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HEYDAY』 2016.4.(23호) 에 게재된 “우리는 친구 : 영화평론가 정성일, 30년 지기 강헌을 말하다” 기사가 온라인에 공개되었습니다. https://www.junsungkin.com/2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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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계와 음악계를 대표하는 평론가, 정성일과 강헌. 이 둘은 30년 지기다. 서로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공유하는 두 사람이 한자리에 마주했다. 정성일이 묻고 강헌이 답했다.
강헌과는 오래전에 만났다. 1990년의 일이다. 그 후 우리는 종종 스쳐 지나가듯이 그렇게 문득 만나곤 했다. 내가 강헌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당대에 가장 뛰어난 안목을 지난 한국 대중음악 평론가였고 동시에 <닫힌 교문을 열며>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쓴 독립영화 활동가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만날 때마다 그는 변신하고 있었다. 여전히 음악 평을 썼지만 강헌은 무엇보다 대중문화의 판을 바꾸고 싶어 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열정. 어디선가 마치 훔쳐 온 것만 같은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다.
거의 죽음 가까이 간 강헌은 한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그를 만난 것은 언제나처럼 문득 온 그의 전화였다. 남산에서 와인 바를 한다고 술이나 마시자고 했다. 그를 만나서 새벽 햇빛을 볼 때까지 마셨다. 그 와인 바에는 어디에도 없는 수만 장의 LP 음반이 있었다. 그 음반들은 강헌이 평생에 걸쳐 사 모은 보물들이었다. 그날 우린 와인과 음악을 실컷 즐겼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강헌은 다시 잠수를 탔다. 이번에는 명리학을 배워 나타났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강헌이 변신을 거듭해도 놀라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이번에는 좀 당황했다. 이 만남은 여기서 시작한다.
정성일 책 <명리 운명을 읽다>의 반응이 좋죠?
강헌 지난해 12월에 책이 나왔는데 관심이 없었어요. 아무래도 명리학은 혹세무민하는 거다, 그러면서 정말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거예요(웃음). 그런데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자 갑자기 출판사 업무 마비가 된 겁니다. 딱 들어도 강남에 있음직한 50대 여자들이 전화해서 “도사님 번호 좀 알려주세요”라고 한 거죠. 이 언니들은 내가 음악 평론가라는 건 관심도 없고, 그저 새로운 도사가 나타났으니까 약발 떨어지기 전에 자기가 먼저 봐야겠구나 하더라니까(웃음). 그게 이렇게 뜨거운 반응의 시작이었죠.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