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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정성일의 영화순정고백담 (아홉 번째 이야기)
기사입력 : 2011.06.22 14:19
[맥스무비=정성일(영화평론가/영화감독)] 올해 한국영화의 가장 기쁜 사건 중의 하나는 김기영의 첫 번째 영화 <죽엄의 상자>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국립 문서기록 관리청(NARA)의 창고에서 이 영화가 보관되어있음을 알게 된 다음 이 영화의 프린트를 한국 영상자료원에 기증한 것이다. 김기영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하녀>(1960년)의 위대한 감독이다. 그런 다음 그는 이 영화를 몇 차례이고 다시 만들었다. <화녀>(1971년), <충녀>(1972년), <화녀 82>(1982년)는 ‘여(女) 4부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하녀>의 변주곡이라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녀>가 나왔을 때 한국영화는 갑자기 다른 영화가 되었다. 말하자면 어떤 단절, 혹은 점핑. 이미 여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비평이 웅성거리고 있다. 이 비평 담론들 사이에서 한 가지 공유하는 ‘<하녀>에 대한’ 놀라움이 있다. 한국영화 안에서 갑자기 완전하게 새로운 이미지의 형태가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 앞에서 한국영화는 문득 영화 바깥으로부터 새로운 세계가 찢고 들어와서 영화 안의 힘을 완전하게 다른 방식으로 돌려놓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 다음 한국영화는 원래의 자리에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런 시도들은 갑자기 모두 낡은 것이거나 미학적으로 반동적인 것이 되었다. 심지어 지금 보아도 <하녀>는 그런 놀라움을 조금도 상실하지 않고 있다. <하녀>는 영화를 향해서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남았다는 어떤 선언 같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세 번이나 ‘갑자기’라는 말을 썼다는 사실을 환기해주기 바란다) 이 영화를 본 다음 경이의 순간과 마주한 이들 사이의 수많은 증언들. 차라리 고백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