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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97호.
김기덕, 홍상수, 이창동, 박찬욱의 여자들
(VOGUE 기사 링크)
구원을 위한 죄인의 몸부림, 김기덕
나는 로마 거리를 지나갈 때 ‘피에타’를 본 적이 있다. 그날 비가 오고 있었다. 산피에트로 대성당 앞에 자리한 이 조각상을 보면서 처음 느낀 것은 이상한 기시감이었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사진에서 너무 자주 미켈란젤로의 이 걸작품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처음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봤을때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다만 생각보다 훨씬 작았고, 그러면서도 1499년에 완성된 이 조각상이 그렇게 긴 시간을 견디고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내가 그림이나 조각을 볼 때 배운 유일한 감상 방법은 어떤 기분을 느낄 때까지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피에타 앞에서 나는 유감스럽게도 끝내 큰 감흥을 얻지 못했다. 좀 이상한 말이지만 이 조각상이 나의 방문을 거절한다는 인상만을 가지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