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겨울.11호 (2014.01.27) [PDF링크]
– 홀로 자유를 즐기기 좋은 땅 (pp.92-96) [아카이브 내 읽기]
– 베트남, 미완성의 내러티브 (pp.142-145) [아카이브 내 읽기]
허문영 영화평론가와의 토크
글: 정성일(영화평론가) / 2014-02-11 (기사링크)
영화에서 우정이란 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여기서 철학에서 사랑을 말하는 것처럼 이 말을 개념적으로 꺼내든 것이 아니다. 그저 우정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지금 당장 내 안에 가득 찬 사랑의 감흥이 막 넘쳐나고 있어서 그걸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말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군가와 마주치기 싫어진다. 지금 막 보고 나온 영화에 대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분? 물론이다. 나는 이 말을 엄밀하게 사용하는 중이 아니다. 약간 핵심을 벗어나고 싶다. 영화를 마주 대할 때 가장 당혹스러운 사실 중의 하나는 이 모든 것이 지나칠 정도로 기계군의 집합과 규칙으로만 이루어져있다는 어쩔 수 없는 결론이다. 노엘 버치는 좀 더 단정적으로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는 영화감독이나 분석가들, 비평가들이 사용하는 영화 용어를 보면 영화에 대한 그의 사유를 알 수 있다고 선언하듯이 장황한 영화의 요소들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 그의 저서 「영화의 실천」의 첫 문장)을 시작한다. (후략)
삼국대협 Seize the Precious Sword
글: 정성일(영화평론가) / 2014-01-21 (기사링크)
다소 장황하긴 하지만 먼저 약간의 회고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때 몹시 비분강개하고 있었다. 1972년 가을. <삼국대협> 이라는 영화 앞에서 보기도 전에 마음껏 비웃고 경멸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시절 나는 홍콩 쇼 브라더즈 영화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사실을 먼저 염두에 두어주기 바란다. 이제 막 중학생이었던 소년은 호금전의 <용문의 결투> 를 시작으로 장철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 <돌아온 외팔이> ,그리고 <심야의 결투> 에서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삼국대협>의 신문광고를 노려보듯이 쳐다보았다. “最後의 勝者는 누구냐! 映畵史上 類例없는 殘酷! 激情! 興趣! 의 크라이막스!! 中國의 외팔이, 日本의 盲俠, 韓國의 一枝梅가 한꺼번에 나온다!!” 나는 중얼거렸다. 이래도 괜찮은 것일까. 조건반사적으로 그해 여름에 본 <외팔이와 맹협>이 떠올랐다. (후략)
[ 프로그램소개 (링크) ]
분류 : 자체프로그램
제목 : 2014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일시 : 2014.1.16 – 2014.2.23
주최 :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후원 : 영화진흥위원회
티켓 : 일반 7,000원, 청소년 6,000원, 관객회원/노인/장애인 5,000원
문의 : 02-741-9782
웹 : www.cinematheque.seoul.kr
새로운 한 해와 함께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제 9회 “2014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개막작이자 장률 감독의 추천작인 <작은 마을의 봄>을 시작으로 1월 16일부터 2월 23일까지, 전부 다섯 개의 섹션에서 23편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기쁜 마음으로 관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먼저 <안개 속의 풍경> 등이 속한 “친구들의 선택” 섹션에서는 김지운, 김태용, 이동진, 장준환, 정성일 등 14명의 친구들이 선택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풀어헤쳐진 말들>, <영혼의 목소리>)에서부터 할리우드의 판타지 시대극(<엑스칼리버>), 벨라 타르의 7시간 30분짜리 대작(<사탄탱고>), 볼 때마다 새로운 고전(<아일랜드 연풍>, <유령과 뮤어 부인>)까지 친구들의 개성이 느껴지는 다양한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략)
1) 1월 18일(토) 18:10 <사탄탱고 3부> 상영 후 – 이동진 영화평론가
2) 1월 19일(일) 16:00 <풀어헤쳐진 말들> 상영 후 – 김동원 감독
3) 1월 19일(일) 18:30 <기나긴 이별> 상영 후 – 김지운 감독
4) 1월 25일(토) 15:30 <안개 속의 풍경> 상영 후 – 오정완 대표
5) 1월 25일(토) 19:00 <호수의 이방인> 상영 후 – 김조광수 감독
6) 1월 26일(일) 14:00 <아일랜드의 연풍> 상영 후 – 오승욱 감독
7) 1월 26일(일) 18:00 <토요일 밤의 열기> 상영 후 – 이준익 감독
8) 2월 8일(토) 16:00 <작은 마을의 봄> 상영 후 – 장률 감독
9) 2월 9일(일) 14:30 <엑스칼리버> 상영 후 – 변영주 감독
