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2008.08.22.본인인터뷰

『맥스무비』2008.08.22. [인터뷰] 시네마디지털서울 2008 공동집행위원장 정성일 & 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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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화제 ‘시네마디지털서울’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다. 시네마디지털서울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정성일 영화평론가와 박기용 감독을 지난21일 개막식 당일 만났다. 처음으로 공동 인터뷰에 응한 두 위원장은 개막을 앞둔 초조함은 잠시 잊은 채, 짧은 시간 동안 영화제에 대한 친절한 소개와 비전을 들려주었다. 여기에 정 위원장은 디지털영화에 대한 강의까지 덧붙여 주었다. 지금까지 디지털영화를 잘 몰랐다면, 이제부터 디지털영화가 흥미로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두 위원장님이 함께 인터뷰를 하시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그간 영화제 관련한 인터뷰는 정성일 위원장님 혼자 도맡아 하신 것 같은데(웃음)

박기용(사진 우측): 처음이죠. 둘 다 불러주신 곳이 없어서.

정성일(사진 좌측): 아니에요. 영화지만 제가 좀 인터뷰 했고.

박기용: 정위원장이 얼굴마담이죠. 허드렛일은 제가 하고요.(웃음)

정성일: (웃음) 크하하하.

먼저 영화제 개막을 두 시간여 앞둔 지금 두 분의 심정이 시사회를 앞둔 감독의 심정 같지 않을까 싶다. 개막이 2시간 가량 남았는데, 지금 심정은 어떠신가.

정성일: 전 해에도 진행을 했었으니까, 개막식 첫날은 항상 이런 감정이 먼저 들어요. 올해는 얼마나 많은 사건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부터 일주일간 사건만 계속 생기는 거거든요. 좋은 사건도 있겠지만 힘든 사건도 틀림없이 벌어질 거고. 다른 행사하는 거와는 조금 다른 거 같아요. 그래서 그(사건사고)들과 어떻게 친하게 지낼 것인가. (웃음)

박기용: 복잡한 감정인데 기쁘고, 설레고. 또 걱정은 관객이 얼마나 올까,(웃음) 영사사고 같은 문제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당연히 있고요. 이런 여러 가지 걱정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설레어요. 방금 작년에 감독상을 수상했던 중국의 위 강이 감독을 만나고 왔는데, 이번에 세 번째 영화로 다시 영화제를 찾았어요. 이렇게 작년에 왔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니까 반갑고 좋죠.

두 명의 위원장이 영화제를 이끄는 이유

정성일, 박기용

다른 영화제와 달리 두 위원장님이 직접 개폐막식을 진행하신다.

박기용: 예산 때문에…(웃음)

정성일: 이건 접대용 멘트고요. 진실은 다른 영화제 개막식을 많이 다니면서 전문 사회자나 영화스타, 감독들의 진행을 봐왔습니다. 물론 그 분들이 진행을 하는 장점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일 현장에 와서 진행을 하다 보니 소개하는 영화들의 성격 혹은 심리,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고, 그런 것들이 한편으로는 영화 혹은 그 자리에 초대한 감독에 대한 결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영화제를 계속 준비해 온 우리 두 사람이 직접 감독들과 영화들을 소개하는 것이 가능하면 결례를 줄이고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 결국 두 사람이 하는 걸로 작년에 결정을 했습니다. 달리 작년에 큰 실수가 없었기 때문에 올해도 한번 계속 가보자고 결정을 하였습니다.

박기용: 반응은 썩 좋지 않았죠. 칙칙하다고 하고.(웃음)

정성일: 아, 그렇죠?(웃음)

대부분의 영화제는 위원장이 한 명인데, 위원장이기 두 분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것 같다.

정성일: 나쁜 점은 저보다 박위원장이 얼굴이 되잖아요? 항상 비교가 된다는 점이 굉장히 나쁜 점이에요. 저로서는 아주 불편한 점이고요.

박기용: 그 얘기는 결국 머리는 자기가 된다는 소리죠. (웃음)

정성일: 집행위원장의 자리는 많은 것들을 결정해야 되는 자리입니다. 결정을 하는 과정 속에서 사실 자기가 틀렸는지 맞았는지 동료들과 의논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의논할 수 없습니다. 혹시 내가 잘 못 가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너는 잘못하고 있어’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점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의논하고 견해를 듣고 그것에 대해서 같이 토론할 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혹은 토론하는 과정 속에 새로운 또 어떤 결론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불안하지 않고, 의논할 상대가 있고, 또 어떤 제안을 할 때 저로서는 제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얘기할 수 있고요.

