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mynews』 2000.12.06.본인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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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6.수요일

정성일 프로그래머와의 유쾌한 대화
"난 영화 매니아를 제일 싫어한다"

박지은 기자 pakcine@hotmail.com

영화제 기간동안 단연코 제일 바쁜 사람을 정성일 프로그래머라고 한다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그의 모습을 극장가에서나 게스트 라운지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전주영화제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보니 그의 모습은 스치는 바람처럼 내 옆을 '휘리릭' 지나갈 뿐이었다.

계속되는 심포지움에 매일 아침마다 적어도 세 번씩이나 감독들과 아침을 같이하고 낮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랴 밤에는 게스트와 그외 영화제 사람들과의 술자리로 두세 시간 정도의 눈을 붙이는 게 고작이란다.

지금까지 스물몇 번의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가장 편안하면서 비교적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간 이날(2일 자정 12시) <푸푸, 염세주의자>의 오비타니 유리의 감독과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그의 달변을 들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여느때보다 더 여유롭고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자리가 되었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어서야 자리는 접게 되었고 그래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근처의 호프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당연히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제일 만족스러웠던 자리인지라 정성일 씨의 얼굴은 피곤함의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짤막한 인터뷰 자리도 금방 성사되었다.

전주영화제에서 표방한 대안영화의 컨셉을 자세히 얘기해 달라

"(그의 달변은 익히 들어 알았지만 그렇게 빨리 유창하게 쏟아내는 답변들을 따라 적기가 좀 역부족이었다)모든 영화제의 컨셉이 있듯이 부산영화제나 판타지의 성향이 두드러지는 부천영화제의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이것에 대항하여 얼터너티브한 개념을 찾아 보았다. 얼터너티브 하면 '너바나'를 당연히 떠오르겠지. 당연히 미학적, 시각적, 테크놀로지의 기본개념을 깔고 전주영화제의 컨셉을 잡아나갔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영화는 삶의 진실을 담아내야 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영화가 거짓말을 할 때이다. 영화를 볼 때 감독이 뭐라 하는지 귀 기울여 듣는다. 삶이 아름다워지고 정화시켜 주는 영화가 바로 진실된 영화가 아닐까.

영화는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가 되어야지 영화에 목숨을 걸고 영화를 위해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 매니아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난 그말을 제일 싫어한다.

매니아는 말 그대로 병적이다. 영화를 보고 즐겨야지 병적으로 영화에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병이기 때문에 고쳐야 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애호가라는 말을 즐겨쓴다.(그가 흥분하며 말하는 것이 상당히 즐거웠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꼭 봐야할 영화는 허 샤오시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롱테이크로 처리한 시퀀스와 다음 시퀀스로 넘어갈 때 엄청난 시간으로의 점핑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 가시적인 공간으로의 전환, 시간은 놀랄만큼 빠르다. 그러한 공간과 시간을 부순영화가 바로 허 샤오시엔의 영화이다. 바로 그 시간은 정서적 속도요, 역사적 속도요, 삶의 속도인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들은 그의 작품들을 바라볼 때 인내심을 가져야만 한다. 별로 변하지 않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어떠한 반전도 없고 롱테이크의 지루함으로 일반 관객의 호응을 얻기가 힘든 건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의 작품에서는 엄청난 시간적인 경험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에 있어서 굉장히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난 성질이 더럽다. 일을 하다가 실패하는 건 용서하지만 대충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그러한 사람은 나랑 일할 수 없다. 아마 이런 말을 들은 사람은 금방 나가야 될 것이다.

"당신 정말 지루한 사람이군"이라고.

지루한 건 정말 싫다. 지루한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나까지도 전염되기 때문이다."

정성일 씨의 언변은 언제나 들어도 시원하고 유쾌하다. 개인적인 내 의견으로는 그 볼살, 약간은 심술보가 들은 것 같은 그 볼에서 달변이 나오지 않나라는 자체 진단을 내려보았다

"하하하~ 정말 날 갖고 노는구만. <오 수정>에서 정보석 씨가 내 말투를 흉내내려고 시도했지만 도대체 따라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라디오나 TV에서 내가 하는 말을 편집할 수 없다고 PD들이 날 원망할 정도니. 내 말투가 상당히 튀긴 튀는가 보다."

뒤이은 새벽까지의 술자리에서도 즐거운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의 팬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나 정성일 씨로 말미암아 영화로 향한 시선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사진을 부탁했지만 포옹으로 대신했다.

오마이뉴스에 사진을 못올린 것에 대해 유감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2000/05/04 오후 6: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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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1. 정보석이 아니라 문성근입니다.

최은경, 2000/05/05 오전 11:3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