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2002.11.12.(377호)시론|타인인터뷰

기 획 3    미 래 영 화 와  인 사 하 실 래 요 ?

˝청 소 년 영 화 제 보 다
   친구들 시각 냉담해요˝

                   영화평론가 정성일,십대영화의 어떤경향에 주목하다

이 인터뷰를 읽으시기 전에. 나는 지난 시월 한달 동안 세 군데의 영화제 심사를 하기 위해서 273편의 단편영화를 보았다. 나는 단편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데, 무엇보다도 단편영화는 (앙드레 바쟁의 말을 빌리면) “미래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 영화들을 만든 시네아스트들은 곧 한국영화의 새로운 이름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영화들을 미리 본다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와 달리 나는 이것이 곧 매우 끔찍한 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단편영화들은 더이상 우리 시대에 독립영화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엇으로부터도 독립되어 있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이 학교 ‘수업’ 워크숍 영화들이거나 졸업작품들이었다. 영화에는 학교 제도교육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거나, 얌전한 모범생들처럼 잘 정돈된 채 ‘충무로’에 간택되기를 기대하는 자신들의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또는 너무 많은 영화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살인과 강간, 폭행, 시체유기와 사지절단, 자살, 자해활극, 분신, 카메라 앞에서 자위하기, 또는 똥누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건 좀 나은 경우이고, 날림으로 읽은 것이 분명한 철학책 구절을 빌려온 따분한 관념론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예술가인 척할 때에는 정말 괴로워지기 시작한다. 대사들은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구절을 베껴왔으며, 머리 나쁜 영화들이 똑똑한 척할 때는 따분해지기 시작한다. 또한 심사를 같이 한 동료들의 말을 옮겨 드린다면, 너무 많은 영화들이 홍상수 감독의 연출부가 낸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흉내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홍상수는 한명으로 충분하다.

더 가관인 것은 고등학생들의 영화였다. 이들은 어떤 영화들이 상을 받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게 뻔해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재롱을 떨어야 심사위원 어른들이 ‘깜빡 죽는지’ 아는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등학교 영화반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더니 수상을 하면 대학 진학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목숨을 건다”고 내게 일러주었다. 토대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옛 선현의 말씀 그대로! 진부한 말이지만 이데올로기는 물적으로 재생산되는 법이다. 나는 이 영화들이 점점 무서워졌다. 물론 또 하나의 십대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들은 학교를 때려부수고, 담임선생을 난자하고, 흡연과 음주의 자유를 달라고 하소연하고, 섹스의 자유를 허(許)하라고 외치며, 가출하고, 대학을 증오하고, 그래서 ‘십대혁명사업’에 몰두하자고 선동하는 데 모든 노력을 바친다. 혁명적이라고 아니, 그 정반대였다. 이 영화들은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지난 이십년 동안 세상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게 아무리 비관적이어도 이제 더이상 이런 일을 덮어두면 안 된다. 그것이 인과관계라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물론 많은 미래의 시네아스트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단지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역사의 천사라고 부르는 것은 기만이다. 나는 돌아보고 다시 거듭 돌아보았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의 한국영화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무시무시한 원인으로 더이상 떠밀리는 것을 거절하고, 남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찾아가는 영화들을 간절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다행히도 여전히 희망은 끈질긴 것이어서, 그중 몇편의 영화들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말하자면 조대완 학생의 <음악에>는 내게 그중의 한편이었다. 피아노를 배우는 한 소년이 집에 돌아와 비디오를 본다. 그 비디오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였다. 심드렁하게 보던 이 소년은 점점 이 영화에 빠져든다. 영화는 흘러가고, 소년은 잠이 든다. 그리고 저 문제의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유봉과 동호, 송화가 걸어가는 그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그 장면을 들여다보아도 그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거기 그 길을 그 소년이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은 그들 가족이 떠돌던 진도와 완도의 길을 따라 걸어간다. 그 유랑길이 끝날 무렵 소년은 깨어난다. 그리고 일어나 피아노 앞에 앉는다. 망설이던 소년이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순간 거기서 우리가 듣는 것은 가야금 소리이다. 물론 상영시간 25분의 이 영화에는 많은 약점이 있으며, 당연히(!) 서투르게 이루어진 영화의 완성도가 보는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10>에서 한 것처럼, 자기 자신이 연출과 각본, 촬영, 녹음, 편집, 그리고 주연까지 하면서 카메라 한대를 들고 힘겹게 저 남도를 돌면서 자기 자신의 안으로 떠나는 여행길이 있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원 맨 밴드’영화이다. 그 안에서 하여튼 조대완 학생은 자기를 찾아가고 싶어한다. 그 여행길은 매우 쓸쓸한 것이었으며, 그 꿈은 전적으로 바깥의 유혹으로부터 단호하게 눈돌려 자아의 유혹에 몸을 내 맡긴 채 그것이 이끄는 대로 그 무언가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대부분의 단편영화들이 바깥으로 향하는 동안 이 영화는 안을 향해서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다. 그 안에서 이 영화는 느릿느릿하게 사유한다. 여기에는 뭐라고 말하기 힘든 그 자신의 진정성이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나는 조대완 학생이 궁금해졌고, 이 소년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어린 시네아스트의 발견이라는 투의 상투적인 호들갑이 아니라, 십대영화의 시대정신과 그 안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그의 생각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귀기울여 들으면서 우리의 미래를 응원하기 위해서이다. 이제는 말을 바꾸어야 한다. 십대영화는 서둘러 도착한 우리의 미래영화이다.

