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 1996.08.16.작품

롤랜드 에머리히 '인디펜던스 데이'

외계인VS지구인 '한판승부' 공상과학·상상력 총동원… 할리우드영화

주연/윌 스미스, 제프 골드블럼

7월2일, 달표면에 꽂힌 성조기가 거대한 비행물체(직경 5백50Km, 무게 달의 4분의 1)의 그림자에 가리운다. 비행물체는 달을 지나서지구로 접근해 간다. 그리고 세계의 주요도시 상공에서 속도를 멈춘다. 비행물체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지구인들은 숨막히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7월3일, 비행물체는 일제히 공격을 개시한다. 지옥의 불기둥같은 열광선으로 순식간에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워싱턴의 백악관,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잿더미가 되고, 수천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도망갈 곳을 찾지만, 안전한 장소는 어디에도 없다. 속수무책으로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난 다음에야 과학자들은 비행물체를 조정하는 장본인이「에어리언」을 닮은 외계인이며 그들의 목표는 지구의 정복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이제 생존자들이 외계인들에게 반격을 개시할 순서가 다가온다.

7월3일의 장면까지 보면,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 6일 만에 1억달러의 수입을 올려 9일 만에 1억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인「쥐라기공원」의 기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수긍이 간다. 거대한 비행물체가 서서히 하늘을 가리고 지구인을 공격하고 자동차가 휴지조각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면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그런데 그뿐인가! 전투기가 거대한 비행물체를 공격하는 장면과 전투기와 우주선이 쫒고 쫒기는 장면은「스타워즈」의 속도감과 박진감을 능가한다.

그러나 과장된 공상과학의 상상력과 관객들에게 오락을 제공하려는 서비스 정신이 충만한 영화를 유쾌한 기분으로 맛보려면 완전히 머리를 비워버려야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미국대통령은 외계인을 무찌르는 데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모여든 지원자들에게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7월 4일은 더 이상 미국인만의 기념일이 아니다』고 선언한다. 지구인의 승리로 끝날 것이 뻔한 결말을 눈앞에 두고, 독일에서 건너온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할리우드영화는 7월4일이 세계의 독립기념일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세계 인류가 일치단결하면 아무리 가공할 만한 외계인의 공격도 격파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화면에는 미국의 도시들과 미국인들만 득실거린다.

사실 영화는 인류의 화합보다 미국의 골치아픈 인종문제를 가리는데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블록 버스터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흑인배우 윌 스미스가 주인공에 해당하는 스티브 힐러 대위 역을 맡고 있다. 그는 외계인을 생포하여 사막에서 질질 끌고다닐 정도로 용감무쌍하며, 처음 타보는 외계인의 우주선도 자유자재로 조정한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의식했는지, 미국대통령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인다. 외계인을 무찌르는 단서를 제공하는 컴퓨터 천재 데이빗은 할리우드 영화가 언제나 선호하는 인물이다. MIT를 졸업한 그는 성공에 대한 욕심없이 조금만 케이블 방송국에서 평범하게 살다가 기회가 오자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영웅이 된다.

그럼에도 지구를 초토화시키던 비행물체가 가루가 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 효과를 안겨준다. 더욱이 적이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고, 인류가 단결하면 무찌를 수 있으니 안심이 된다. 보잘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의 희생으로 지구를 구하는 대목은 흐믓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