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무비위크』2013.03.22.571호. 우리가 사랑한 엔딩 신 – 아비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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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week+] 우리가 사랑한 엔딩 신 (기사링크)
엔딩 신을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그제야 관객의 삶 속으로 완벽하게 스며듭니다. 그 순간부터 영화는 비로소 뭉클한 감동, 아련한 추억,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눈, 삶을 이어갈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되죠. 우리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헤어짐인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이야기하니까요. [무비위크]가 사랑하는 영화인 100명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영화의 엔딩 신은 무엇입니까? 이별의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만남의 기약을 전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엔딩 신을 모두 모았습니다

09. 아비정전 (기사링크)
1990 |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류가령 양조위 

갑자기 영화가 중간에 그냥 끝나버렸다. 나는 망연자실해졌다. 아니, 어쩌자고 여기서 영화가 끝나버린단 말인가. 명백히 이야기는 더 남아 있었다. 그것도 한참이 더 남아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영화는 거기서 끝났다. 나는 아직도 왕가위의 두 번째 영화 [아비정전]을 지금은 사라진 중앙극장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처음 본 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물론 아비(장국영)는 죽었다. 하지만 그 곁에 있던 경찰관(유덕화)은 어떻게 할 참인가. 아직 홍콩에 남아 있는 수리진(장만옥)은 어떻게 견뎌야 할까. 그를 찾아 떠돌고 있는 루루(류가령)는 그의 죽음을 알게 될까. 그녀를 짝사랑하는 아비의 친구(장학우)는 언제까지 그녀를 기다릴까.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영화는 갑자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가 좁은 방에 등장한 다음 카드를 챙겨들고 옷을 빼입고 난 다음 불을 끄고 나간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양조위) 영화는 거기서 끝났다. 나는 왕가위 감독을 만날 때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는 매번 다르게 대답했다. 그것이 중간에 끝나버린 영화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영화는 왕가위의 소망과 달리 후편을 찍지 않았다(혹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기약도 없는 이 영화의 뒷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비위크]의 소식이 지금 내게 그렇다. 나는 여기서 끝날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뒷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기약 없는 기다림일지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당신들에게 할 수 있는 예의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여기서 당신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3년 3월 낮과 밤의 시간이 같은 춘분에 정성일(영화평론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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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KMDB』2013.03.12. 나는 왕이다 (1966,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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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이다 I Am a King (1966, 임권택) (2013-03-12) [기사링크]
권투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 나는 <나는 왕이다> 를 본 다음 잠시 멈추어 섰다. 거의 이야기되지 않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1986년 서울에서 제10회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었고, 그때 25개의 종목을 10개의 소주제로 해서 9명의 감독이 다큐멘터리로 찍었다. <나는 왕이다>를 찍은 다음 20년 후의 일이다. 그때 임권택과 이두용은 그 중 여섯 번째 편인 ‘힘과 기’를 공동 연출하였다. 여기서 복싱과 레슬링, 역도, 펜싱, 태권도를 중심으로 한 격투기를 다루었다. 이때 임권택은 권투만을 찍었다. (나는 이 영화를 편집 직후에 볼 기회가 있었는데 완성 이후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임권택은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오로지 권투만을 영화로 다루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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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영화천국』2013.03~04.Vol.30. 그들이 주목한 젊은 시네아스트 –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발견

영화천국 > 2013.02.28.Vol.30 [웹링크], [PDF], [개별기사(정재훈)개별기사(리우자인)]

아마도 12년 전, 그러니까 막 21세기가 시작되었을 때 영화비평가들은 모두들 앞다투어서 새로운 시네아스트들의 명단을 제시했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벌써 많은 이름이 사라져버렸다. 그들이 채 10년을 견디지 못했거나 비평가들이 잘못 보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영화는 단지 그들의 재능만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예술이다. 종종 산업은 그들을 굴복시키거나 혹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저예산으로 만든다 할지라도 그들의 영화가 배급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그들은 거의 세상에서 사라지거나 그들의 이름이 지워질 것이다. 나는 디지털 시대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그렇게 말소돼버리는 이름들의 작가주의라고 생각한다. 자꾸만 꺼져가는 별빛. 우리는 이걸 방어해야만 한다. 이건 우리의 임무다. 내가 지금 호명하는 두 사람은 바로 그 말소의 작가주의라고 불릴 만한 명단에서 내가 지키고 싶은 이름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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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경향신문』2013.03.11. [정성일의 영화로 세상읽기] 박찬욱의 ‘스토커’는 할리우드에 보내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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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의 영화로 세상읽기] 박찬욱의 ‘스토커’는 할리우드에 보내는 예고편 (기사링크)
입력 : 2013-03-10 21:25:01ㅣ수정 : 2013-03-10 21:25:01

