집장 | 전 서울단편영화제 집행위원, 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현 시네마 디지털 서울 공동집행위원 | 저서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 1, 2> 외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또 하나의 영화제를 꾸린다. ‘시네마 디지털 서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영화제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디지털영화들이 대화하는 행복한 ‘배틀’을 보고 싶단다.


주성철 기자(이하 ‘주’) 시네마 디지털 서울(이하 ‘CinDi’), 어떻게 시작된 영화제인가?

정성일(이하 ‘정’) 영화아카데미 박기용 원장과 디지털만을 위한 영화제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얘기를 나눴다. 몇 년 전 나 자신이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들도 더해졌고. 확실한 경쟁 영화제로 만들고 한국보다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자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8, 9월 정도 CJ문화재단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들었다. 같은 해 초겨울에 기획서를 냈고 재단으로부터 올해 1월 말 개최하자는 확답을 받았다.

요즘 영화제들마다 개최시기를 잡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올해 CinDi의 7월 개최는 어떻게 잡았나?

방학이니까.(웃음) 일단 부산, 전주와 겹치는 건 좋지 않고 그러면 부천 얘기가 나올 텐데 사실 부천과는 영화제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쟝센단편영화제와도 피하는 게 서로 돕는 거고, 연말에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있다. 작은 영화제들끼린 서로 부딪히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영화들끼리는 배틀을 해도 영화제끼리는 좀 피해야 하지 않겠나.(웃음) 또 신디에는 경쟁 부문 외에도 추천 부문이 있는데 아무래도 추천작들은 칸, 베를린, 베니스에서 많이 올 거다. 그래서 그것도 피해가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결국 고민 끝에 베니스는 포기하자고 했다. 부산과 전주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영화들, 성격상 가져오지 않기로 한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을 거다. 사실은 7월이 블록버스터의 시즌이라 운영하기 나쁜 시기다. 올해 CinDi는 다른 영화제가 아니라 <트랜스포머>와 경쟁해야 한다.(웃음)

세미나, 부대행사들은 어떤 게 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마스터클래스다. 지금껏 기존 영화제들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해보면 그 감독의 ‘라이프클래스’인 게 많았다.(웃음) 삶의 지혜나 어렸을 적 얘기 뭐 그런 것들로 채워지는 일이 다반사였고, 그게 무슨 마스터클래스냐는 생각이 들었다. 초청작으로 온 영화들 중 5편을 선택해서 그 영화에 대해 감독 아니면 촬영감독 등이, 그 영화를 디지털로 어떻게 작업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그에 따른 시행착오나 더 연구해야 할 점 등을 강의하게 될 거다. 어쨌건 그들의 라이프스토리가 궁금한 게 아니니까. 그 외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게스트도 세계 디지털영화의 동향, 미래에 대한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제가 끝나면 그 내용을 재단 측에서 책자로 만들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포할 것이다. 그게 바로 문화재단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가령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진행했던 메가토크를 책자로 만든 일은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에 관한 많은 이론과 경험들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기록으로 축적하고, 또 거기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아무래도 상영작들이 영화제 이후 개봉관을 찾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당연히 경쟁 부문에 오는 영화들 중에 상을 받는 영화도, 아닌 영화도 있다. 상을 못 받았다 해도 수상의 기회를 놓쳤다 뿐이지 그 영화가 상 받은 영화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영화제기간 중에 아트플러스 계열의 배급사들을 다 초청해서 만남의 자리를 주선하고 싶다. 아직 이름은 정하지 않았는데 ‘아트플러스의 밤’이라 하면 좀 이상하고(웃음) 하여간 그런 자리를 의도적으로 마련해서 감독에게는 상영의 기회를, 아트플러스에게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려 한다. 그 외 부대행사를 막 벌려서 다른 영화제들처럼 록페스티벌, 테크노파티 등을 하거나 하진 않을 거다. ‘라운드 토크’라는 이름의 대화시간도 마련되고, 기본적으로 경쟁작 감독 20명은 다 초청하고 싶은 생각인데 그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중요하다. 가령 영화제 위원 중 한 명이 김영하 작가인데 그에게 대화를 진행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례적인 진행 말고 액티브하고 창의적인 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하고 싶다.

정성일

장편영화만 다루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

일단 단편영화는 너무 많다. 그리고 여러 영화제를 통해 충분히 소개되고 있다. 이런저런 영화제 심사를 가보고, 영화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예전 16mm로 찍던 시기에는 다들 단편을 찍었는데 DV가 보급된 뒤로는 상영시간이 계속 늘어나더라. 이제 학생들이 장편 찍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에는 젊은 재능을 발견하는 데 있어 단편이 여러 이유로 인해 절대적 조건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딱히 그러지 않아도 된다. 난 오히려 단편 만드는 친구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평생 단편영화만 찍을 겁니까? 그것이 영화감독으로서 당신 일생의 비전입니까? 라고. 그럴 때마다 ‘네 저는 영화의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다들 영화의 소설가가 되고 싶은데 일단 습작으로 단편을 찍고 있는 거다. 물론 단편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장편이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만나자는 거다.

