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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정성일의 영화순정고백담 (여덟 번째 이야기)
기사입력 : 2011.05.25 18:17
[맥스무비=정성일(영화평론가/영화감독)] 바보들이나 비평의 쇠퇴를 애석해한다. 비평의 명맥이 끊어진지 이미 오래인데도 말이다. 비평이란 정확하게 거리를 두는 문제이다. 비평이 본래 있어야 할 곳은 원근법적 조망과 전체적 조망이 중요한 세계, 특정한 관점을 취하는 것이 아직도 가능한 세계이다. 그런데 온갖 사물들이 너무 긴박하게 인간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편견 없는’ ‘자유로운’ 시선 같은 것은 거짓말이 되었다. (……) 라고 글을 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발터 벤야민이다. 이 글은 벤야민의 <일방통행로>에 실려 있는 ‘세놓음’이라는 글의 첫 머리이다 (번역은 조형준의 판본이다) 거의 똑같은 구절을 오늘날 영화비평에 대해서 사람들이 반복하듯이 말하고 있다. (그리고 메아리처럼 문학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는 사태를 극단적으로 표현하였다. 영화비평의 죽음. 이 표현에서는 어딘가 슬픔에 차서 애도를 표한다기보다는 비장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정말 죽었다기보다는 죽어가고 있는 비평을 살려야한다고 호소하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