“당신은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려고 애써 노력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요.” 그러자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러나 나는 장소로서의 할리우드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 관심은 스튜디오에 들어가 일하는 것뿐이었으니까요.” 이 말은 박찬욱이 아니라 앨프리드 히치콕이 1939년 캘리포니아에 도착해서 <레베카>를 찍은 다음 트뤼포의 질문에 한 대답이다. 아마도 이 말을 박찬욱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심정으로 몇 번이고 이 말을 새겨가면서 박찬욱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문제를 생각했을 것이다. <스토커>는 박찬욱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찍은 첫 번째 영화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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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주성철,『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흐름출판, 2013.04.01



추천사 ]
물론 어떤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장국영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장국영과 함께 시작해서 그와 함께 4월 1일에 끝난 홍콩영화 포스트 뉴웨이브의 한 시대의 기록으로도 읽혀야 할 것이다. 종종 사적인 감정과 때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은 페이지에 출몰하면서 오로지 홍콩영화에 진정으로 애정을 바쳤던 이만이 가능한 예민한 감수성으로 그 영화 제목들을 불러올 때, 당신은 ‘잠시 잊었던’ 사랑 그리고 ‘지금 막 되찾은’ 사랑을 느낄 수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당신과 기억을 공유했던 이가 함께 음미하는 책이다. 그러니 부디 책을 읽기 전에 눈을 감고, 잠깐 우리 곁에 왔다가 떠나가기 전 미처 날개를 챙기지 못하고 창문 위로 날아가다가 그만 추락해버린 그 이름과, 그리고 그가 남겨놓은 영화 제목들을(적어도 10편) 소리 내어 불러보시길.
— 정성일 영화평론가, 영화감독 <카페 느와르>

온라인 서점 링크 ]
알라딘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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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KMDB』2013.02.26. 뢰검, 번개칼 (1969,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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뢰검, 번개칼 A Precious Sword, A knife of Thunder (1969, 임권택) (2013-02-26) [기사링크]
“이 以上 더 재미있는 劍客映畵는 없다!” <뢰검, 번개칼> 의 포스터 맨 윗줄에 자리 잡은 단 한 줄의 영화 소개. 검객영화라는 자기 지시. 약간의 유머. 나는 이 포스터를 보자마자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가 떠올랐다. 무언가 여기에는 우리를 낭패스럽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다. 둘 사이의 서로 피할 수 없는 관계. 검객영화라는 말. 검객영화로서의 <뢰검, 번개칼>. 두 말이 서로 딱 맞게 겹쳐지지 않을 때 나는 맞지 않는 그 모서리를 생각하는 중이다. 영화를 보여주기와 설명하기. 영화를 둘러싼 이미지와 문장. 이때 저 문장이 호금전의 <용문의 결투>를 설명할 때와 지금 임권택의 <뢰검, 번개칼>에 가서 달라붙었을 때의 차이를 생각하고 있다. 나는 단지 이쪽과 저쪽의 우열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나의 인용을 오해한 것이다. 왜 여기서는 저 말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일까. 말하자면 저 문장의 세계를 이 영화가 담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여기 따라올 때 영화는 저 세계에 관한 만족할 만한 주석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만족스러운 두 개의 텍스트.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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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KMDB』2013.02.06. 장안명기 오백화 (1973,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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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명기 오백화 Obackhwa (1973, 임권택) (2013-02-06) [기사링크]
“그때는 최고로 안 팔리는 감독이었어요, 그 무렵은 영화가 불황이었고, 하여튼 없었어요, 영화 하자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나도 그 시기에 크게 열을 내서 하고자 하는 의욕도 잃었고, 그래서 영화가 걸리면 그냥 적당히 하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러던 때였어요. 심리적으로도 힘들었고, 그 전에는 영화를 만들면서 다른 데서 안 해본 것도 해보고 했는데, 전혀 그럴 생각도 없고, 그 무렵에야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삶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아마 내 삶을 자각하면서 그래서 만든 첫 번째 영화가 <잡초>(1973)일 거예요, 그래서 이 영화가 이전에 만든 영화들 사이에 처음으로 어떤 공백 같은 것이 생겼어요. 그건 내게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단지 영화를 준비한다기보다는 심리적인 시간이라고 할까” 없었다는 말. 그 말에 감도는 차가운 감정. 거의 희미해진 기억. 마치 의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종종 외면하려는 듯한 제스처, 혹은 그로부터 취하려는 일정한 거리. 할 수만 있다면 더 멀리. 그렇게 그 이전 영화들에 대해서 시종일관 무뚝뚝하게 대답하다가 <잡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치 맑은 정신이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씩 마치 어제 일처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반문하듯이 질문했다. “그렇다면 50편의 습작을 만들었다고 표현해도 되겠습니까?”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단연코 습작이었어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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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경향신문』2013.02.04. [정성일의 영화로 세상읽기] 나는 정말 스파이 영화를 본 것일까〈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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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의 영화로 세상읽기] 나는 정말 스파이 영화를 본 것일까 (기사링크)
입력 : 2013-02-03 21:18:03ㅣ수정 : 2013-02-03 21:40:15

