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저널』 1996.09.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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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 보내는 애정과 근심
- 관객의 생산적 수용여부가 관건


부산에서 9월13일부터 21일까지 9일 동안 국내에서 갖는 첫 번째 공식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그동안 서울에서 국제영화제에 관한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이 잇따라 열렸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매번 불가능하다는 결론과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사실은 똑같은 이야기지만!)이 오가면서 미루어지던 중 거의 ‘기습’처럼 부산에서 그 첫 번째 국제영화제를 열게 되었다.

오프닝 영화는 올해 깐느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국영화 「비밀과 거짓말」(마이크 리 감독)이며, 그 기간동안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단편영화를 합쳐 178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또한 중국 제5세대의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첸 카이거 감독과 공리, 프랑스의 신예 자크 오디아르 감독, 일본의 오구리 고헤이 감독이 부산을 찾는다. 이 모든 것은 분명 세계체제로서의 영화에 대해 우리를 보다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게 만들 것이다. 정말로 영화제를 해내기 위한 수많은 문제와 이의제기, 그리고 질투와 경쟁 속에서 그것도 ‘영화의 변방’인 부산에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게 된 것은 진정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땀과 눈물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몇가지 질문이 있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를 끝까지 위협한 심의를 빙자한 검열은 ‘국제영화제의 상식에 어긋난’ 요구였다. 만일 심의를 받는다면 많은 작품들은 출품을 철회하였을 것이고, 내년을 기약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심의는 피했지만, 그러나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예외의 조항을 통해 편법으로 통과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어디에도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식으로 심의 문제에 이의를 제기한 흔적이 없으며, 더군다나 전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후 모든 국제영화제들은 ‘원칙적으로는’ 심의를 받아야 한다.

두 번째, 일본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뜨거운 감자이다. 프로그램 큐레이터들은 90년대 일본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16미리영화들을 선정했고, 그 중에서 「잠자는 남자」와 「동경의 주먹」, 「메모리즈」는 기념비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들의 상영은 또 다시 우리에게 지겹지만 계속 해야 하는 논쟁 ‘일본영화 수입 찬반론’을 다시 제기할 것이다. 영화제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자기가 해야 할 모든 일을 다 한 것일까? 이 프로그램 어디에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입장과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 부산국제영화제의 ‘국제’에서 여전히 한반도 절반의 북한영화는 볼 수 없다. 선정할 만한 영화가 없었던 탓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배제시킨 것일까? 집행위의 비공식적 견해에 따르면 내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부문 중 하나는 북한영화 회고전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것은 ‘베일에 싸였던’ 절반의 영화사를 소개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불만들은 이제 막 시작하는 첫 번째 부산국제영화제에 아주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늘어놓는 투정일 것이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땅의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얼마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생산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인가에 그 승패가 달려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국제영화제가 단순히 서방세계의 새로운 영화들의 견본시장에 지나지 않으며, 더 나아가 또 다른 영화 유행을 전염시키는 일방적인 잔치가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진수성찬이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영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자신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가을 바람부는 광복동 거리를 걸어가며 우리의 영화관객들이 세계영화를 어떻게 끌어안는지 함께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