정성일  영화를 처음 만들어본 건 언제예요

조대완  본격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전에, 청소년영상제작캠프에서 3박4일 동안 6분짜리를 여럿이서 만든 적이 있고, 그 단체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작업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정성일  <음악에>를 같이 작업했던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이에요

조대완  <음악에>는 완전히 혼자서 했어요. 원래는 학교 영화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 촬영지가 진도이다보니, 친구들 집안에서 반대를 했죠. 여름방학 때 진도에 가서 혼자 찍었어요.

정성일  진도에는 누가 계셨나요

조대완  어머니가 계세요. 몸도 좀 안 좋으시고 해서 도시에 살기가 불편하다, 하시던 차에 진도에 우연히 가게 되셨고, 그곳이 좋아서 아예 살고 계세요.

정성일  그러면 영화구상은 진도에서 한 건가요

조대완  어머니가 진도에 계시고 그곳 풍경이 좋고 하니까 거기서 영화를 찍어볼까, 했어요.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진도에 가서 썼고요.

정성일  촬영은 몇회에 걸쳐 했나요

조대완  집에 있는 장면은 하룻밤을 새워서 일산 집에서 찍었고요, 진도와 완도를 오가며 찍었는데, 진도 하루, 완도 하루 이렇게 이틀 걸렸어요. 콘티없이 자전거 바구니에 카메라 넣고 삼각대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여기 경치 좋다’ 그러면 즉석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삼각대 세우고 찍고, 그렇게 했어요.

정성일  <서편제>를 제일 처음 본 건 언제였어요

조대완  제가 1985년생이거든요. <서편제>는 굉장히 어렸을 때 개봉한 영화라서 극장에서는 못 보고, 나중에 텔레비전에서 봤어요. 처음엔 별다른 감흥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학교에서 다시 볼 기회가 있었어요. 국어교과서에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가 있어서 수업시간에 <서편제>를 교실에서 단체관람했죠. <서편제>는 원래 보고 싶던 영화였어요.

정성일  원래 왜 보고 싶었나요

조대완  제가 학교에서 영화동아리를 만들면서 동아리 이름도 ‘bleeding eyes’(피흘리는 눈)이라고 지었어요. 청소년들이 가진 한 같은 것을 영화로 표현해보자는 의도에서였어요. <서편제>가 예술을 위해 한을 품는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정성일 <음악에>도 그런 십대의 한이 들어 있는 영화인 셈인가요

조대완  음, <음악에>는 단소는 못 불고 피아노는 잘 치는 학생의 얘기예요. 단소 시험을 앞둔 학생이 연습은 않고 걱정만 하다가 <서편제>를 보고 감명을 받은 뒤 <서편제>의 꿈속으로 빠져드는 내용인데, 꿈이 ‘너 한번 한을 느껴봐라’ 하는, 일종의 벌 같은 거죠.

정성일 그 내러티브가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졌거든요.

조대완  <서편제>에서 주인공들의 여정은 한의 길이잖아요. <음악에>에서 저는 주인공이 <서편제>의 여정을 따라 길을 걷는 것을 우리 음악을 소홀히 여긴 것에 대한 조상들의 벌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정성일 한치고는 영화가 너무 예뻤던 것 같지 않나요. 이를테면 임권택 감독은 끝내 한을 풀어 없애지 않잖아요. <음악에>는 그게 그냥 쉽게 풀려버린 게 아닌가.

조대완  만약 주인공이 나중에 단소 연주를 잘하게 됐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꿈에서 깨어나고 나서도 단소를 잘 부는 건 아니거든요. 대신 피아노를 치는데 가야금 소리가 나오는 장면으로 여운을 남겼죠.

정성일 국악에 대한 관심이 많나봐요. 국악에 대한 관심이 어디서 시작됐어요

조대완  어머니가 국악을 하세요.

정성일 그럼, 한편으로 <음악에>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면도 없지 않아 있겠네요.

조대완  네, 그런 면이 있어요.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하시는 국악보다 대중음악을 좋아했는데, 계속 국악을 많이 듣는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까 국악이 좋아지더라구요. 지금은 여러 종류의 음악을 폭넓게 듣는 편이에요.

