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KMDb』2015.06.05. 상록수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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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

글:정성일(영화평론가) / 2015-06-05 (기사링크)

(첫 번째 쪽) 가을 학기가 되자 oo일보사에서 주최하는 학생 계몽운동에 참가하였던 대원들이 돌아왔다. 오늘 저녁은 각처에서 모여든 대원들을 위로하는 다과회가 그 신문사 누상에서 열린 것이다. 오륙백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는 전 조선의 방방곡곡으로 흩어져서 땀 흘려가며 활동한 남녀대원들로 빈틈없이 들어찼다. 폭양에 그을린 그들의 시커먼 얼굴! 큰 박덩이만큼씩 한 전등이 드문드문하게 달린 천장에서 내리비치는 불빛이 휘황할수록, 흰 벽을 등지고 앉은 그네들의 얼굴은 한층 검어 보였다. 만호장안의 별처럼 깔린 등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도록 사방의 유리창을 활짝 열어젖혔건만, 건장한 청년들의 코와 몸에서 풍기는 운김이 우거진 콩밭 속에 들어간 것만치나 후끈후끈 끼친다. 정각이 되자, P학당의 취주악대는 코넷, 트럼본 같은 번쩍거리는 악기를 들고 연단 앞줄에 가 벌려 선다. 지휘자가 손을 내젓는 대로 힘차게 연주하는 것은 유명한 독일 사람의 작곡인 ‘쌍두취행진곡(雙頭鷲行進曲)’이다. 그 활발하고 장쾌한 멜로디는 여러 사람의 심장까지 울리면서 장내의 공기를 진동시킨다. 악대의 연주가 끝난 다음에 사회자인 이 신문사의 편집국장이 안경을 번득이며 점잖은 걸음걸이로 단 위에 나타났다. (…) 라고 심훈이 1935년에 쓴 장편소설 <상록수>는 시작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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