10) 2월 9일(일) 18:30 <세일러복과 기관총> 상영 후 – 이해영 감독
11) 2월 15일(토) 15:30 <두 연인> 상영 후 – 김홍준 감독
12) 2월 15일(토) 19:00 <마리안의 허상> 상영 후 – 뮤지션 한받(야마가타 트윅스터)
13) 2월 16일(일) 13:30 <유령과 뮤어 부인> 상영 후 – 김태용 감독
14) 2월 16일(일) 17:00 <마일스톤즈> 상영 후 –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15) 2월 20일(목) 19:10 <인간 사냥> 상영 후 –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16) 2월 22일(토) 19:00 <영혼의 목소리 Episode 5> 상영 후 – 정성일 감독
17) 2월 23일(일) 15:00 <5번가의 비명> 상영 후 – 장준환 감독
1시간 안에 볼지 말지 판단하라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추천작
<영혼의 목소리> Dukhovnye golosa
알렉산더 소쿠로프 / 1995년 / 328분 / 러시아 / 컬러 / 베타 / 15세 관람가
부제가 ‘전쟁에서의 일기’다.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이 직접 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 국경 인근의 부대를 찾아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만든 다큐멘터리다. 그는 카메라로 그들의 반복적인 일상을 찍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내레이션으로 덧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5시간 반짜리 영화는, 비단 인내에의 요구가 아니라 사유와 믿음에의 호소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황당무계했다. 느닷없이 40분짜리 롱테이크가 나온다. 아무 정보 없이 그 장면과 마주쳤다. 봐도 봐도 그 장면인 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나중에 칸영화제에서 <러시아 방주>를 보고 결국 소쿠로프의 영화가 이 장면의 변주라고 생각됐다. 물론 그건 미학적 깨달음에 불과했다.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면서 이제 이 장면 자체가 나한테 믿음이 됐다. 이 영화에 동의하는 관객은 미래의 내 영화의 관객도 돼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 내 믿음을 확인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이유로 선택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나에게로 돌아오기 위한 재귀대명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단, 1시간 보고 계속 볼지 뛰쳐나갈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이 영화에 동의한다면 그 인내를 영화적 시간으로 보답받을 것이다.”(정성일)
씨네21. 2013.12.24.935호에 게재된 올해의 영화 리스트가 온라인에 게재되었습니다. 한국영화, 외국영화 베스트5를 각각 뽑고 있는데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베스트5는 외국영화만 표시되어 있습니다. (기사링크)
[ 2013 외국영화 베스트5 ]
(1위) 필름 소셜리즘
(2위) 홀리모터스
(3위)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4위) 코스모폴리스
(5위) 링컨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 인터뷰 두 번째 이야기
글: 정성일(영화평론가) / 2013-12-31 (기사링크)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 인터뷰 두 번째 이야기:
“그때는 내가 쓰면 최고의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정성일_ 드디어 <만다라> 입니다. <만다라>는 한국영화사상 10 베스트 영화에 꼭 들어가는 한 편입니다. 이 영화는 단지 훌륭하다고 말하기보다 이상하게 볼 때마다 심금을 울리는 어떤 힘이 거기에 있습니다. 감상이랄까 그런 게 전혀 없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음을 움직인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깊이도 볼 때마다 새로운 배움을 얻는다고나 할까요. 임권택 감독님 말씀에 따르면 당신께서 어떤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말을 제작사에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만다라>는 예외로 소설을 읽자마자 이걸 영화로 하고 싶다고 화천공사에 이야기를 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일성 촬영감독도 큰 수술을 마치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찍다가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최후의 영화를 찍는다는 심정으로 소변통을 옆에 차고 촬영을 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이 모든 힘들이 이 한 편의 영화에 모이면서 단지 1+1+1… 이 아니라 마술적인 화학작용이 일어난 영화인 것 같습니다. (후략)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 인터뷰 첫 번째 이야기
