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1994.08.작품

영화감상/ 아이 러브 트러블

모험과 사랑 그리고 특종!


헐리우드 영화의 유명한 공식. 모험, 또 모험, 그리고 사랑 또 사랑. 헐리우드에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을 수만 있다면 그 다음은 무조건 ‘해피 엔딩’이다. 지금 미국에서 ‘함께 저녁식사 하고 싶은 여자’ 1위로 선정된 ‘프리티 우먼/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와 터프 가이 닉 놀테가 공연한 ‘아이 러브 트러블’은 그것을 증명해주는 모험 로맨스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정체 불명의 사내가 만년필 속에 의미심장한 필름을 몰래 숨긴다. 그리고 가방에 총을 넣고는 무언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열차 역으로 향한다. 그날 저녁 신문에는 그 열차가 전복되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이제 현장에 출동할 사람은 둘 중의 하나이다. 경찰이든지 아니면 신문기자. 시카고 크로니클의 명칼럼니스트이자 일급 민완기자 피터(닉 놀테)는 반은 심심풀이, 나머지 반은 회사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현장으로 나간다.

그리고는 현장에서 경쟁지에 막 입사한 신참 여기자 사브리나(줄리아 로버츠)를 만난다. 미모에다가 신입 기자들이 갖는 신선함에 이끌려 피터는 그녀에게 말을 건다. 자기 이름만 대면 깜짝 놀라 함께 저녁을 먹자고 졸라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그게 천만의 말씀이었다. 사브리나는 ‘대기자라고 너무 잘난 체하지 말고 좀 겸손해보시지요’라고 쏘아붙인다.

피터는 속으로 ‘건방진 신참’ 하며 돌아서지만 진짜 한 방은 그 다음날 조간에 기다리고 있었다. 별 사건 아니라고 생각한 피터의 취재와는 달리 다음날 경쟁지 시카고 글로브에는 사브리나 취재로 ‘특종! 열차 전복의 숨은 진상’이 실리게 된다.

이제 정신이 번쩍 든 피터는 반격에 나선다. 사브리나도 만만치 않다. 그녀는 패기와 여자라는 무기로 상상치 못했던 취재원들을 확보하고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두 명의 경쟁자들은 동시에 한 명의 ‘결정적’ 취재원과 선이 닿는다. 함께 달려가 취재원을 만나려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두 명을 해치우려는 음모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위기를 벗어나면서 피터와 사브리나는 이 사건이 그저 단순한 업무과실상의 열차 전복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사고이며, 게다가 열차 안에 탄 승객 중의 누군가를 해치우기 위해서 벌인 잔인무도한 음모라는 것까지 알게 된다.

우선 ‘아이 러브 트러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사 터치 스톤(Touch Stone)이다. 이 영화사는 월트 디즈니의 계열회사로 ‘성인용’ 디즈니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 러브 트러블’은 어른들의 꿈과 환상을 그려낸 코미디 판타지이다.

‘아이 러브 트러블’은 동시에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은 ‘나는 사건에 말려들고 싶어요’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 ‘나는 사랑에 빠지고 싶어요’로 읽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본론인지는 관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찰스 샤이어 감독이 ‘아이 러브 트러블’을 연출하기 전에 팬들에게 약속한 것은 ‘액션만 있고 낭만이 없는 다이 하드 아류의 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것. 터치 스톤 영화사는 ‘성인용’ 디즈니 영화를 만들면서 살인이 벌어지고 음모가 연이어져도 결코 피가 낭자하게 흐르는 폭력물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 말하자면 디즈니 세대의 성인 관객들에 대한 팬 서비스라고나 할까?

그러나 고육지책 끝에 기존 헐리우드의 ‘남자 스타’ 중심의 액션영화 대신 ‘여자 스타’ 중심의 액션영화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디즈니조차 ‘아이 러브 트러블’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역시 여자가 아니라 남자에게 양보(?)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헐리우드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보수주의자들을 염려하지 않게 만드는 안전장치이다. 만일 그렇다면 ‘아이 러브 트러블’은 정말 ‘말썽 일으키기를 사랑하지는 않는 셈’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