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리플을 달기에 별다른 반응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오랜만에 들른 기념으로 제 생각을 몇 자 적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님께서 지적하신 정성일 씨의 영화에 대한 시각에 대해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성일씨의 영화에 대한 시각만으로 보자면
어느 부분은 그의 지적이 틀렸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지적이라기 보단 몇년후의 영화계 흐름을 예견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홍콩영화에 대한 많은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블레이드2나 와호장룡 같은 영화를 보면 그의 예견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고 이들 홍콩영화의 기법들이 지금은 엄연히 영화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성일 씨가 홍콩영화에 대한 애정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을 기억합니다
(물론 홍콩영화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들을 섭렵한 흔적들이 역력하지요).
"저는 정말 많은 홍콩영화를 보았습니다. 개봉되는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비디오로 본 것까지 포함한다면 책임질 수 없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에서 했던 말로
기억합니다).
정성일씨는 오래 전부터 홍콩영화의 몰락을 우려해 왔습니다. 한 영화가
한 번 뜨면 비슷한 아류작들이 줄줄이 만들어져 나오는 당시 홍콩영화의
현실을 보면서 그는 홍콩영화만의 특징을 담아낼 수 있었던 홍콩 나름의
시스템이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거죠. 이것은
현재 홍콩영화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내용과 다른 내용이 전혀 없지요.
님께서 지적하신 내용은 아시다시피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홍콩영화에 열광하던 새로운 세대들이 점차 헐리우드
영화 제작에 관여하게 되면서부터이고, 다른 하나는 홍콩과 중국의 영화
시스템 관계자들이 헐리우드로 진출했기 때문이겠지요.
간단히 말하자면, 홍콩과 헐리우드 시스템의 잡종교배가 님께서 말씀하신
결과로 나타난 것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헐리우드 시스템은 여전하지만,
홍콩은 망해버렸다는 거지요. 정성일 씨가 지적한 것은 바로 홍콩 시스템의
몰락이지, '홍콩영화다움'이 완전히 위기에 처할 거라고 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정성일 씨의 영화 제작에 관해.
충무로에는 이른바 실행과 완성여부가 미스테리인 프로젝트가 떠돈다고
합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정성일 영화 제작' 프로젝트입니다.
언젠간 영화를 만들 거라는 소문은 끊임없이 돌고 있지만, 정작 누가
돈을 댈 것인가가 문제라는 거지요. 또 그 사람이 만든 영화를 과연
누가 볼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론 정성일 씨가 키노 편집장 직을 그만 두면서 엔드크레딧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 가운데 하나가 "미뤄두었던 시나리오 쓰기"
라고 적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상 믿거나 말거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