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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week+] 우리가 사랑한 엔딩 신 (기사링크)
엔딩 신을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그제야 관객의 삶 속으로 완벽하게 스며듭니다. 그 순간부터 영화는 비로소 뭉클한 감동, 아련한 추억,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눈, 삶을 이어갈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되죠. 우리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헤어짐인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이야기하니까요. [무비위크]가 사랑하는 영화인 100명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영화의 엔딩 신은 무엇입니까? 이별의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만남의 기약을 전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엔딩 신을 모두 모았습니다
09. 아비정전 (기사링크)
1990 |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류가령 양조위
갑자기 영화가 중간에 그냥 끝나버렸다. 나는 망연자실해졌다. 아니, 어쩌자고 여기서 영화가 끝나버린단 말인가. 명백히 이야기는 더 남아 있었다. 그것도 한참이 더 남아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영화는 거기서 끝났다. 나는 아직도 왕가위의 두 번째 영화 [아비정전]을 지금은 사라진 중앙극장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처음 본 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물론 아비(장국영)는 죽었다. 하지만 그 곁에 있던 경찰관(유덕화)은 어떻게 할 참인가. 아직 홍콩에 남아 있는 수리진(장만옥)은 어떻게 견뎌야 할까. 그를 찾아 떠돌고 있는 루루(류가령)는 그의 죽음을 알게 될까. 그녀를 짝사랑하는 아비의 친구(장학우)는 언제까지 그녀를 기다릴까.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영화는 갑자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가 좁은 방에 등장한 다음 카드를 챙겨들고 옷을 빼입고 난 다음 불을 끄고 나간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양조위) 영화는 거기서 끝났다. 나는 왕가위 감독을 만날 때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는 매번 다르게 대답했다. 그것이 중간에 끝나버린 영화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영화는 왕가위의 소망과 달리 후편을 찍지 않았다(혹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기약도 없는 이 영화의 뒷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비위크]의 소식이 지금 내게 그렇다. 나는 여기서 끝날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뒷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기약 없는 기다림일지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당신들에게 할 수 있는 예의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여기서 당신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3년 3월 낮과 밤의 시간이 같은 춘분에 정성일(영화평론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