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이 너무 가여워요 – 봉준호, 임권택을 생각하(면서 자기 영화들을 돌아보)다 ②
글: 정성일(영화평론가) / 2014-09-30 (기사링크)
정성일_ 작년 부산영화제 회고전에서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선택한 이유는 심금을 울렸습니다. 아직도 첫사랑을 생각하다니!! (웃음)
봉준호_ 첫사랑은 아니고 두 번째 여자죠. 석 달 만나고 헤어진, 그런데 지금은 어디서 뭘 하려나.(웃음)
정성일_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떠올리면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입니까?
봉준호_ 두 개가 있어요. 강수연 선배가 (비구니가 되었다가 환속하면서 머물던 산사를 떠나서 속세로 향하다가) 버스에서 내려서 산을 향해 우는 장면과 한지일 선배와 처음 섹스 할 때 (아직 삭발한 채로 드러나는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쓴 모자가 떨어지려고 하자 그) 모자 쓰려고 할 때 카메라가 올라가는 장면. 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강수연 선배님과 술을 한잔 하면서 물어볼 수 있어 영광이었는데 한 테이크 만에 찍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수평에서 시작해서 직부감까지 올라가는. 그 두 개가 생각이 나네요.
정성일_ 그 장면이 왜 그렇게 자신을 잡아 끈 거 같으세요? 이를테면 두 번째 장면은 여러 가지 기술적 효과나 강수연 씨의 연기도 있기 때문에 많은 비평가들이 주목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제가 궁금한 것은 첫 번째 예로 든 장면입니다. 그 장면은 기술적으로 특별한 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본 사람들 중에서도 그 장면을 기억해내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봉준호_ 보면서 되게 울컥 하더라구요. <러브레터>를 보면 산을 향해, 오겡끼데스까? 라고 부르는 데, 그거랑 많이 다르죠.(웃음)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