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 Tears of the Idol
글:정성일(영화평론가) / 2016-10-26 (기사링크)
갑자기 왜 난데없이 그 자리에 <우상의 눈물>이 나타났는지는 알겠다. 단지 임권택의 목록만을 따라온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그저 난처하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당신의 난처함을 알고 비통한 웃음을 짓게 된다. 성급하고 딱딱한 도식화. 직선적인 설명. 하지만 임권택의 영화들은 종종 우리들을 한국영화의 상황 앞에 데려다 놓은 다음 우울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피할 수 없는 시스템의 압력과 경제적인 결정과 검열을 경유한 배제와 제거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하는 목록들의 위태로운 질서가 숨어있다. 임권택에게 상황은 (…)을 해서는 안 된다, 라는 금지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대신 (…)을 해야 한다, 라는 요구의 명령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영화라는 시스템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관계들이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일한 시스템.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존재할 수 없는 시스템. 그래서 나는 그것을 임권택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영화에는 그런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토대 위에서 각자의 작동방식을 발명한 사람들이 있다. 간명한 비교의 예. 김기영은 자기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유현목은 그것을 만들지 못했다. 지금, 적어도 지금 한국영화에서 홍상수는 그런 의미에서 자기 시스템을 만들었다. 내게 이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좀 더 정교하게 설명할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재빨리 원래의 시작에로 되돌아가자.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