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FAzine』 2015.01.19.(42호)본인인터뷰

KAFA의 특별한 수업, 정성일의 ‘영화의 우정- 예술가들로부터의 조언’

KAFA 정규과정 수업은 제작 중심입니다. KAFA의 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영화를 만들어야 하기에 그들의 제작 능력은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기 색깔이 확실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있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학생이 만든 영화에서 그만의 색깔이 드러날 때, 아낌없이 지지합니다. 제작 중신의 수업과 함께 치열한 이론, 비평 수업, 인문학 특강 등 다양한 수업을 하는 이유입니다. 2014년이 끝나갈 무렵, 조금 더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KAFA Zine 42호에서는 정성일 감독과 함께 한 수업, ‘영화의 우정- 예술가들로부터의 조언’을 정성일 감독과 나눈 대화와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졸업 영화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던 10월. KAFA, 넓게는 영화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예술가들이 우리를 방문했습니다. 안무가 정영두, 설치미술과 양혜규, 뮤지션 백현진, 정신분석학자 맹정현, 시인 심보선, 소설가 김태용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영화감독 장률, 영화배우 문소리도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KAFA가 왜 그들을 만나야 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정성일 감독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KAFA : KAFA에서 감독님께 수업을 제의했지만, 어떤 수업이 될 지와 진행 방식 등은 직접 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영화의 우정- 예술가들로부터의 조언’이 어떤 수업인지 궁금합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성일 : 처음 이 수업을 제안한 것은 제가 아니라 전임 원장인 최익환 감독입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단지 영화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자신이 앞으로 만나게 될 세상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껴보면 좋은 수업’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그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반대로 ‘이 예술가들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면 이제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영화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하자면 일종의 더블 세션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KAFA :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최대한 영화와 겹치지 않는(영화 제작을 경험한 적이 없는) 예술가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예술가들과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성일 : 이미 위에 일부 답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좀 더 부연 설명하자면 영화를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과 작업하는 과정은 전문화의 심화 학습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그 과정으로 끝나게 되면 단지 이 학교가 기술자들을 키우는 과정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학생들에게 완전히 다른 장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서 영화를 좀 더 폭넓게 바라보고 할 수만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분 더러 초대받은 이들의 가르침만으로 되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 자신이 스스로 학습하고 그 과정을 디딤돌로 삼아 더 멀리 점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예술가가 되는 것은 그 자신의 역량인 셈입니다.

KAFA : 위의 질문에서 얘외였던 영화감독 장률, 영화배우 문소리, 음악가이자 음악감독인 백현진 씨를 초대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정성일 : 백현진 씨는 영화음악에 관련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 가수이자 화가이기도 하며 동시에 홍대문화의 제1세대로서 문화커뮤니티를 만들어낸 활동가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장률 감독은 무엇보다 그가 한국에서 작업을 하지만 그 자신이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장률의 위치에 와 있으면서 한국을 이만큼 이해하고 있는 외국 감독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문소리 배우는 그녀가 연극과 영화에 동시에 걸쳐 서 있기 때문에 영화를 이해하는 배우로서 초대한 것입니다.

KAFA : 이 수업을 계획하며 ‘서로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갈 얘기치 않은 대답과 그 대답이 안겨준, 영감에 힘입어 끌어낼 수 있는 질문 그 사이의 선물과도 같은 행간’을 기대한다고 하셨습니다. (정성일 감독의 ‘영화의 우정- 예술가들로부터의 조언’ 초대 글 중) 이번 수업에서 그 순간을 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있었다면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 때였는지 궁금합니다.

정성일 : 그건 빈말로서가 아니라 너무 고맙게도 초대에 응해준 모든 손님들이 각자이 방식으로 섬광 같은 순간을 안겨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수업은 정말 기적 같은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KAFA : 이 수업을 들었던, 지금 KAFA 교육 막바지에서 졸업 영화 후반 작업 중인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지요?

정성일 : KAFA를 졸업했다고 해서 모두 좋은 감독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데뷔를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건 이 학교의 졸업생 명단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작연구과정에 들어왔다고 해서 더 우수한 것도 아니고 (이 역시 졸업작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들어오지 못했다고 해서 당신의 기회가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결국 당신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뿐입니다. 그러니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다만 다시 시작하는 당신에게 KAFA에서의 배움이 작은 힘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함께 여러분들과 공부한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KAFA : 마지막 질문입니다. KAFA Zine은 KAFA,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을 희망하거나 이 곳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주로 읽고 있습니다. KAFA 입학을 희망하는, 영화를 직업으로 삼길 원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지요?

정성일 : KAFA는 제가 알고 있는 한 이 학교에 와서 열심히 공부할 학생들에 한해서만 친절한 학교입니다. 게으르거나 나태한 학생들을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된다고 판단하면 학교에서 쫓아낼 결심을 항상 다짐하는 학교입니다. 저는 그게 쫓겨난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취미로 시작했다면 얼른 다른 일을 시작하는 편을 진심으로 권합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된 학생들이 여기에 와서 평생을 함께 작업할 동료를 만나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의 우정- 예술가들로부터의 조언’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로부터, 영화에 대해 들었습니다. 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분야에서 예술가로 사는 것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수업에서 만난 예술가들은 영화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지만, 영화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KAFA 학생들은 1년 동안 영화에만 집중했습니다. 영화로 꽉 차여진 1년의 과정 중 졸업을 앞두고 영화에서 한 발짝 물러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났습니다. 졸업을 하고 나면 어떤 사람은 계속 영화에 집중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다를 것입니다. 영화든 다른 것이든 상관없이, 수업에서 만났던 예술가들을 통해 영화 그리고 세상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정성일 감독의 말대로 예술가가 되는 것은 그 자신의 역량이지만, KAFA가 그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KAFA 배급팀 임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