정성일, 박기용

한편으로는 제가 긴 시간 동안 비평가로 활동했고, 옆에 계신 박기용 위원장께서는 감독으로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지적하거나 혹은 박 위원장이 어떤 제안을 했었을 때 제가 비평가로서 자문을 줄 수 있는 거죠. 두 사람의 영화에 대한 정체성이랄까 길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그 점에서 서로 잘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기용: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성일: 본인이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죠?

박기용: (웃음) 정 위원장은 평론을 해오셨고, 키노를 중심으로 한 잡지를 발간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고, 저는 저 나름대로 영화를 만들고 제작한 경험, 또 영화아카데미에서 학교를 운영했던 현장 경험들이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지 못하지만 그런 것들이 저희 둘이서 공동으로 영화제를 운영하는데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가 말이 위원장이지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하고 있고요, 지시만 하고 하진 않아요. 지시할 사람도 없어요. (웃음)

정성일: 저는 박위원장하고 완벽한 시너지 효과가 날까 사실 두려워요. 왜냐면 사귄다는 소문이 날 까봐. 두려움이 커요.

박기용: 여기까진 농담입니다.

올해의 의미 있는 시도들, 단편부문 신설

경쟁 부문 20편, 초청 부문 20편을 초청한 지난해와 달리 총 71편의 영화를상영해 상영작 규모도 커졌고, 지난해 하나 뿐이었던 초청 부문도 올해는 초청, 회고, 복원으로 나뉘어졌다. 또 단편이 신설된 것도 외형적인 특징이다. 두 위원장님이 올해 강조 하거나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박기용: 자세한 얘기는 정 위원장이 말씀하실 텐데, 작년에는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어요. 3월 정도에 영화제를 하기로 결정했고, 7월 말에 영화제를 했으니까요. 작년에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프로그램을 보완하는데 좀 더 심혈을 기울였어요.

정성일: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작년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했습니다. 세 명의 프로그램컨설턴트 도쿄필멕스의 이치야마 쇼조, 홍콩영화제의 리 척토, 싱가폴영화제의 필립 치아의 자문을 받으면서, 올해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애니메이션 쪽의 김준양 씨, 한국영화 쪽의 신은실 씨가 합류했습니다. 작년에 시작할 때는 장편영화만 한다고 했었는데, 프로그램 회의를 하면서 신은실 코디네이터가 중요한 제안을 했어요. ‘이 영화제는 오늘의 영화밖에 없다. 내일의 영화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내일의 영화를 준비하는 단편영화 부문이 없다는 것에 대한 지적을 했어요. 거기에 대한 토론을 했고 충분히 그 견해에 수긍을 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단편영화15편을 초대했습니다. 그15명의 감독 중에 그 누군가가 빠르면 올해, 아니면 내년에 장편경쟁 경쟁부분에 찾아오길 바라는 것이 단편부문을 신설한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이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을 단지 장편영화라고 제한짓지 말고 디지털영화가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가, 가능하면 그 스펙트럼을 넓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의미있는 시도와 시행착오를 더 많이 해볼 생각이고, 그것들이 내년에 좀 풍요로운 효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15명의 감독 중 13명만 영화제에 참석하는 걸로 안다.

정성일: 한 분은 지금 새 영화를 촬영 중이고, 애니메이션 <코끼리신 가네신> 판카시 샤르만 감독은 지금 새 영화의 후반작업 중이어서 자리를 비우면 작업 전체가 중단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참하게 됐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감독은 영화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영화를 중단하고 오라고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알겠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영화로 꼭 만나고 싶습니다” 라고 불참의사를 존중했습니다.

박기용

시네마디지털서울은 아직 맥스무비 회원들을 비롯한 일반관객에게 생소하다. 또, 디지털영화제라는 콘셉트 때문에 영화전공자들이나 전문가 중심의 영화제가 아닐까 하는 편견도 있다.