나는 스파이라는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고 스파이 친구도 없다. 그러므로 스파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단지 내가 아는 것은 스파이에 관한 소설과 영화들에서 얻은 작은 지식들뿐이다. 종종 나는 스파이들의 세계가 그저 음모론의 일부로 꾸며낸 환상의 산물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기도 하였다. 나이가 든 다음 좀 더 많은 스파이 소설을 읽었다. 그런 다음 한 가지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스파이는 운명이나 재능이 아니라 이것도 하나의 직업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걸 운명처럼 생각하거나 액션영화들은 종종 이걸 재능처럼 다룬다. 가끔 어떤 주인공들은 자신을 그렇게 믿는다. 이때 딜레마가 생겨난다. 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자기에게 결정권이 없느냐는 것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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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아트나인』2013.01.29. “더 헌트” 관객과의 대화

아트나인 홈페이지 ]

아트나인 공식트위터 공지글 (link) ] 
2013.01.24.22:08. 아트나인의 무비토크 시네마 구구. 1월 25일 20시 신지혜 아나운서, 1월 29일 20시 정성일 평론가, 1월 31일 20시 변영주 감독 + 김현민 기자. 모두 <더 헌트>로 진행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아트나인 공식블로그 GV 후기 (link) ]
2013/02/05 10:34 <더 헌트> 대한민국 대표 감독, 평론가, 기자가 추천한다! 정성일 평론가, 변영주 감독 & 김현민 기자, 허지웅 평론가와 함께한 관객과의 대화 현장 대공개!

아트나인 공식카페 공지글 (link) ] 

2013.01.25.16:15. “더 헌트”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 정성일 평론가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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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KMDB』2013.01.06. 인터뷰: 임권택과 영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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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권택과 영화비평 (2013-01-16) [기사링크]
금지된 질문. 영화감독에게 영화비평이란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보는 것은 황당무계할 뿐만 아니라 사실 매우 무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간절하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나는 오랜간 종종 궁금하게 생각해왔다. 영화에 관한 개념의 활용. 비평이라는 거리. 하지만 우리들은 제대로 윤곽을 파악한 것일까. 항상 우리들을 사로잡은 불안. 혹시나 그저 뇌라는 스크린의 가장자리만을 맴돈 것을 아닐까. 물론 우리들은 쇼트와 씬을 이용해서만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을 뿐이다. 때로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지는 요새. 어떤 힘 앞에서 느끼는 경이적인 감탄. 어떤 미로 앞에서 난처하게 길을 잃은 다음 이리저리 헤맬 때마다 느끼는 불안. 나는 내 동료들에게 걱정을 꾹꾹 눌러 참으면서 가까스로 숨을 쉬듯이 질문하곤 했다. 혹시 당신은 표류하는 듯한 기분을 지금 느끼고 있지는 않습니까. 영화를 볼 때 우리는 그렇게 물결에 흘러가듯이, 조수에 밀려가듯이, 항로를 잃은 것처럼, 두리번거리면서, 흘러가는 이미지를 본다. 어쩌면 최악의 순간을 맛볼 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경우. 자꾸만 밀려나서 어느 순간 해안가로 밀려온 것만 같은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비평가가 있을까. 하지만 영화는 멈추지 않고 일단 시작하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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