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1994.01.13.작품

달콤하게 엮은 ‘운명적로맨스’ 왜 떫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사랑하는 사람을 '운명'적으로 만난다고 믿는 것은 너무 달콤한 생각일까? 로라 에프론 감독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은 90년대에 나온 영화 가운데, 운명적인 로맨스를 가장 황당무계한 방법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보여주는 영화다.

축제에 들떠있는 크리스마스 이브. 약혼자와 함께 부모를 만난 신문기자 애니(맥 라이언)는 혼자서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라디오에서는 고민상담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 프로에 8살 난 어린 소년 조나의 전화가 걸려온다.

소년의 고민은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 아버지 샘 볼드윈(톰 헹크스)과 자신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새 엄마'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조나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 애니는 얼굴도 보지 못한 샘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영화는 미국 서부 맨 끝의 시애틀과 동쪽 끝의 뉴욕 사이를 오가며 불가능해 보이는 '운명적 사랑'을 성공으로 이끈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재능있는 시나리오 작가로 손꼽히는 로라 에프론은 말도 안되는 연애에 마술을 걸어 성공시키는 비법을 알고 있다.

먼저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해서 발렌타인데이에 끝난다.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라면 그 반대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연인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날이며, 발렌타인데이는 가족이 아니라 연인을 위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정확하게 관객의 심리를 계산한다. 연인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는 현실이고, 가족이 연인이 되는 것은 꿈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스토리는 누가 보아도 황당무계한 '억지'이다. 로라 에프론은 이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영화를 진행시키는 대신, 감정으로 이끌어간다. 감정의 밑바닥에는 <해후>를 생각하는 노스탤지아가 깔려있다.

로라 에프론은 레오 맛케리가 연출하고 케리 그랜트와 데보라 카가 주연한 57년 영화 <해후>(An affair to remember)에서 50년대 연인들을 데려온다. 그리고 이 영화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빌려온다. <해후>의 주인공들처럼, 우연히 만나서 성도 이름도 모른 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주인공들은 현대에 살고 있는 50년대 인간들인 셈이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결론은 너무 뻔하고 목표는 서둘러 정체를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로라 에프론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터놓고 고백한 다음 해피엔딩으로 전력질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할리우드 영화의 '독약'일까? 독약같은 현실에서 해피엔딩과 노스탤지아와, 로맨틱한 운명적인 사랑은 뿌리치기 힘든 내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