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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의 영화로 세상읽기] ‘남영동 1985’와 ‘26년’ (기사링크)
입력 : 2012-12-03 21:52:40ㅣ수정 : 2012-12-03 23:35:19
같은 시대를 품은 두 영화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온 다음 서로 다른 자리에서 마지막 순간에 같은 말을 꺼내든다. 용서. 당신의 귀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무자비하게 고문했던 남자는 세상이 바뀌고 감옥에 간 다음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다음 말한다. “용서해주십시오.” 하지만 그 사람은 차마 그의 머리에 손을 올리지 못하고 돌아서서 나간다.(<남영동 1985)> 광주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이들의 자식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진압군으로 그들의 아비 어미를 살해했던 그 사람은 죄의식과 분노에 사로잡혀 오랜 세월 계획을 세운 다음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앞에서 총을 들고 요구한다. “사과하세요,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그러면 용서할 수 있어요.”(<26년>) 두 말을 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며,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정반대의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지만,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신기하게도, 그 대사를 이경영이 두 영화 모두에서 하면서 이상한 공명현상을 불러일으킨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