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추천사, 2006, 을유문화사』 2006.06.26.추천사

추천사

프랑수아 트뤼포가 영화사상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영화사상 가장 영화를 사랑한 감독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는 그 유명한 테제,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며,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결국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한 다음, 그 말을 실천한 사람이다. 트뤼포는 영화의 모든 것을 시네마테크에서 배운 첫 번째 세대이다. 그는 본 영화를 보고 또 보았다. 그는 학교에 거의 다니지 않았으며, 그런 다음에도 책의 도움을 빌리지 않았다. 하지만 트뤼포는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는 모든 것을 영화 안에서 설명했으며, 자기가 본 것을 믿었다. 그래서 그의 영화평은 종종 직관으로 그 어떤 이론이 다가가지 못했던 위대한 작가들의 창작의 비밀에 단숨에 도달하기도 했으며, 혹은 영화를 문학이나 연극, 시와 바꿔친 “무덤에나 가는 것이 마땅한” 감독들의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뤼포는 장 르누아르와 앨프레드 히치콕을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이름이라고 믿었으며, 1954년 처음 16mm카메라를 든 다음 1983년까지 21편의 장편영화와 1편의 중편, 그리고 3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그 중에서 <400번의 구타>, <피아니스트를 쏴라>, <쥘과 짐>, <훔친 키스>, <두 영국 여인과 대륙>, <나처럼 예쁜 아가씨>, <아델 H의 이야기>, <포켓 머니>, <신나는 일요일!>은 내가 좋아하는 트뤼포 영화의 명단이다. 그리고 그 영화들은 우리 세대의 고전이다. 아니, 단지 그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영화들은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사무치게 영화에 바쳐진 영화들이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에 대한 사랑을 의심할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트뤼포의 영화를 몰래 꺼내본다. 그래서 오직 영화에 대한 맹렬한 사랑뿐이었던 그의 삶을 읽고 또 읽는다. 물론 트뤼포에 대한 적지 않은 책이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보다 더 트뤼포에게 존경을 바치면서 쓰지는 못했다. 트뤼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그 누구도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에피소드들, 영화 현장에서 악전고투했던 생생한 기록들, 트뤼포의 영화 연출의 비밀들, 성공에 뒤이어 실패를 경험했을 때 불안에 어쩔 줄 몰랐던 한 예술가의 초상,『까이에 뒤 시네마』의 옛 친구들과의 결별, 새로운 친구들과의 우정, 연애와 불륜. 이 책은 그 시간을 단 한 번도 건너뛰는 법 없이 꼼꼼하게 따라가면서 트뤼포의 삶을 그의 영화 위에 디졸브시킨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일종의 ‘시네필의 모험극’ 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전기이다.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서 당신에게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트뤼포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진지하게 탐색하면서 한편으로 그 마음을 담기 위해 후배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예를 갖춘 세르주 투비아나와 앙투안 드 베크의 이 책만은 정말 번역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었다. 왜냐하면 매일 밤 나만 몰래 침을 발라가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그 사랑을 음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직 그 즐거움을 나만 눌리고 싶었던 책. 하지만 세상에 그런 지식이 어디 있으랴. 그나마 나의 유치한 질투에 위로가 된 것은 이 책이 나보다도 더 트뤼포를 사랑한 한상준 선배에 의해 옮겨졌다는 사실이다.

만일 당신이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면 이 책은 마치 당신의 자서전과도 같을 것이다. 혹은 영화에 대한 사랑을 의심한다면 이 책은 위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이제 막 영화에 사랑을 바치기로 맹세한 새로운 세대들일 것이다. 나는 그들이 이 책에서 영화와 인생, 둘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영화라고 대답한 프랑수아 트뤼포의 그 맹렬한 사랑의 맹세가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마도 당신은 반문할 것이다. 어떻게 그런 대답이 가능할 수 있는가? 그 대답이 이 책 안에 있다. 물론 페이지는 비밀이다. 그러니 어서 빨리 즐겁게 첫 페이지를 넘기시라.

2006년 6월
정성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