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2009.10.09.본인인터뷰|GV

[10/9. 10:00] 메가박스 6관. 카페 느와르 상영 후 GV
= "정성일(감독), 신하균(배우), 문정희(배우), 김혜나(배우), 정유미(배우), 신수진(요조/배우), 허문영(모더레이터)"

허문영: 한국영화를 좋아했다면 이 사람에게 영감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50년의 세월을 살고 첫 영화로 이 자리에 섰다.

정성일: 여러분이 제 첫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이다. 여러 의미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부산영화제에 올 때마다 허문영 씨가 제 영화의 GV를 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작은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여러분을 환영한다. 2시간 70분 동안 영화 보느라 수고 많았다. 부족한 제 옆에서 조언을 하면서 함께 연기를 해준 주인공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요조: 첫 영화다.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김혜나: 영수를 사랑하는 미연 역을 맡았다. 아침이라 배도 고프실텐니 영화 중간에 다 가셨을 줄 알고 가벼운 맘으로 들어왔는데 관객석이 꽉 차있어서 놀랐다.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감독님도 돈 벌어야 되는데 말이다(웃음). 작년부터 올해까지 감독님, 배우들과 너무 행복하게 찍었다. 그래서 영화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고 많이 봤으면 좋겠다. 주위 분들에게 좋은 얘기, 독특하니까 한 번 보라고 꼭 전해줬으면 좋겠다.

문정희: 영수가 사랑하는 미연 역을 맡았다. 우리끼리는 ‘미연 1’이라 불렀다. 영화를 서울에서 처음 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엉덩이에 쥐는 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의미, 왜 사는지와 같은 자아에 대한 의문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영화가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충격적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서 반갑고 의견이 궁금하다.

정유미: 선화 역을 맡았다. 작업하는 동안 개인적으로 완성된 영화를 무척 보고 싶었다. 또 어떤 때는 미웠던 적도 있다. 다양한 감정 상태를 경험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자리에 서니 너무 떨린다.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신하균: 감독님 첫 영화라 의미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한 영화에서 많은 여배우랑 같이 연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웃음). 언제 또 이런 연기를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행복한 경험이었다.

허문영: 처음에 제목이 나올 줄 알았는데 ‘소년소녀교양세계문학전집’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영화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 등을 차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소년소녀’의 의미는 무엇인가?

정성일: 단순하게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 영화를 교양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어떤 영화는 직관으로 봐야 되고, 어떤 영화는 믿음으로 봐야 되며, 어떤 영화는 아이디어나 감각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한국영화에도 교양으로 보는 영화가 한 편 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시작하고 싶다는 뜻이 있었다. 세상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소년, 소녀들을 통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세상이 살기 힘들지 않나. 그렇다면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작은 소망이다.

관객: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영화 속에 계속 나오는 빨간 풍선, 상자의 상징적 의미가 궁금하다. 또 햄버거나 콜라를 끝까지 먹는 신을 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배우들이 일상적인 대화가 아닌 어렵고 딱딱한 말을 쓰는 이유가 뭔지도 궁금하다.

정성일: 마이크를 잡으면 DVD 서플을 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웃음). 상자의 의미는 거기에 뭐가 들어있냐는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신하균에게 물어봤는데 끝까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하균 씨에게 물어보고 있다(웃음). 풍선은 단순하게는 영화 <빨간 풍선>에 존경을 바치는 의미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풍선은 하여튼 간에 붙잡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는 어떤 것인지 거꾸로 질문하고 싶었다. 누구나 무언가 붙잡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풍선의 의미에 대해서는 관객들 마음대로 스스로가 붙잡고 싶은 것을 봐도 되고, 백보 양보해서 극 중 캐릭터들이 붙잡고 싶어 한 게 뭐였을까 궁금해 해도 상관없다. 맥주 먹는 신 같은 경우는 정유미에게 끊어 마셔도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연기했다. 또한 마지막에 나오는 소녀들은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두 소녀인데, 햄버거를 먹는 신에서 “힘겹게 먹어줬으면 좋겠다”니까 “알겠습니다”라면서 다 먹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영화가 어떻게 육신과 만나는지 보고 싶었다. 전적으로 이 다섯 배우들에게 의지하고 간 요인이기도 했다. 원 숏도 그랬지만 대사도 어떻게 버티는지 보고 싶었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자기가 체험하고 말로 꺼내드는지 궁금했다. 사실 말하는 것만큼 육신이 힘겹게 버티는 게 어디 있겠는가. 그걸 영화로 담는 게 내가 하는 몫이라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주인공 배우들의 몫이었다.

허문영: 영화를 드디어 만든다고 하실 때 배우를 어떻게 꼬셨을지 궁금했다(웃음).

요조: 감독님이 내가 영화에 출연해야 되는 몇 가지 이유를 준비해오셨다. 하지만 내가 나가면 이 영화에 누가 될 것이라고 재차 말씀드렸고,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사실 감독님이 무슨 말씀을 하신지는 기억도 안 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감독님이 나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님만 믿겠다고 하고 영화를 같이 하게 됐다.