박기용: 관객들이 여전히 디지털 매체에 대한 선입견, 오해,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제가 실험적인 영화, 자기 만의 목소리가 담긴 영화가 중심이 되는 영화제인 것은 분명한데, 모든 영화들이 다 똑같다면 재미없잖아요? 저희 영화제에 오시면 영화들이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어렵기도 하겠지만 다양한 영화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또, 디지털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영화제인 만큼 디지털영화가 뭔지 궁금하시다면 보러 오시면 아마 다 이해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시아, 가장 흥미로운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곳

경쟁부문은 아시아 영화들만 초청된다. 영화제의 특징이지만 상업영화를 선호하는 일반 관객들이 아시아 영화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박기용: 초청부문에는 전세계 영화가 다 망라가 되어 있어요. 경쟁부문을 아시아 신인감독으로만 제한한 것은 우리가 아시아에 살고 있기 때문이고, 아시아의 신인을 발굴, 지원해 아시아영화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이 영화제의 중요한 목적이고 목표에요. 무엇보다도 전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곳이 아시아라고 생각해요. 국적을 구분 짓고 편을 가르자는 것이 절대 아니고요. 아시아 영화들 보시면 다른 대륙의 영화를 보시는 것보다 훨씬 더 신선감 같은 걸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지털영화와 필름영화

정성일, 박기용

정성일: 비싼 디지털 영화들이 있죠. 올해 초에 개봉한 3천만 불짜리 <클로버필드>도 디지털로 찍은 영화고 <스타워즈>도 LCD로 찍은 영화고. 비싼 디지털 영화들도 있고 또 저예산 디지털영화들도 있고. 하지만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제일 큰 오해 중의 하나는 디지털을 선택한 이유를 ‘사실 나는 필름으로 찍고 싶지만 저예산이라서 할 수 없이 디지털로 찍어’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영화는 진짜 싸구려 영화가 된다고 봅니다. 즉, 감독 자신이 디지털로 찍어야 된다는 미학적인 필요성, 또 그것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감수성, 정체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종종 제가 비교하는 것 중의 하나인데, 두 종류의 영화가 있습니다. 하나는 필름, 또 하나는 디지털로 찍는 겁니다. 두 개의 차이점에 대해서 적절한 비유가 있습니다. 필름은 한번 찍으면 지울 수가 없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아주 비싼 돈이 드는 장비와 기술자들과 숙련된 솜씨로 수많은 연출 끝에 딱 한번에 찍어야 되지 않습니까? 르네상스시대의 프레스코화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캔버스가 만들어지고 화가들이 자기 캔버스를 들고 거리에 나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인상주의 그림들이죠. 거리에 나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프레스코화와 완전히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 젖힌 셈이죠. 저는 필름과 디지털의 차이는 회화에서 프레스코화와 캔버스의 차이만큼 근본적인 다른 길을 선택할 때에만 디지털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필름으로 작업을 하면서 지아 장커 감독의 <스틸 라이프>의 장면을 종종 예로 듭니다. 자오 타오가 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답답해하다가 선풍기 바람을 쏘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처음에 지아 장커 감독은 이 장면의 연기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랐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든 자오 타오의 연기가 안 나오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모든 스탭들을 철수시키고 감독과 촬영감독과 배우 세 명만 남아서 자오 타오에게 ‘네가 답답해 지는 걸 내가 알아서 잘라서 쓸 테니까. 너는 왔다갔다해’ 하고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지나고, 자오 타오 자신이 답답해진 겁니다. 왔다갔다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선풍기 앞에 가서 바람을 쏘이는 그 순간을 네 시간 만에 찍은 겁니다. 이 순간에 지아 장커 감독은 ‘됐어, 이걸 쓰면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영화에서 이 장면을 30초 봤지만 네 시간 반을 족히 걸려 찍은 겁니다.

정성일

말하자면 ‘탕진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시간의 무한정한 소비 끝에 얻어내는 디지털 영화의 일상성은 필름으로는 얻어질 수 없습니다. 한 장면을 위해 필름을 네 시간 반을 돌리면 미친 놈이죠. 이건 <놈놈놈>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송강호 씨한테 답답한 연기를 찍을 테니 계속 연기를 해봐 하면서 프린트를 돌리지 못합니다. 왜 10분마다 매거진을 갈아야 되니까요. 필름은 일상성의 리듬을 전혀 공들이지 않고도 찍을 수 있으니까요.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할 때에 디지털 영화가 갖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경쟁부문 초청작들을 살펴보면 중국 출품작이 6편으로 가장 많다.

