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1998.06.18.작품

여고괴담 - '교육현실' 꼬집은 아름다운 귀신이야기

잘 알려진 이야기. 한 여고생이 야자(夜自)―이 말의 뜻을 모르면 영화는 물론 이 글도 재미가 없을 것이다.「야간 자율학습」이다―를 끝내고 집에 오는데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지날 때면 늘 누가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는 엄마에게 마중을 부탁했다. 문제의 7층을 지나면서 딸이 엄마에게 말했다.『엄마, 여기를 지날 때면 누가 날 보는 것 같아』그러자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네 눈에는 내가 엄마로 보이니?』

이 이야기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입시 앞에서 엄마조차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수험생의 고독함이며, 또 하나는 그들이 처한 상황은 괴담에나 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겁이나 주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박기형감독의 데뷔작「여고괴담」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뒤집어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교에서(그러니까 그 모든 곳에서!) 고3 담임선생「늙은 여우」가 목을 매달아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학교는 쉬쉬하며 새로운 담임으로 징그러운 남자 선생「미친 개」에게 학급을 맡긴다. 이 반에는 늘 전교 1등을 하는 소영, 만년 2등 정숙, 공부는 못하지만 밝고 명랑한 화가 지망생 지오, 그리고 그 친구 재이가 있다. 이 학교 출신으로 9년만에 교사가 되어 돌아온 은영(이미연)은「늙은 여우」의 죽음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녀가 죽기 전에 뒤졌다는 졸업앨범을 찾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앨범들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미친 개」도 실종된다. 3학년 3반의 학생 중 누군가가,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떠도는 원한맺힌 귀신인 것이다. 누가 귀신일까? 그리고 왜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떠도는 것일까?

박기형은 공포영화의 게임을 잘 알고 있다.「여고괴담」의 절반은 미스터리이고, 그 나머지 절반이 되어서야 그 스스로 괴담영화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 절반 동안 우리는 소영과 정숙, 지오와 재이 중 누가 귀신인지(게다가 네명은 돌아가며「내가 귀신일지도 몰라」라는 표정을 짓는다. 문제는 정말 귀신 배역을 맡은 아이가 지나칠 정도로「나는 아니야」라는 표정을 짓는다는 점이다) 고양이와 쥐의 게임을 벌여야 한다. 물론 이 영화에도 번개가 내리치고, 과장된 음악이 비명처럼 예상하지 않은 순간에 겁을 주기 위해 배치됐다. 텅 빈 복도가 이유없이 이어지고 연기자들은 몸으로 SFX 특수효과를 대신한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공포영화에서 지겹게 보아온 것이고 여기서도 예외없이 진부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게임에 몰두해 있는 동안 (이 영화에서 정말 훌륭한 것은) 박기형은 단 한번도 학교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정말 귀신은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죽이는 이 무시무시한 제도 교육의 살인적인 구조야말로 괴담이 아니겠는가 하고 반문한다. 아무도 도망칠 수 없는 학교는「여고괴담」에서 온통 증오와 분노로 가득차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살아남고 졸업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이것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끔찍한 복수극이나 해피엔딩 대신 슬픈 이별로 마무리지어지는 이유다.

귀신은 떠나가고, 산 자들은 텅 빈 교실에 남는다. 그리고 그 교실 위로 마치 눈물을 흘리듯 피가 흘러 내린다. 교실은 울고 있다. 학교에서 죽어간 수많은 아이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공포가 현실의 알레고리라는 비판은 여기서 더없이 진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