김혜나: 요조 씨 캐스팅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저에게 말씀하셨다. 요조 씨가 무대에서 두 시간 동안 관객들과 얘기하는데 너무 멋지게 버티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고 하셨다. 나는 내가 싶다고 했다(웃음). 사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긴장해서 기억이 안 나고, 두 번째까지도 긴장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너무 어려웠다. 그렇게 한 끼도 못 먹고 감독님과의 저녁 식사에 갔는데 감독님과 계속 술을 마셨다. 감독님이랑 3시가 넘게 대화를 했다는데 기억이 안난다(웃음). 요조처럼 감독님으로부터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감독님께 연기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오히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셨다.

문정희: 감독님의 힘이 아닐까 싶다. 모 호텔 커피숍에 있는데 꽃을 받았다. 황당했다. 그리고 감독님으로부터 1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전부터 책과 잡지로 만난 정성일이라는 사람이 느껴지더라. 예전부터 감독님 팬이었다. 그래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싶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대본을 읽는데 순식간에 문학소설 읽듯 봤다. 감독님이 독후감을 듣고 싶다고 하셨는데 자발적으로 쓰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오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하고 싶다고 했다.

허문영: 정유미 씨는 다섯 배우들 중 제일 먼저 캐스팅됐다. 그러다 중간에 촬영 취소가 되면서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데.

정유미: 죄송하다. 말을 막 하고 싶은데 잘 못하겠다.

신하균: 시나리오를 먼저 받았고 보면서 상당히 힘들었고 어려웠다. 지금 영화를 봐도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있다. 여러 번 봐야지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작품을 할 때 표현에 있어서는 모든 걸 열어두는 편인데,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보면서는 이런 대사를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을지 상당히 고민됐다. 그런데 감독님 시나리오의 말투처럼 말하는 걸 안 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

허문영: 그러니까 영화 속 배우들의 말투는 문어체가 아니라 정성일 감독의 구어체인가(웃음).

관객: 주인공의 심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내레이션이 나온다.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장면들에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정성일: 자막과 내레이션은 신하균과 김혜나가 보고 읽은 게 아니라 외워서 촬영 당일마다 녹음한 거다. 연기보다 더 힘들어했다. 신하균도 내레이션에 NG가 많았다. 여러분도 동의할 거라 생각하는데, 말과 마음이 항상 일치하지 않지 않은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조차도 그 말하는 순간의 마음이 말과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진심조차도 어떻게 절대적으로 똑같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관객들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레이션과 자막 둘 중 어느 것을 쫓아가도 상관없다. 어느 것이 진심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남산이 계속 나오는 건 내가 서울에서 살기 때문이다. 홍상수의 <극장전>에도 그런 대사가 나온다. “저건 아무데서나 보이네?”라고. 서울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아무데서나 보이는 산, 그 산을 보고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고 싶었다. 그리고 장소의 의미에 대해서는, 2009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 청계천의 의미를 어떻게 모를 수 있겠냐고 묻고 싶다.

관객: 영화가 컷을 길게 끊어서 가다. 한 번에 감정선을 유지하는 부분이 많은데, 카페에서 장문의 대사를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정유미: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핑계 같고 변명 같을 것 같다. 못하지 않았나? 죄송하다. 자세히 이야기를 못하겠다.

허문영: 그 장면은 몇 번 만에 촬영을 마쳤나?

정유미: 세 번 테이크를 갔는데 세 번째 테이크를 썼다고 알고 있다. 그 장면 찍기 며칠 전에 이미 촬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 마디도 말이 안 나와서 촬영을 못했다. 감독님과 스탭들에게 미안했지만, 결국 촬영을 접고 며칠 뒤 다시 촬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아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난 뒤, 이 작품을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그때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은 사실 이 영화가 이렇게 인사하게 된 게 너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한 기분이라 말이 잘 안 나온다.

정성일: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내가 연기자를 만난다고 해서 그 연기자를 내가 선택했기 보다는 다섯 분이 저를 간택해준 것이다. 정유미를 만나기 전에 대사를 먼저 썼는데 처음에는 세 가지 버전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지금 여러분이 본 버전이고, 그것 말고도 숏을 다 끊어서 찍는, 영수와 선화가 대화를 주고받는 버전이 있었고, 또 완전히 플래시백으로 들어가는 버전이 있었다. 그러나 유미 씨가 캐스팅되자마자 두 번째, 세 번째 버전을 버리고 무조건 첫 번째 버전으로 가기로 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출연 안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유사 버전이 세, 네 가지씩 있었다. 그래서 연출부들의 불만이 완성된 시나리오는 언제 나오느냐였다. 신하균은 처음에 준 시나리오와 다른 시나리오로 촬영해 당황하기도 했다.

관객: 유난히 롱 테이크를 자주 쓴 것은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준 건가?

정성일: 그에 대해서는 앞으로 내 영화에 대한 글을 쓰게 될 허문영에게 양보하겠다(웃음). (허문영을 보며) 나중에 글로 대답해달라.

