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1995.05.11.(58호)작품

■ 숨은 비디오 찾기 20

<데레사>

감독: 알랭 카발리에

마음으로 보라

예수를 바라보는 시선, 화면만으로 풀어가

영화를 종교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영화로부터 종교적인 깨달음의 순간을 이끌어내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시네아티스트들이 있다. <잔다르크의 수난>을 만든 칼 데오도르 드레이어, <시골사제의 일기>의 로베르 브레송, <겨울의 빛>의 잉그마르 베르히만, <희생>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영화의 어느 곳엔가에 신의 손길이 담겨 있어서, 카메라로 신의 마음속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속에서 그것을 보았다고 간증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질르 들뢰즈는 그것을 몸의 영화에 저항하는 마음의 영화이며, 이미지의 원이 그려지는 하나(대상)와 그 하나(시선) 사이를 구부러뜨려 하나로 다시 잇는 뫼비우스적 원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이 전통을 에이젠슈테인으로부터 내려오는 유물론적 영화 세포에 대항하는 유심론적 영화 숨결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알랭 카발리에의 <데레사>는 실제했던 수녀 데레사 마르탱에 관한 영화이다. 그녀는 1897년 결핵으로 리지외의 가르델수녀원에서 죽는다. 그 뒤 20년이 지나자 예수의 꽃으로 다시 칭송된다. 그녀의 일기는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고, 이 신비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다시 해석되어 왔다. 데레사는 종교릐 교리 해석에서 매우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물이다. 그것은 데레사의 페르소나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페르소나의 말소와 예수님의 성인록으로서의 주석 때문이다. 그 위험한 인물의 틈새 사이로 알랭 카발리에 감독과 그 딸인 카미유 드 카사비앙카는 분석하는 대신 '스며들기'로 영화 <데레사>의 텍스트 해석을 바꾼다. 데레사의 예수님과의 '정신적 결혼'은 알랭 카발리에와 카미유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는 데레사가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마음의 느린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데레사가 바치는 사랑의 마음을 '화면만으로' 이야기하려고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그래서 <데레사>에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그 다음에는 그것을 보이지 않게 만드려는 미장센으로 기술한다. 이것을 배제의 수사학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동원된 것은 화면 바깥의 목소리와, 그 어휘들에 따라 선별된 화면들의 최소 단위로 배제하고, 지우고, 삭제하고, 없애버려서 거의 남은 것이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 필립 루스로의 카메라는 베르나르 데브엥과 이베트 보나이의 미술에 힘입어서 자연광을 차단하고 아무런 장식없이 그 어떤 다른 해석으로 이끌릴 수 있는 상상의 단서들을 봉쇄하고, 그 모든 관심을 데레사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나 데레사는 움직이지 않고, 그 대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속삭이고, 참회하고, 결심하는 마음만을 갖는다. 이 영화를 이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며, 그 대신 그 어떤 다른 것도 원치 않는다.

이것은 마치 깨지지 쉬운 접시 위에 올려놓은 꺼지기 쉬운 촛불 같은 영화다. 거기서 끝까지 타오르는 촛불의 빛은 보는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줄 것이며, 그것은 영화를 통해서 자기 자신의 마음 속의 흐름을 따라가는 드문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은 모든 종교적인 지혜가 그러하듯 참을 수 있는 이들에게만 줄 것이다. 영화는 때로 마음으로 봐야하는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