정성일 <음악에>에서 다른 종류의 음악을 만나게 한 것도 취향의 반영일 수 있겠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음악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를 택한 이유는 뭐예요. 음악을 본인이 해볼 생각은 없었나요

조대완  네,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음악을 직접 하기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았고, 연극영화쪽은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나의 길, 두 가지 풍경

정성일 어떤 영화를 좋아해요

조대완  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액션블록버스터영화로 시작됐어요. 오우삼 감독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좋아했는데, 오우삼 감독이 샘 페킨파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샘 페킨파 영화를 보게 됐어요.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를 굉장히 재밌게 봤어요.

정성일 샘 페킨파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 속에서 <서편제>라는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샘 페킨파와 임권택, <와일드 번치>와 <서편제>는 어떻게 만날 수 있나요

조대완  글쎄요…. (웃음) 거의 출발점이 다르죠.

정성일 보통은 첫 영화를 찍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따르게 되는데, <음악에>에서 샘 페킨파의 스타일은 거의 느낄 수 없었어요.

조대완  액션영화는 찍기가 기술적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션 연출에 소질도 있질 않을 뿐더러…. 제가 사실은 몸을 잘 못 써요. 굉장히 게으르고 느릿느릿해요.

정성일 조대완 학생이 생각하기에 임권택 감독은 어떤 사람인 것 같나요. <음악에>라는 영화에 <서편제>를 끌어 안았을 때에는, 조대완 학생 방식으로 그 영화의 내면을 봤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조대완  임권택 감독님 영화는 <서편제> <춘향뎐> <장군의 아들> 딱 3편밖에 안 봐서….

정성일 98편 다 보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 몇명 안 돼요. (웃음) 제가 사실 임권택 감독님을 계속 인터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음악에> 얘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막 웃으시더니 “그 한번 영화를 보고 싶구만” 하시더라구요. 제가 한번 기회가 닿으면 감독님께 보여드릴 생각인데.

조대완  임권택 감독님 영화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영상과 이야기가 어떻게 그렇게 마음에 와닿을까. 왠지 모르게 끌려요.

정성일 오히려 김지운이나 허진호나 박찬욱 감독 영화들이 더 끌리지 않구요 조대완 학생 세대의 영화연출 지망생들과 얘기해보면 주로 그 이름들이 거론되지 임권택 감독 이름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그런 것은 조대완 학생이 처음이에요.

정성일 <서편제>의 그 길을 실제 봤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

조대완  글쎄, 왜소해 보였어요. 굉장히 먼 길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 안 길어 보였어요.

정성일 <서편제>에서 그 장면을 봤을 때 느낌은

조대완  그 장면만 딱 떼어놓고서는 사실 주인공들간의 관계를 볼 수가 없어요. 동호와 유봉, 송화와 유봉, 송화와 동호의 복잡한 관계들이. 하지만 힘든 길을 가는 와중에 ‘놀아본다’는 것이 <서편제>에서 우리 음악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인 것 같아요.

정성일 촬영지에서는 혼자 돌아다녔나요, 아니면 어머니랑 같이 다녔나요

조대완  혼자 다녔어요.

정성일 좀 이상한 질문일 수 있지만, 어머니가 국악인이고 하면, 여행다니는 주인공을 어머니로 해볼 생각은 안 했어요

조대완  애초부터 그 인물(본인이 직접 주인공 연기를 했다)을 쓰고 싶더라구요. 다른 생각은 하질 않았어요.

정성일 <음악에>에서는 <진도아리랑>을 왜 안 썼나요

조대완  사실 제가 <서편제>의 그 장소를 등장시키는 게 굉장히 위험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서편제>가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장소까지 따라하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거든요.

정성일 근데도 그렇게 한 이유는

조대완  같은 길이지만, 그 길에서 인물이 하는 행위가 <서편제>와 <음악에>는 서로 다르니까요. <서편제>에서는 세 인물들이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그 길을 가지만, <음악에>에서는 주인공 한명이 힘들고 지치고 주저앉으면서 그 길을 걸어오죠.

정성일 <서편제>의 그 장면에서 조대완 학생은 힘들고 지친 가족을 본 건가요

조대완  아니요. 다만 <서편제>와는 느낌을 다르게 만들고 싶었어요. <음악에>에서 저는 많은 길을 걷다 지친 주인공의 힘든 느낌을 표현하려 했어요. <서편제>를 찍은 장소가 굽이진 길이라 그 느낌을 표현하기 적당했구요. 그 장면에서 제가 쓴 음악은 제목도 <나그네>라는, 대금 연주곡이에요.

