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933 2013.12.10 ~ 12.17
[feature] 정성일, <풍경>의 장률에게 꿈을 묻다
<풍경>으로 가는 두 가지 길, 장률 vs 정성일
안개 속의 풍경 – 정성일, 이주 노동자들에게 꿈을 묻고 다니던 장률에게 꿈을 묻다
장률의 <풍경>을 두번 보았다. 장률이 <풍경>을 두번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올해 전주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 세편 중 하나로 고바야시 마사히로, 에드윈과 함께 ‘이방인’이라는 주제 아래 <풍경>을 찍었다. 이 영화는 42분이다. 그런 다음 다시 <풍경>이란 제목으로 이 영화를 96분으로 만들었다. 장률은 두 영화 사이에 일부 장면이 겹치긴 하지만 단순히 늘리는 대신 완전히 다시 편집을 했다. 그래서 앞의 영화를 보았다 할지라도 뒤의 영화를 볼 때 마치 다른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만나게 될 것이다. <풍경>은 장률의 5 1/2번째, 그리고 여섯번째 영화이다. 하여튼 두 영화는 기묘한 방식으로 공존하게 될 것이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더 환기시키고 싶다. 그리고 동시에 <풍경>은 장률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이다. 당신이 장률 영화를 알고 있다면 이 말 앞에서 잠시 멈칫할지 모른다. 과도할 정도로 황폐한 풍경 앞에 서서 거의 멈춘 것처럼 등장인물들이 그저 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보면서 단지 필요한 말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영화들. 그건 첫 번째 영화 <당시>에서부터 지난번 영화 <두만강>까지 항상 그렇게 세상과 사람이 다루어졌다. 그런데 문득 카오스에 가까운 질서로 넘쳐나는 세상의 리듬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누가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