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씨에 대하여 가장 궁금한 점

박지훈 2002.10.13 17:46 조회 수 : 939

10여년 전부터 정성일씨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잡지책에서 직접 영화평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실 영화잡지책을 사서 볼 정도로 그리 영화광은 아니고, 직업상 영화를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통해서 정성일씨를 알게 되면서 이 사람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었다. 그때 느꼈던 생각이 이 분은 영화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그것이 단순히 영화평론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이고 직업상의 이유에서가 아닌 영화가 자신의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정성일씨의 영화에 대한 생각, 감독에 대한 생각, 배우에 대한 생각들이 모든 면에서 나에게 공감을 얻어낸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었고, 내가 모르는 많은 영화에 대한 궁금함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그 영화를 구하거나 영화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뜬눈으로 인터넷을 헤매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성일씨의 영화에 대한 시각만으로 보자면 어느 부분은 그의 지적이 틀렸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지적이라기 보단 몇년후의 영화계 흐름을 예견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홍콩영화에 대한 많은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블레이드2나 와호장룡 같은 영화를 보면 그의 예견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고 이들 홍콩영화의 기법들이 지금은 엄연히 영화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정성일씨에 대하여 가장 궁굼한 점은 다름아닌 이 분은 왜 영화를 직접 만들지 않는 가 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그건 아니겠고...

예전에 김수희씨가 자신의 돈으로 직접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지만, 그렇게 무모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린애의 치기에 가까운 것이고, 영화를 만들 자본이야 끌어다 쓰는 것이겠고, 정성일씨가 라디오나 컬럼에서 많이 지적했던 것처럼 자신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그도 영화제작을 직접 해봐야 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영화평론가로 시작했다가 영화감독이 되서 성공한(?)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인가? 그 유명한 프랑스와 트뤼포도 그렇고 장 뤽 고다르도 그렇다.

옛날에 한국에 새로운 영화평을 쓰기 시작했던 정영일씨란 분이 계셨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그분이 맨 처음으로 도입한 영화에 대한 별점을 매긴 부분을 보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 3개 반 이상이라고 매긴 것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영화를 보려고 밤잠을 설쳐댔던 기억이 있다. 그 정영일씨도 생전에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가 영화감독이 되어 보는 것이라고 했었는데, 정성일씨 같은 분이 생전에 영화한편 만들어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그것을 후회스럽게 생각할 지...

물론 아직도 영화를 만들 기회는 많이 있겠지만,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영감에 의존하는 부분들이 많고, 나이에 따라 그 감독의 역량이 쇠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 시기에 만드는 영화와 10년후에 만드는 영화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성일씨에게 바라건대...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보세요.

전 당신이 영화를 만들겠다면 어떤 영화이던지 상관없이 무조건 영화 한편 보는 비용을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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