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2010.12.31.본인인터뷰|작품

[스페셜리포트]‘카페르와르’로 감독 데뷔하는 영화 평론가 정성일
“나의 이데올로기는 영화주의자입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열렬히,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정성일의 순애보는 퇴색되지 않는다. ‘말’지에서 17년간 고정 영화칼럼을 연재하고 ‘로드쇼’ 편집차장, ‘키노’ 편집장을 거치며 20여년 넘게 영화에 대한 글을 쓰며 영화 곁을 떠나지 않는 그다. 뿐만 아니라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한국영화아카데미 객원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시네마디지털서울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영화에 관한 한 좀처럼 열정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올해는 영화평론집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와 '필사의 탐독'을 출간했다.

정성일은 “영화는 나의 삶”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나이 50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치지 못한 숙제를 하듯 비장한 영화 한 편을 내놓았다. 이 작품이 2009년 제66회 베니스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카페느와르’다. 한 남자의 쉽지 않은 사랑이야기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과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야' 를 경유한다.

-영화평론가로 이름을 알린 상태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연유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까지 소유하고 싶었고 영화를 통해 세상과 만나고 싶었다. 원래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1980년대 충무로는 도제 시스템이 자리 잡혀 있어 3년에서 5년까지 연출부 생활을 거쳐야 했다. 당시 소년가장 형편이었던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꿈은 늘 있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도 써왔다. ‘카페느와르’는 네번째 시나리오다. 이 작품이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 지원작에 선정돼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극중 문어체 대사가 인상적이다. 의도가 뭔가.
"책을 통째로 찍고 싶었다. 책의 리얼리즘을 살리고 싶었다고 할까. 배우들이 말하는 책이 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 속 문자들이 배우를 통해 어떻게 살아나는지 궁금했다. 영화의 도입부에 세계소년소녀교양문학전집 이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100권짜리 전집이다. 앞으로 이 전집을 모두 찍고 싶다. 같은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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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러닝타임이 198분이다. 특별히 긴 이유가 뭐냐.
"물리적으로 긴 게 중요했다. 마음 같아선 8시간, 9시간 짜리로 만들고 싶었다.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래서 죽으면 안돼 살아남아야돼 라는 의식이 자리잡았다. 죽음을, 자살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대는 괴테였다. 감히 괴테가 정한 죽음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라면, 적어도 연기할 수는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영화를 각색했다. 영화의 상영 시간이 죽음을 미루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영화는 죽지말고 살아라 는 간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극중 오마주에 대해 설명해달라.
"좋아하는 영화들을 오마주 형식으로 가져왔다. 특히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은 힘들때 수없이 봤던 영화다. 밤하늘에 별들을 선을 그으면 북두칠성과 같이 우주의 질서가 생긴다. 이 영화에서도 관객 나름대로 오마주들을 연결하면서 자기 방식으로 배치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랬다.”

-영화가 좀 이기적이다.
"맞다. 관객들을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저 재미있는 영화는 금새 사람들을 통과해버린다. 나는 관객들을 괴롭힘으로써 메시지를 머물게 하고 싶었다. 영화가 관객들과 많은 만남을 하기보다는 좋은 만남을 가지기를 원한다."

-영화가 어쩐지 관객에게 '공부하세요'하는 느낌이다.
"교양으로 봐주시라.(웃음) 홍상수의 영화는 직관의 영화고 김기덕의 영화는 믿음의 영화다. 봉준호의 영화는 아이디어의 영화다. 그리고 내 영화는 교양의 영화다."

-앞으로 영화를 찍으면 어떤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나.
“배우의 기운이 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섣불리 누구를 꼽을 수는 없다. 일정이 맞는 한 이번 작품을 한 모든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지, 시간을 기록하고 싶다.”

-현재 영화계의 문제는?
“천만관객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야한다. 세잔의 그림은 작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많은 사람들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단순해질 수 밖에 없다. 영화가 바보가 되는거지. 요즘은 세상을 근심하는 영화들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