경쟁 부문 작품들의 경우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된 적 있으면 안 된다는 식의 조건이 있나?

그게 아직 쟁점이긴 하다. 많은 영화제들이 프리미어 상영을 고집함으로써 기회를 잃어버린다. 1시간 이상의 상영시간, 3편 이하의 장편연출 경험 외에 좀 더 열어뒀다. 국내에서 ‘국제’라는 이름이 붙은 영화제에 출품되지 않은 작품이라면, 지난 1년 안에 만들어졌으면 오케이다. 서독제나 인디포럼, 혹은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에 출품된 것은 관계가 없다.

기자회견에서 왕빙의 <철서구>를 언급했다. 최근 세계 디지털영화 중에서 ‘발견’한 영화들의 또 다른 리스트를 들려 달라.

먼저 라브 디아즈 감독의 <필리핀 가족의 진화>다. 15년간의 세월을 담아낸 10시간 50분짜리 영화다. 영화를 보면 웃긴 게 초창기에는 비디오로 찍었다가 다시 ENG로 넘어가고 다시 미니DV로 바뀌고 또 다시 6mm 카메라로 바뀌었다가 최종적으로 HD로 끝난다.(웃음) 지난 세월만큼 한 작품에 디지털의 모든 포맷이 다 담겨 있는 것이다. 놀라운 건 원칙을 갖고 전체를 다 컨트롤해서 찍었다는 점이다. 화질문제만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말 훌륭하다.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꼭 초청하고 싶다. 다음은 2002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봤던 <텐>이다. 이전 영화들을 모두 잊게 만들 만큼 키아로스타미의 최고 걸작이라 생각한다. 그가 여기서 정말 다시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건 새롭다는 표현 정도가 아니라 먼 훗날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1959년에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가 있었다면 2002년에는 키아로스타미의 <텐>이 있었다고. 그리고 에릭 쿠의 <내 곁에 있어줘>(2004)도 디지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고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2006) 또한 의심할 바 없는 걸작이다. 지아 장커는 디지털로 영화를 찍는 새로운 또 하나의 방식을 ‘발명’한 것 같다. 그 외에 또 다른 새로운 이름들이 발견의 리스트에 있는데 갑자기 다 떠오르지는 않는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웃음)

경쟁 부문에 국가별 안배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건 경쟁 부문에 단 한 편의 한국영화도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프랑스영화가 단 한 편도 없을 때가 있다. CinDi 역시 오직 작품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그해의 한국영화들이 다 좋지 않다면 도리가 없다.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뒤쳐진 이유는 독일영화가 안 좋은데도 안배를 위해 막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쟁 부문의 리스트가 정말 나쁜 거다. CinDi는 디지털영화제이지 한국영화제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관객들은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서 오는 거지 자국영화의 현재 수준을 가늠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게 바로 영화제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바꿔 말해 경쟁 부문의 모든 작품들이 한국영화들로 채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성일

2000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할 때도 디지털에 대한 큰 관심을 표명했다. 그간 디지털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변했나?

디지털은 생각보다 훨씬 폭발적이고 더 멀리 나아갔다. 정말 여기까지 밀고 올 줄은 몰랐다. 심지어 지금 영화를 고르고 있는데 눈으로 봐도 이게 디지털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작품들이 있어서, 원래 소스가 뭔지 직접 연락해서 물어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관점 변화라기보다 먼저, 그때와는 디지털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 작품들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아주 저예산 디지털영화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마이애미 바이스> 같은 영화도 있다. 가령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가장 뛰어난 저예산 디지털 영화중 하나다. 그 작품 자체가 저예산을 지향한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현실적으로 서 있는 지점에서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본다. 그렇게 나는 신디를 통해 디지털영화가 추구할 수 있는 ‘빈곤의 미학’과 ‘럭셔리의 미학’ 모두를 보고 싶다. 좀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10년 후의 모든 영화는 디지털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요즘에는 대부분의 35mm 영화들이 DI 작업을 한다. 어떤 식으로든 디지털이 개입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필름을 고집한다면 DI를 해선 안 된다. 필름 고유의 물질성을 갖고 필름이 빛에 어떻게 감광하는가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굳이 35mm로 영화를 만들고 DI를 하는 걸 보면, 다들 디지털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바로 디지털로 넘어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지금 그 변화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이테크에 대한 추구는 물론이고 미학적으로도 아날로그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걸 찾아가는 맹렬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CinDi의 화두가 한쪽이 ‘디지털’이라면 다른 한쪽은 ‘아시아’인 것 같다.

