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눈길 Bare Feet In The Snow
글:정성일(영화평론가) / 2015-08-07 (기사링크)
나의 애도의 방식. 먼저 작별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여기 없는 이름. 서정민 촬영감독은 한국영화사에서 빛나는 이름 중의 한 분이다. 그건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촬영이라는 자리. 연출의 곁. 임권택에게 정일성이 따라오는 것처럼 서정민을 이야기할 때는 이만희가 따라왔다. 하지만 종종 현장에서 그보다 더 중심에 있는 자리. 일화에서 시작하겠다. 나는 고인을 현장에서 단 한 번 뵈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여고괴담> 현장을 견학하게 되었다. 먼저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1998년은 어떤 단절이 이어지던 시간이었다. 전혀 준비되지 않았지만 갑자기 새로운 영화들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어떤 미학적 연대도 하지 않았으며(이를테면 네오 리얼리즘), 그렇다고 같은 영화사에서 자본의 일시적인 변덕의 힘으로 나타난 것도 아니며(이를테면 쇼오치쿠 누벨바그), 어떤 정치적 입장도 공유하지 않았으며(이를테면 체코 누벨바그), 같은 시대의 공기를 공감하고 있지도 않았다. (이를테면 파리의 누벨바그) 그냥 난데없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오던 충무로에 갑자기 새로운 영화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전통을 따랐고, 누군가는 희미하게 연결 지었고, 누군가는 완전히 외면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