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링크』 2007.01.28.본인인터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인터뷰] 왜 <징후와 세기>인가?

정성일

전 영화월간지 [키노] 편집장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징후와 세기 Syndromes and a Century>를 추천했다. <징후와 세기>는 실험적인 영화 화법으로 국내 시네필들에게도 낯익은 태국 출신 감독으로 <정오의 낯선 물체 Mysterious Object at Noon> <친애하는 당신 Blissfully Yours> <열대병 Tropical Malady> 등이 국내의 여러 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돼 재능을 알린 바 있다. <징후와 세기>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으로 한 종합병원에 있는 의사들과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일반적인 영화적 관습을 따르는 작품이 아니라 단순히 문자로 설명하기는 힘든 영화다. 정성일 평론가가 전하는 <징후와 세기>에 관한 짧은 이야기.

<징후와 세기>를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징후와 세기>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여러분과 함께 영화관에서 공감하며 보고 싶다. 시네마테크는 고전이 현재의 영화로 자리매김하는 장소이고, 또한 미래의 시작점이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라는 이름이 몇몇 이름들과 함께 미래의 영화에 미리 도착한 이름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직 보지 못한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그 순간을 나는 이곳(서울아트시네마)에서 관객 여러분들과 함께 느끼고,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그 공감의 리듬을 함께 얻고 싶다.

현대 아시아영화에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화가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

나는 아핏차퐁이 단지 아시아에서 중요한 감독이어서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아핏차퐁은 나에게 영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서 다시 한 번 영화를 배운다. 그러므로 그의 새로운 영화가 보고 싶다. 사실 나는 항상 영화에서 좋은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외에 시네마테크 관객들과 함께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다면?

누구보다도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과 조셉 폰 스턴버그, 그리고 라울 월쉬 회고전이 아직 한번도 없었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레오 맛켈리와 프랭크 카프라, 루벤 마무리앙도 여전히 아직 계획이 없다. 혹은 오즈 야스지로나 나루세 미키오를 하면서 야마나케 사다오나 이시다 다미조, 시미즈 히로시가 아직 선조차 보이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시네마테크의 회고전이 다소 모더니즘 영화감독들에 기울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좀 더 분발해주었으면 고맙겠다.

디지털 시대(디비디와 디빅스가 우선하는)에 시네마테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매우 까다로운 질문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유연하게 대하고 싶다. 나는 시네마테크가 오히려 고전영화를 보여주는 곳이라는 개념보다는 왜 지금 우리는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영화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일 내가 정말 피치 못할 일로 시네마테크에 오지 못한다 할지라도 왜 2007년 2월에는 이 영화를 보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문제인가, 를 생각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단지 신기한 영화, 인구에 회자되지만 볼 수 없었던 영화, 교과서에서만 본 영화, 그러므로 교양을 위해서 채워 넣어야 하는 영화의 명단을 여기서 반복하는 것은 사실상 시네마테크가 자신을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네마테크는 그런 의미에서 토론의 광장이 되어야 한다. 여기는 시네필들의 게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