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 Yeonhwa, 연화(속) Yeonhwa 2
글:정성일(영화평론가) / 2015-01-06 (기사링크)
정리에 관한 의문. 목록을 따라가다가 <연화>에 이르면 이 영화는 <연화>와 <연화(속)> 두 편으로 나뉘어 분류되어 있다. 물론 한 편의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누는 것은 신기한 일은 아니다. 클로드 란츠만의 <쇼아>는 전체 10시간 13분 상영시간을 각각의 토픽에 따라 네 편으로 나누었으며, 왕빙의 <철서구>는 9시간 11분에 각각 제목을 다시 달고 세 편으로 나누었다. 고다르는 좀 더 섬세하게 나누었다. <영화사(들)>은 4시간 24분을 네 개로 나눈 다음 다시 각 분류 안에서 장(chapitre)을 A와 B로 나누었다. 구태여 예를 떠올린다면 미조구치 겐지가 1941년에 만든 <겐로쿠 추신구라(元祿 忠信藏)>일 것이다. 4시간 1분에 이르는 이야기를 겐지는 그냥 간단하게 ‘第 一篇’과 ‘第 二篇’으로 나누었다. 하지만 이 두 편은 경우가 다르다. 분류와 달리 <蓮花>라는 제목으로 1975년 3월 8일 국제극장에서 개봉하였고, 그때 신문광고전단에 따르면 ‘邦畵史上 初有의 3時間 40分 上映!’이라고 되어있다. 그 아래 ‘第 1部 離別篇’ ‘第 2部 復讐篇’으로 친절하게 이 영화가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되어있지만 현재 남아있는 필름에는 두 편을 나누는 그 어떤 간(間)자막(inter_title)이나 별다른 표시가 없다. 또한 두 편 사이는 16년을 건너뛰고 이야기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第 2部 復讐篇’이 시작될 때 별다른 자막이나 소개가 없으며 앞의 이야기에 대한 간단하게 요약된 줄거리의 소개도 없다. 무엇보다 어디에도 <연화 (속)>이라는 제목을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상영시간을 고려해볼 때 그 당시 상영된 할리우드 영화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벤허>,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볼 수 있었던 휴식시간(intermission)도 없다. 만일 <연화>가 신문 전단처럼 두 편으로 나누지 않고 상영회차를 하나의 단위로 하여 한 번에 전체를 상영했다면 임권택의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긴 상영시간을 가진 영화일 것이다.(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