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KMDB』2013.06.04. 인터뷰: 배우 안성기에서 감독 임권택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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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안성기에서 감독 임권택에로 (2013-06-04) [기사링크]
나는 임권택 감독님에게 그냥 무턱대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만일 두 명의 배우가 있다면, 그러니까 한 명은 연기는 별로지만 이미지가 그 이야기 속의 인물에 딱 맞는 경우와 그 배역과 이미지가 동떨어졌지만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 경우, 둘 중 감독님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는지요?” 나는 인물이란 이야기의 연출 안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후자라고 이미 결론을 내리고 그냥 지나가듯이 드린 질문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전자지요. 왜냐하면 영화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잖아요. 만일 인물이 화면에 나왔는데 그게 한눈에 보고 믿어지지 않으면 그걸 설득하느라고 내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거요, 그러다가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할 시간을 쫓기게 된단 말이에요, 영화는 그런 거예요” 나는 이 말이 기묘하게 들렸다. 왜냐하면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에서 임권택 감독님이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수십 테이크를 반복해서 부르는 것을 이미 목격한 다음이기 때문이다. 혹은 그저 간단하게 돌담길을 걸어가는 장면을 초저녁에 시작해서 한여름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반복해서 다시 찍은 다음 결국 오케이 없이 끝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보는 쪽에서조차 숨이 막힐 지경이 된다. 그는 미세한 실수조차 놓치는 법이 없다. 이따금 혹시 그가 연기하는 배우를 슬로우 모션으로 관찰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도 망설이지 않고 임권택은 배우란 연기가 아니라 그 인물이 주는 인상이 먼저라고 대답했다. 이때 인상이라는 말은 무언가 설명을 빠져나가는 불안한 느낌을 준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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