항상 영화제를 하면서 한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라는 겁니다. 중국영화가 몇 편 나오고, 일본영화가 몇 편 나오고, 한국영화가 몇 편 나오는 건 하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화가 훌륭하다면 저는 한 감독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두 편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온 감독 중에 일본의 이시이 유야 감독이 있습니다. 이 친구가 재작년 여름부터 올해 봄까지 장편 네 편을 찍었습니다. 문제는 영화가 ‘좋다’는 겁니다. 저희 영화제 기간에 초청될 영화는 세 번째 영화나 네 번째 영화였습니다. 아쉽게도 저희 영화제의 경쟁규정인 세편 이하의 장편이라는 규정 때문에 네 번째 영화를 부르지 못했습니다만, 두 번째나 세 번째 작품이었다면 두 편 다 불렀을 겁니다.

저는 영화에서 국적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어쩌면 어떤 해에는 15편이 중국영화로 채워질지도 모릅니다. 영화가 좋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혹은 그 해에 좋은 한국영화를 발견할 수 없다면, 이 영화제가 서울에서 열리긴 하지만 한국영화가 틀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부끄러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좋은 영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기가 서울이기 때문에 한국영화를 억지로 끼워 넣는다면 그게 저는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15편의 영화를 국적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15명의 감독이라는 쪽으로 약간관심을 돌려준다면 15개의 다양한 가능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감독들의 선택과 디지털 상영방식

제가 생각하기에, 올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디지털 영화 중에 가장 중요한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입니다. 필름을 고집하던 홍상수 감독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디지털을 선택했고, 이번에 새 영화 <잘 하지도 못하면서> 역시 디지털로 작업을 합니다. 사실 많은 감독들이 일종의 테크노포비아(과학 기술 공포증. 최신 기술에 대한 병적인 공포심)측면이 있습니다. 즉 디지포비아들이라서 새로운 매체를 터득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왜나면 좋은 스탭을 구하기 힘드니까. 그리고, 그 매체에 대해서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영화가 테스트가 되는 건 별로 원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영화에서 중요한 이름 있는 감독들이 디지털 촬영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많은 감독들이 더 많은 디지털 작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더군다나 많은 영화관들의 표준방식이 디지털 상영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필름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 나중에 또 다시 디지털로 전환해야 되는 이중, 삼중을 고초을 겪느니 처음부터 디지털로 작업하는 것이 어쩌면. 저는 오히려 감독들의 예술적 선택이 아니라 영화 산업이 ‘자 당신으로 필름으로 찍으면 상영할 수 없으니까. 박물관으로 가서 상영을 해. 이제 디지털 상영방식을 선호할거야.’ 말하자면 이런 상황이죠. 모두가 토키를 찍고 있는데 혼자서 무성영화를 찍는 채플린. <모던 타임즈>는 물론 위대한 영화죠. 하지만 <모던타임즈>는 1934년에 가장 외로운 영화 중 한 편이었죠. 어쩌면 점점 빠른 시간 내에 필름으로 작업하고 있는 영화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디지털 방식을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필름이 필요한 영화들도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의 방법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겠냐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비평가의 소원과는 달리 산업이 그것을 강제적으로 통합해버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결정들이 미학적 결정이라기 보다는 어떤 산업적 결정에 따르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 점들이 오히려 질문이라기 보다는 명령의 방식으로 집행되지 않을까라는 것이 오히려 저의 근심이에요.

박기용: 질문하신 내용 중 중국영화의 초청 편 수가 많고 한국 영화가 적은 것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한국에서 디지털영화가 만들어 진지 10년 정도가 됐는데 치열함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중국은 치열함이 더 해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 차이인 것 같아요. 물론 그 나라의 사회적인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똑 같은 디지털카메라, 저예산 비용, 어려운 환경, 거의 같은 환경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승부가 건 대상을 얼마나 치열하게 바라보는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독립영화 쪽이나 디지털영화를 만드는 감독들 혹은 앞으로 만들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저희 영화제에 와서 다른 나라 감독들의 디지털영화를 보면서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박기용