허문영: 예를 들어 햄버거 먹는 장면만 보면 그 장면이 충분히 기능을 한다. 햄버거를 끝까지 먹는 장면을 보여줄 때, 단순히 햄버거를 먹는다는 행위를 보여주기만 위해서 그 장면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 행위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는 보는 분이 찾아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관객: 홍상수 감독 영화의 장면들이 중간 중간 나온다. 영화를 구상하면서 다른 음악이나 영화에 헌사를 바치려고 하는 장면이 있는 것 같은데.

정성일: 사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다른 영화에는 없는 레퍼런스 목록을 달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보는 분들의 재미를 뺏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그 목록을 자백하는 것은 너무 빠르지 않나 싶다. 훗날 기회가 닿으면 DVD 서플에 꼭 넣도록 하겠다(웃음).

관객: 김혜나는 영화 장면 중에 벽을 손으로 긁는 장면이 있는데 아프지는 않았나. 또 신하균은 한 겨울 한강 유람선에 뛰어 내리는 장면이 있던데 춥지 않았을까 싶다.

김혜나: 아팠다. 손톱으로 그 벽을 진짜 긁고 갔다. 손톱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손톱을 붙였는데 그 손톱까지 다 긁히고 살에 피가 살짝 날 때까지만 찍었다. 아프기는 아팠다(웃음).

신하균: 유람선에 작은 보트를 대놓고 거기에 떨어졌기 때문에 물에는 안 들어갔다(웃음).

허문영: 물에서 구출했을 때는 추웠을 것 같다.

신하균: 그때는 너무 추워서 수트를 입고 잠수를 한 뒤 촬영했다.

관객: 이 영화를 교양을 위한 영화라고 했는데 다음에도 같은 작품이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동안 써온 글의 목적은 영화감독을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카페 느와르>는 누구를 위한 영화인지 궁금하다. 어디선가 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 있는데.

정성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문학전집 시리즈를 계속 찍어볼 생각이다(웃음). 집에 있는 소설들을 총정리하면서 순서를 정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내 영화를 본다면 ‘소년소녀...’ 자막은 계속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보통 아이들에게 받치고 있는 영화는 유작이다. 타르코프스키도 그랬다. 그래서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전적으로 이렇게 대답드리고 싶다. 두 시간 78분을 견뎌줄 관객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론 영화를 보다 중간에 나가거나 관람을 포기하는 관객도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 영화를 바칠 생각은 없다.

허문영: 만약 단 한 사람의 감독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면?

정성일: 결례가 아니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며칠 전 누군가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누가 당신 영화를 만나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첨부된 파일은 오즈의 사진이었다. 큰 위로를 받았다. 혹시 오늘 이 자리에 오셨다면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린다.

관객: 가수인데 연기를 처음인 걸로 안다. 스크린에서 보이는 자기 모습 보며 어떤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요조: 스크린에 나오는 걸 잘 못 보고 있는 상태다. 인터뷰할 때마다 가장 무서웠던 영화가 뭐냐는 질문에 <링>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제가 출연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첫 연기라 여러 가지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지금은...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허문영: 감독님이 또 출연 제의를 한다면?

요조: 괜히 하겠다고 했다가 상처 받을까봐 대답 안 하겠다(웃음). 지난번 시사회 때도 일 때문에 늦어서 뒷부분만 보게 돼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보자고 다짐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래서 중간에 그냥 나왔다. 감독님께 죄송하다.

관객: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지? 그리고 영화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카페 느와르’라는 제목이 나오며 영화가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정성일: 제목이 나오는데서 끝나버리면 정유미와 요조가 안 나온다. 두 사람이 나와야 하지 않나(웃음). 그리고 모든 장면들이 정말 다 마음에 든다. 딱히 어느 장면이 맘에 더 드는 건 아니다.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해서 들을 말 중, “그 장면이 생각난다”라는 말이 제일 끔찍할 것 같다. 영화는 사진이 아니다. 그렇기에 어떤 장면만으로 영화가 기억되지 않고, 영화 전체가 기억됐으면 좋겠다. 관객 마음속에서 영화 전체가 한꺼번에 다 함께 활동했으면 좋겠다. 그게 내 작은 바람이다.

허문영: 영수를 끝까지 사랑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본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사랑이 무엇인지, 영화 전체가 어떤 사랑에 관한 것인지, 영수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김혜나: 영화 찍을 때는 그냥 영수라는 남자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좋아하고 그 남자의 모든 걸 원하는 스토커처럼 생각했다. 미연은 영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촬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영수를 사랑한 게 아니라 영수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한 게 아닐까 싶다. 사랑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를 사랑한 게 아닐까 생각됐다.

허문영: 마지막 인사 부탁드린다.

정성일: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맞이해 준 첫 번째 관객인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늘상 하던 말이 있었다. 영화광의 세 단계는 첫 번째, ‘영화를 두 번 본다’, 두 번째,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 세 번째, ‘영화를 만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트뤼포가 미처 말하지 못한 네 번째 단계를 추가하기로 했다. 바로 ‘두 번째 영화를 찍는다’이다. 두 번째 영화로 다시 인사드리겠다.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