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1994.02.17.작품

막내린 ‘아메리칸 드림’ 재음미 -「퍼펙트 월드」

완벽한 세상. 모든 사람이 꿈꾸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 세상은 아메리칸드림을 믿었던 시절에는 언젠가 가능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퍼펙트 월드>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없는 시대의 악몽을 그려내고 있다.

1963년 할로윈 데이에 두 명의 범죄자 부치 헤인즈(케빈 코스트너)와 키스가 감옥에서 탈출한다. 마을로 숨어든 두 사람은 일곱살난 소년 필립을 인질로 해서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아버지 없는 결손가정에서 여호와의 증인을 광적으로 신봉하는 어머니와 누나들 사이에서 자란 필립은 말없는 내성적인 소년이다. 부치는 소년에게서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소년의 작은 소망들을 이루어주고 싶어한다.

부치는 자동차를 타고 가며 필립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래는 우리 앞에 있고, 과거는 우리 뒤에 있다. 차가 멈추면 우리는 현재에 있는 거야." 그러나 부치가 자동차를 타고 앞으로 가면 갈수록, 그는 점점 과거로 빠져들어간다.

부치를 쫓는 임무를 맡게 된 노련한 경관 레드 가넷(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과거를 돌아보긴 마찬가지다. 부치가 소년범이었을 때, 그를 문제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감옥에 있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판사에게 형량을 무겁게 내리도록 조언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상습범이 되어버린 부치를 보면서 과거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거듭 반성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는 괴로운 여정에서 가넷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범인을 잡았던 형사 더티 하리와 마주친다.

자동차는 멈추어서고, 주인공들을 한없이 과거로 돌려보내던 시간도 멈추고 현재로 돌아온다.그 시간은 케네디가 암살당하기 22일 전이다. 자신이 꿈꾸는 완벽한 세상을 소년에게 안겨주려 했던 부치와 국민들에게 퍼펙트 월드를 외쳤던 대통령의 운명은 같은 것이며, 그들의 죽음으로 아메리칸 드림은 막을 내린다. 영화는 죽어가는 부치 위로 장례식 또는 월남전을 연상시키는 헬리콥터가 떠오르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렇게 부치와 케네디의 운명,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서로 겹친다. 그리고 부치의 과거와 필립의 현재, 부치의 과거와 가넷의 과거, 부치의 현재와 가넷의 현재, 영화의 배경인 1963년과 영화를 보는 1994년은 서로 겹친다. 또 부치와 가넷은 영화 밖의 인물인 짐 개리슨 검사와 프랭크 경사 그리고 더티 하리와 서로 겹친다.

숨막히게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쫓고 쫓기는 형식의 영화에서, 관객들은 스릴과 긴장 대신, 겹침의 틈새를 명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지나치게 감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감독과 영화와 관객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하는 정말 보기 드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