앞으로 10년 후 시네마디지털서울의 모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박기용: 온라인을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시네마디지털 서울, 시네마디지털 동경, 시네마디지털 북경, 시네마디지털 싱가폴 이런 식으로 생각하거든요. 동시에 온라인으로 가능하다면, 10년 후면 기술적으로 가능할 거 같아요. 동시에 아시아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영화들을 만나는 게 저희 바람이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정성일: 20세기 영화제의 지리적 제한, 칸느영화제는 칸느가야 되잖아요, 베를린 영화제는 베를린 가야 되잖아요. 시네마디지털 아시아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베이징, 도쿄, 마닐라, 홍콩, 타이페이 동시에 만나는 겁니다. 각 나라마다 위원장씩 두고, 심사위원들 오시 마시고 온라인으로 마지막날 토론하고 결정 합시다. 혹은 단지 어떤 도시만이 아니라 시네마디지털 맥스무비, 시네마디지털 다음 하는 식으로 시작을 해도 된다. 말하자면 우리가 주체가 된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서로 커뮤니티를 만들어내서, 궁극적으로 맨 마지막에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글로벌레이션이니까 시네마글로벌은 너무 싫고, 구태여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시네마디지털 콤뮤’, 즉 공동체로서의 영화제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영화제가 되지 않겠는가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쉽게 되지 않을 것이며, 전문가들에게 상의를 해 본 결과 테크니컬 하게는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답니다. 당장에라도 시작할 수 있지만, 여기에 국적들 간의 자본 문제, 이해관계, 국경을 넘는 순간에 서로 다른 법적 조건들, 그리고 카피라이트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오프라인 상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가 사실은 더 큰 벽으로 남아있는 셈이죠. 일단 비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잘 하는 것이죠. 하지만 비전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박기용: 여기서 얘기하는 온라인이라고 하는 것은 인터넷 온라인도 포함이 되지만, 그 보다는 오프라인 개념의 극장상영을 말하는 거예요. 망을 깔아서 센터에서 처리를 하면 망에 연결되어 있는 극장에서 동시에 상영을 하는 거죠. 유선이 될 수도 있고 무선이 될 수도 있고. 현재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10년 후에는 분명히 가능해 질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넷도 마찬가지지만 극장도 중앙에서 신호를 보내면 서울에 있는 압구정 CGV, 아니면 동네에 있는 어떤 극장에서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해질 것 같아요. 인터넷 상에서는 이미 시도가 되고 있고 지금도 많은 시도를 하고 있잖아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죠.

마지막으로 올해 처음 시네마디지털서울을 찾는 맥스무비 회원들과 관객들에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팁을 주신다면.

박기용: 신디클래스는 일반 영화제에서 진행하는 마스터클래스와 달리 심사위원으로 오는 감독 세 명이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고,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공유하는 자리예요. 디지털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신디클래스에 오시면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없앨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신디토크. 닝 하오 감독과 봉준호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과 같이 작업했던 배두나 씨가 즉흥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인 만큼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편하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정성일: 첨언 드리자면, 저희가 관객들에게 용기를 드리기 위해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트레일러입니다. 작년에는 소설가 김영하 작가, 올해 이상은 씨가 작업을 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번에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들었다는 겁니다. 김영하 작가는 디지털카메라로 저희 트레일러를 만들기 1주일 전에 매뉴얼을 보고 혼자서 동네에서 익혔고, 이상은 씨도 영화과를 다니기는 했지만, 실제로 영화를 찍어본 경험은 없었고. 두 분다 찍어본 다음에 하시는 말이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가 두렵지 않다. 디지털 작업을 해보고 싶다 였어요.

이 영화제에 오시지 않더라도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핸드폰을 갖고 계신 분들은 다 디지털시네아스트들입니다. 폰카로 다 찍고 있지 않습니까? 영화제에 오셔서 경쟁영화를 보고 돌아가시면서 “그 정도 영화면 폰카로 찍어도 내가 잘 찍겠다” 내년에 폰카로 찍은1시간 반짜리 영화를 들고 오셔서 저희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면 저는 그야말로 기적을 목도하는 듯한 즐거움이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기용: (웃음)일본에 폰카로 찍은 영화제를 트는 영화제가 있어요. (맥스무비 주-포켓 필름 페스티벌: 휴대폰으로 촬영해 제작된 단편영화들로 구성된 영화제. 지난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2007년 12월 7일부터 사흘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렸다.)

정성일: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요. 폰카의 효과가 대단하잖아요? 그런 무한한 가능성과 친근감이 있는 장비가 아주 가까이 있는 건데. 디지털 카메라 하면 어마어마한 장비 이런 것들을 생각하니까. 저희가 경쟁 감독들과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이 감독들에게 꼭 말씀하라고 요구하는 것 중의 하나는 이 영화를 무슨 기종으로 찍었을까 거든요. (관객들이) 듣다 보면 집에 있는 자기 카메라가 더 나은 거예요. 말하자면, 결국 예술이라는 것은 얼마나 하이티컬한 장비를 가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의 문제가 아닌가. 맥스무비 유저들께서도 더 용기를 가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