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1997.07.10.작품

프라이트너 - 등골이 오싹 '공포특급' 더위가 저만치 가네

첫 장면. 스산한 바람이 불고 어두운 밤. 불도 꺼진 집에 한 소녀가 갇혀 있다. 그리고 백발의 할머니가 무서운 눈길로 사방을 둘러본다. 집 여기저기에서 혼령들이 출몰하고 이싸. 카메라는 그 누군가처럼 계단 위를 미끄러지듯이 타고 넘으며 소녀를 향해 덮쳐 달려간다. 이미 비명지를 순간을 놓친 셈이다.

피터 잭슨의「프라이트너」는 정말「겁나는」영화다. 이 뉴질랜드에서 온 악동은 황당무계한 SF영화「고무인간의 최후」와 100명도 넘는 좀비를 잔디깎는 기계 맹글러로 모조리 사지절단하는「데드 얼라이브」, 그리고 집을 떠나기 위해 어머니를 때려죽이는 소녀들의 이야기「천상의 피조물」로 공포영화에서 그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할리우드에 초대받은 인물이다. 그리고「프라이트너」는 피터 잭슨의 할리우드 인사말이다.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의문의 죽음이 계속된다. 그리고 무덤에는 항상 엉터리 영매술사 프랭크(마이클 J 폭스)가 나타나 명함을 돌린다. 그래도 아주 엉터리가 아닌 것은 그가 저승에 가지 못한 영혼들을 이끌고 밉지 않은 사기행각을 벌이는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영매를 하러 간 부부 집에서 남편의 이마에 숫자가 쓰여진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음날 그 남자는 죽는다.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검은 망톨르 걸친 악령이 심장을 꺼내가는 것을 목격한다. 프랭크는 이 악령이 오래 전에 사형당한 연쇄살인마이며, 그가 죽어서도 기록을 갱신하기 위하여 연쇄살인행각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프랭크는 살인귀와 쫓ㄷ고 쫓기는 추격전을 시작한다.

피터 잭슨은 이 기이한 추격전을 종잡을 수 없이 쫓아간다. 예상은 계속 빗나가고, 항상 사건은 속임수의 연속이다. 말하자면「프라이트너」는 이미 공포영화광임을 자부하는 당신에게 계속 시비를 걸고, 예상치 않은 허를 찌르는 반칙게임이다. 마치「사이코」처럼 시작한 영화가「나이트 메어」처럼 방향을 틀고 적당히「X파일」흉내를 내면서「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처럼 달리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불현듯 올리버 스톤의「(타고난) 살인자들」이 된다. 부분적으로는 스탠리 큐브릭의「샤이닝」이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제리 주커의「사랑과 영혼」의 패러디도 계속된다. 피터 잭슨은 급경사의 순간마다 엉뚱한 골목으로 전속력을 다해 급커브를 돌고, 그 때마다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영화는 시침 뚝 떼고 딴 영화가 되어버린다.

이 영화는 무시무시하긴 하지만, 그러나 제목처럼 겁이나 주자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피터 잭슨은 할리우드 SFX 특수효과를 한껏 즐긴다. 그는 여기서 심각한 공포영화의 가족주의와 타자의 변증법을 동원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독일 거리영화의 공포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유령은 사방에서 출몰하고,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이웃으로부터는 의심 받고, 악령으로부터는 천기누설한 대가로 쫓긴다. 지붕을 뛰어넘으며 생명을 앗아가는 악령의 등장은 섬뜩하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벌이는 추격전은 피가 난무하는 유혈참극이다. 그는 사방의 귀신들과 이웃하여 살고 있는 살인자들의 나라 미국에 대해 한껏 부풀려 이야기한다. 여기저기서 귀신들이 웅성거리고, 묘지 유령들을 지휘하는 것은 해병대 출신 귀신이며(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 중앙 정부에서 파견되어 온 FBI 바보는 진심으로 초자연 현상을 찾아다니고,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악당은 연쇄살인범 귀신이다. 피터 잭슨은 이 귀신 이야기를 히치콕의「사이코」를 원본으로 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뒤틀어 자기 방식으로 끝내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영화는 번번이 다른 이야기처럼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변주하고 닥치는 대로 공포영화들을 끌고 들어와 베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우스운 것은 귀신들이 모두 공포영화의 전통 속에서 자기의 원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철학이 없다. 역시 대가를 뛰어넘기란 힘든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