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개, 폐막작 및 상영작 소개
개막작 :엠마누엘 미에 외 9명의 <가정폭력을 말하라 : Dix Films Pour En Parler>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늘 그렇듯이 '대단한' 사건들뿐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면역이 생긴 걸까. '웬만한' 여성 폭력에 대해서는 놀라지 않을 뿐더러 의식하고 있지도 못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들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랑’이라는 말로 은폐된 채 겉으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치명적인' 폭력을 우리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서울여성의전화는 오는 5월 16일(수)부터 19일(토)까지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친밀한 그러나 치명적인'을 통해 이처럼 가까운 관계 속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주제가 있는 영화제, 소통하는 영화제, 함께 만들어 가는 영화제, 행동하는 영화제, 즐기는 영화제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번 행사에서는 ‘친밀한, 그러나 치명적인’ 대 주제 아래 ‘나, 마주하다’, ‘그래도, 살고있다’, ‘오늘, 피어나다’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관련된 7개국 33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그 중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작 <가정폭력을 말하라 : Dix Films Pour En Parler>는 “가정폭력에 대해서 말하십시오. 당신은 이미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10명의 프랑스 감독들이 제작한 단편작품 모음이다. 엠마누엘 미에 외 9명의 감독들의 각 작품은 열 명의 여성 중 한 명이 가정폭력에 희생당하고, 사흘마다 한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한다는 믿지 못할 프랑스의 현실 앞에서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에게는 침묵을 깰 수 있는 계기와 대중의 의식 환기 및 예방적 차원에서 제작되었다. 짧게는 1분 30초 길게는 3분여로 구성된 각기 다른 감성의 작품 속에서 가정폭력을 다룬 감독들은 가정폭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원봉사로 작품연출에 참여하였다.
개막작 외에도 주제가 있는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는 세 가지의 소주제 아래 국내외 수작들을 상영한다.
첫 번째 주제 '나, 마주하다'에서는 데이트 강간의 개념이 무엇인지, 아내 강간과 관련해서는 어떤 점이 논란거리가 되는지를 다룬 <친밀한 강간 : Acquaintance Rape>, 가사노동 분담과 아내의 재취업 문제로 갈등하는 부부의 논쟁을 비추는 <당신과 나 사이>,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출품 공모 선정작 <그런 Day>등 폭력이 아니라고 이야기되지만 분명 폭력적인 불쾌한 경험들을 대면하는 8편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주제 '그래도, 살고있다'에서는 폭력 관계에 놓인 여성들에게는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식들이 분명히 있음을 보여주는 12편의 영화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미 유엔인권이사회에도 제출되어 보고 된 바 있는 ‘명예살인’에 대하여 실화에 기초하여 만든 <아침에 : In The Morning>, 고된 일과 살림을 하며 엄마로, 마누라로 어쩔 수 없이 아줌마로 살기를 강요받는 남정순의 하루하루를 그린 <남정순, 엄마누라줌마>등이 그것이다.
세 번째 주제 '오늘, 피어나다'에서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들의 당당하고 힘찬 이야기를 담았다. 험한 세상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운 감독 상드린 베시세(Sandrine Veysset)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영화로 만든<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 Will It Snow For Christmas?>, 여성과 정신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영화 <미친 여성들과의 대화 : Dialogues With Mad Women>, 같은 이름이지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유쾌한 다큐멘터리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 : The Grace Lee Project>,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근친강간, 유아성폭력의 생존자들에게 강요되는 침묵 속에서 여성의 몸에 남은 상흔을 담아낸 <더 워시: 클리닝스토리 - The Wash: A Cleaning Story> 등 13편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은 여성폭력문제 관련 단체에서 오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제작된 알레트 소바쥬(Arlette Sauvage)의 다큐멘터리 <인생, 당신도 알겠지만: La vie voyez-vous>이다. 영화 속 세 여인은 그들이 겪은 가정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이들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난 후 어떻게 스스로 자기애를 찾아 가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모로코 국제 인권 영화제 공식 선정 작품 중 하나로 상영되기도 했다.
특별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제 59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6명의 여자배우들이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 : Volver>과 서울여성의전화에서 제작한 제1회 여성인권영화제 폐막작 <앞치마 :Apron> 다시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와 전시, 영상전, 평화마을축제 등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는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영화제, 그 가능성에의 도전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www.fiwo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