정성일 임권택 감독은, 만약 그 길이 아니었으면 그 장면을 안 찍었을 거라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만약에 그 끈덕진 길이 아니었다면 5분28초짜리 <진도아리랑>을 쓰지 못했을 거라고. 근데, <서편제>에서 그 장면이 굉장히 이상한 자리에 들어 있어요. ‘유사가족’이 불화에 차 있는 앞신과 이제 이별만이 남아 있는 뒷신 사이에 딱 들어가서 유봉, 송화, 동호 세명이 유일하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숏이잖아요. 유일하게 행복한 숏을 조대완 학생은 딱 끌고 들어왔는데, 조대완 학생의 그 숏은 행복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쓸쓸한 것이었어요.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되게 쓸쓸하게 살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었어요. 남의 영화의 가장 행복한 장면을 끌고 들어와서 자기 영화에서 가장 쓸쓸한 장면을 찍은 거거든요. 저는 여기에 이 연출자의 진정성이 있지 않나 싶어요.

조대완  ….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뭘까”

정성일 지금 쓰는 카메라 기종은 뭐예요

조대완  저는 삼성 8mm를 쓰거든요. SV … 생각이 안 나네요. 제가 그 카메라를 굉장히 하찮게 여겼거든요. 아우 저 고물딱지 그러면서… 근데 <음악에>를 찍고나서 그 카메라를 아끼게 됐어요. 8mm였기 때문에 화면이 더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정성일 <음악에>에 대해 가장 크게 느끼는 불만은 어떤 거예요

조대완  저는 국악에 대한 애착을 더 충분히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것보다 오히려 좋은 영화는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더 담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과연 뭘까, 하는 혼란이 생겨서….

정성일 왜 혼란이 생겼을까요

조대완  사람들 앞에서 나는 무조건 지루한 영화 싫다고 노래를 하고 다녔는데, 만약에 제 친구들한테 <서편제>를 재밌게 봤다 그러면 이상하게 볼 거예요. 그 아이들이 보기엔 <서편제>가 지루할 수 있거든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는데, 괜히 남들이 어려워하고 지루해하는 영화를 내가 만들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해요. 친구들 시각이 더 냉담하거든요.

정성일 왜 그런 것 같아요

조대완  청소년영화를 하는 모든 친구들의 책임이에요. 청소년영화를 하는 사람 중에는 상을 받아서 그 상으로 대학을 가려고 영화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심사위원들 비위 맞춰주는 영화를 다들 만들다보니까 점점 친구들이랑 멀어져요. 우리와 상관없는 얘기가 돼버리고, 그냥 ‘니들끼리 잘난 척해라’ 하는 식이죠.

정성일 정작 의사소통해야 할 커뮤니티 안에서 일종의 게토가 되는 거군요

조대완  네. 그렇다고 그냥 오락적인 영화를 만들면, 애들은 그걸 또 블록버스터랑 비교할 생각을 해요.

정성일 (웃음) 이중의 함정에 빠지는 거군요. <음악에>를 처음 시작했던 아이디어를 저는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 아이디어를 테마까지 밀어붙여 보면 어땠을까, 너무 쉽게 결론을 낸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물론 저는 이 영화 전체가 주는 정서에 충분히 공감했고, 광주에서 본 70편의 영화 중 제가 <음악에>의 손을 들어준 셈인데, 말하자면 그렇게 제가 조대완 학생 편이라는 걸 전제로 하고 말할 때, 또 하나, 편집이 너무 서툴러요. 물론 공부와 훈련을 계속 해야겠지만, 그런 것에 한편으로는 관심없는 건 아닌가요 영화적 언어보다는 어떤 다른 언어에 더 기대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조대완  처음에는 <음악에>를 뮤직비디오로 기획했어요. 그런데 그렇게만 하면 너무 내용없는 영상물이 될 것 같아 스토리를 붙인 거예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영화적인 것보다는 음악에 더 치우친 것 같아요.

정성일 겨울방학에는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요

조대완  지난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옌볜에 있는 자매학교에 갔는데, 거길 따라가서 찍어온 게 있어요. 그걸 겨울방학 때 편집할 거예요. 그리고 시나리오 단계에 있는 다른 작품이 또 하나 있어요. 액션영화구요, 미래를 배경으로, 정치적인 어떤 문제에 대해서 반항하는 학생들을 정부가 억누르는 이야기예요.

정성일 겨울에 아주 바쁘겠네요. (웃음) 끝으로 이런 얘기를 할게요. <음악에>는 아무리 까탈스러운 영화감식자들이라도, 혹은 제 동료들이라도, 또는 영화감독들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보고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근데 끝내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어요. 그래서 조대완 학생의 다음 작품에서는 이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디어로 우리를 깜짝놀라게 하는 것은 본인의 장점이니까 끌어안아야겠지만,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조대완 학생이 예술가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봐요. 제가 기대해도 좋은 거죠

정리 최수임 sooeem@hani.co.kr·

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

디자인 임창숙 n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