글: 정성일(영화평론가) / 2013-12-24 (기사링크)
시나리오는 영화에서 애매한 위치에 멈춰 서 있다. 아무도 연극에서 희곡에 해당하는 지위를 영화에서 시나리오에 부여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영화에서는 <햄릿>이나 <벚꽃 동산>처럼 반복해서 (그것도 원작을 존중해가며 단지 해석만을 덧붙이면서) 만들어지는 시나리오란 없다. 시나리오는 오직 그 영화의 완성만을 위해서 쓰고 그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다음 거기서 더 이상의 활동을 멈춘다. 아주 예외적으로 리메이크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그건 이미 완성된 영화의 그림자 아래 놓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지 소재나 인물이 흥미로웠을 지도 모른다. 영화가 어디서 시작되는 지는 영화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그저 이미지라고 말했다. 다른 누군가는 사건이라고 대답했다. 약간 신중하게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사람에 대한 흥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설명을 시작할 때도 있다. (후략)
(월간) 맥스무비 2014.1월호의 특집 “그들 각자의 2013 영화 베스트 10” 에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베스트 10 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장군의 아들 2 The General’s Son 2 (네번째 이야기)
글:정성일(영화평론가) / 2013-12-13 (기사링크)
… (네 번째 이야기) 영화 안에 영화가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그걸 지젝은 외설적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이 순간이 그렇게 단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등장인물 중의 누군가가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는 순간과 마주하는 장면은 영화사 속에 수 없이 등장한다. 아마 누군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버스터 키튼의 <셜록 주니어> 를 떠 올릴지 모르겠다. 정반대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 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나는 그냥 별다른 검색을 하지 않고도 이 자리에서 백편 이상의 제목을 열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영화 안의 영화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먼저 여기서 내가 다루려는 영화 안의 영화는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후략)
NO.933 2013.12.10 ~ 12.17
[feature] 정성일, <풍경>의 장률에게 꿈을 묻다
<풍경>으로 가는 두 가지 길, 장률 vs 정성일
안개 속의 풍경 – 정성일, 이주 노동자들에게 꿈을 묻고 다니던 장률에게 꿈을 묻다
장률의 <풍경>을 두번 보았다. 장률이 <풍경>을 두번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올해 전주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 세편 중 하나로 고바야시 마사히로, 에드윈과 함께 ‘이방인’이라는 주제 아래 <풍경>을 찍었다. 이 영화는 42분이다. 그런 다음 다시 <풍경>이란 제목으로 이 영화를 96분으로 만들었다. 장률은 두 영화 사이에 일부 장면이 겹치긴 하지만 단순히 늘리는 대신 완전히 다시 편집을 했다. 그래서 앞의 영화를 보았다 할지라도 뒤의 영화를 볼 때 마치 다른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만나게 될 것이다. <풍경>은 장률의 5 1/2번째, 그리고 여섯번째 영화이다. 하여튼 두 영화는 기묘한 방식으로 공존하게 될 것이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더 환기시키고 싶다. 그리고 동시에 <풍경>은 장률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이다. 당신이 장률 영화를 알고 있다면 이 말 앞에서 잠시 멈칫할지 모른다. 과도할 정도로 황폐한 풍경 앞에 서서 거의 멈춘 것처럼 등장인물들이 그저 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보면서 단지 필요한 말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영화들. 그건 첫 번째 영화 <당시>에서부터 지난번 영화 <두만강>까지 항상 그렇게 세상과 사람이 다루어졌다. 그런데 문득 카오스에 가까운 질서로 넘쳐나는 세상의 리듬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누가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