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식』 1993.07.28.작품

데니스 호파의 압도적인 연기 볼만
모튼과 잔켈 부부감독의『슈퍼마리오』

좋은 영화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듣지만 거기에는 정말 대답이 없다. 그건 모든 이들의 각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신 나쁜 영화의 기준이 무엇이냐에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첫번째, 뻔한 스토리, 시작한지 5분이면 결론이 나고 나머지 1시간 40분동안 지지부진하게 확인해야하는 그 지루한 과정을 참아내야하는 영화.

두번째, 무언가 눈속임을 쓰려고 애쓰지만 사실상 거기서 새로운 것이란 아무것도 없고, 그것도 그나마 어디선가 베낀 것이 분명한 영화.

세번째, 감독과 그의 스탭과 배우들이 멋대로 제작비를 낭비하고 심지어 주어진 조건 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결국 좌절감만 안겨주는 영화.

록키 모튼과 애나벨 잔켈 부부 감독이 함께 연출한『슈퍼마리오』는 이 모든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희귀한(?) 예이다. 이 영화는 정말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우선 완전할 정도로 다듬어진 스토리콘티(시나리오가 아니라)가 있었다. 닌텐도사에서 만든 컴퓨터 게임 '슈퍼마리오'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게임 스토리 중 가장 재미있는 걸작중의 하나였다. 둘째, 이 영화를 위해서 컴퓨터 회사들이 총동원 되었으며 카메라와 이미지의 합성에 관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개발되어 금년 초부터 온갖 영화지를 도배하다시피 했었다. 세번째, 스필버그의『쥬라기공원』과 함께 공룡 신드롬이 불기 시작했고 그래서 아무리 실패해도 그 덕을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거기서 튀어나온 것은 '슈퍼마리오' 비디오 게임을 가장 재미없는 방식으로 시나리오에 담아 놓았고, 시각적인 흥분도 그저 기술적인 차원 이외에 영화미학적인 새로운 언어로 발전시키는데 아주 철저하리만큼 실패하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닌덴도사와 월트디즈니 사이에서 저작권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디즈니가 캐릭터(마리오형제와 데이지 공주, 공룡 굼바등)를 사기는 했으나, 닌텐도사로 부터 일체의 스토리는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디즈니가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우선 이 영화를 보러 올 관객들은 비디오 게임의 연장(시뮬레이션의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따라서 지나칠 정도로 슈퍼마리오게임으로 부터 벗어난다면 거기서 괴리감을 느끼거나 배신감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필버그의 공룡이야기『쥬라기 공원』이 뒤를 쫓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공룡 주인공 영화로 끌고 갈 수도 없는 형편에 빠진 것이다.

그 결과『슈퍼마리오』는 이도저도 아닌 함정에 빠진 것이다. 다만 지하왕국의 폭군 쿠파를 연기하는 데니스 호파가 압도적인 박력으로 침몰하는 영화에 마지막 등불이 되어준다. 만일 데니스 호파와 밥 호스킨스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이 영화를 어떻게 끝까지 볼 수 있었을까?

『슈퍼마리오』의 실패에는 교훈이 있다. 그것은 이제 영화와 컴퓨터 게임이 이복사촌형제가 되어가고 있을 만큼 뉴 미디어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으며, 영화가 그 게임의 기원이 되지 않는다면 (금년 가을에『쥬라기 공원』게임이 출시된다) 그 자본의 논리에 의해 성공작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