아시아라는 접근은 야심적이다. 부산영화제 상영작들을 보려면 부산에 가야 하고 마찬가지로 전주영화제는 전주에 가야 볼 수 있다. 물론 그건 아날로그 영화제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시네마 디지털 서울’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같은 기간 동안 시네마 디지털 베이징, 시네마 디지털 도쿄가 함께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디지털로는 그것이 가능하다. 영화제의 테크니컬 슈퍼바이저들도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다만 그것은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된다. 서버와 전송방식의 문제도 걸려 있고. 또한 국가 간의 검열의 문제도 있다.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아 전체에서 동시에 영화제가 열리고, 그래서 함께 영화를 보고, 새로운 영화를 목격하고, 신디의 홈페이지에서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영화를 본 서울의 철수와 베이징의 장체와 도쿄의 구로사와가(웃음) 글을 쓰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시아를 중심으로 마치 형제의 영화제를 해보자는 게 애초의 꿈이었다. 그 시작으로 먼저 서울에서 시작했고 조심스레 그 지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시네마 디지털 부산, 대전 등이 열릴 수 있을 것이고. 만약 이 영화제에 대해 한 비평가가 쓴다면 영화제 컨셉에 대해 ‘리좀’이 아닌가, 혹은 ‘천의 고원’이라 할 수 있지,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웃음)

이치야마 소죠가 일본영화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만, 홍콩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인 리척토가 중국 본토까지, 그리고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필립 치아가 동남아시아와 중동지역 전체 작품 선정을 맡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든다.

꼭 영화제를 방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로서는 베스트 초이스라 생각한다. 사실 화어권영화 같은 경우 다 쪼개서 생각했다. 베이징 가서 사람을 만났는데 본토 영화밖에 모르더라, 추천받은 타이베이 쪽 사람을 만났더니 마찬가지로 중국의 지하전영에 대해 잘 몰랐고. 그런데 홍콩영화제의 경우 중국과 대만 양쪽 모두의 작품들을 다 끌어안고 있다. 현재 31회까지 열렸는데 리척토의 경우 21회 때부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다. 화어권영화에 관한 한 베스트 초이스라 생각한다. 필립 치아의 경우 독특한 상황이 있다. 가령 같은 아시아 내에서도 회교권 영화들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은데 필립 치아는 동남아는 물론 중동지역까지 활동범위가 넓은 사람이다. 가령 인도 쪽에서도 사람을 추천받았지만 그는 너무 회교권 안으로만 활동하고 있었다. 그건 영화제가 좀 더 커져야 끌어안을 수 있을 거라 봤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다들 다른 이들이 추천한 영화들을 직접 확인해야 안심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가령 이치야마 소죠는 지아 장커의 몇몇 영화들을 프로듀싱했을 정도로 화어권영화에 대해 박식하다. 또한 나도 잘 알지 못하는 한국 감독들의 리스트도 갖고 있다. 그렇게 다들 각자의 지역을 벗어나서 크로스 추천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 경계는 딱히 없다.

정성일

CinDi를 통해 개인적으로 큰 애정을 지닌 김기덕과 홍상수의 디지털영화를 만나고 싶은 욕심도 있겠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그건 좀 다른 문제다. 김기덕 감독의 경우 필름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다. 그는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필름을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지아 장커는 그와 똑같은 말을 반대로 했다. 다시는 필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는 디지털이 바로 현재 중국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나는 그 모든 생각들을 존중한다. 그건 미학이 아닌 철학의 문제니까. 반면 홍상수 감독은 그에 대해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이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할 당시 만날 수 있었던 존 조스트, 존 아캄프라 같은 뛰어난 디지털 작가들의 명단이 있었다. 그들을 신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여전히 그들의 신작에 큰 관심이 간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건 전주의 리스트라 접촉하는 데 있어 조심스럽긴 하다. 그래도 그들의 좋은 신작이 나와도 초청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에 ‘케어’를 좀 안 해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다. 영화제를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발견한 감독의 성장을 지켜볼 때다. 가령 1회 전주영화제 때 KINO를 통해 인터뷰하기도 했던 왕 쿠아난 감독(당시는 ‘왕 취엔안’으로 표기)은 당시 데뷔작 <월식>으로 전주에 왔다. 그런데 그 뒤로 고생을 많이 했다. 정부와 껄끄러워지고 결국 지하로 잠수하면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투야의 결혼>으로 황금곰상을 받았다. 우리가 처음 발견한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끝내 해내니까 정말 행복했다. 말하자면 다른 영화제에서 관심을 갖지 않고 긴가민가한 작품들을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불렀는데 그 감독이 5년 뒤 혹은 10년 뒤 그런 성과를 거두면,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기쁘다. 가령 예전 서울단편영화제를 1994년부터 이후 4회까지 프로그래밍하면서 그런 꿈이 있었다. 여기서 수상한, 혹은 수상하지 못했더라도 우리가 발견한 이들이 5년 뒤 한국영화의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고. 정말 그들이 속속 한국영화의 중심이 돼가고 있을 때 정말 기뻤고, 마찬가지로 CinDi의 경쟁 부문에 초청된 감독들이 5년 뒤, 또 그로부터 몇 년 뒤 아시아영화를 끌고 가는 감독들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현재 감독으로서 준비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묻는다면? 혹시 자신의 작품도 디지털로?

테스트 중이긴 하다. 아직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모든 건 여전히 준비 중이다. 내 영화에 대해 ‘이제 극장에서 만납시다!’라는 것 말고는 더 할 얘기가 없어 미안하다.(웃음)

주성철 기자 · 사진 김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