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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위대한 출발 – 영화사상 최고의 데뷔작들 (프로그램안내 링크)
2017-09-01(금) ~ 2017-09-21(목)
- 특별강연
- 영화평론가 정한석 – 9.8.(금) 19:00 <김리병원 이야기> 상영 후
- 영화평론가 강소원 – 9.9.(토) 15:30 <그림자들> 상영 후
- 영화평론가 박인호 – 9.15.(금) 19:00 <벌거벗은 유년 시절> 상영 후
- 영화평론가 정성일 – 9.16.(토) 15:00 <이레이저 헤드> 상영 후
Program Director’s Comment
영화사의 거장들이라고 해서 데뷔작이 모두 걸작은 아닙니다. 특히 20세기 초•중반 스튜디오 시스템 아래에서 이력을 시작한 할리우드 감독들은 대부분 사실상의 피고용자였고 제작사의 요구에 따른 주문생산으로 초기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각본은 물론이고 배우들과 스태프들까지 주어진 상태에서, 또한 결정적으로 편집권을 제작사가 가진 조건 아래에서 자신의 미학적 개성을 발휘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유럽의 감독들 역시 할리우드보다는 제작사의 구속력이 적었다 해도 시장 논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제작사의 속박이나 시장 논리를 논외로 하더라도, 많은 거장들의 예술가로서의 성숙은 젊은 시절의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화감독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가 배우와 스태프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이며, 또한 카메라라는 기계장치의 표현 영역을 최대화할 수 있는 기술적 숙련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작업으로 이뤄지는 다른 예술 분야보다 영화에서 데뷔작이 걸작인 경우는 희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예외는 존재합니다. 영화사를 돌이켜보면 기적과도 같이 위대한 데뷔작들이 등장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재능이 위대한 재능으로 즉각 확인되는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영화사의 축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면 미지의 감독이 만든 데뷔작이 걸작임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사정이 한결같진 않아서 위대한 데뷔작을 만들고도 창작자가 일정한 성공을 거둔 뒤에나 인정받거나, 심지어 어떤 존중도 받지 못한 채 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눈 밝은 감식자들에 의해 비로소 그 가치가 발견되는 비운의 사례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많은 데뷔작들이 발견을 기다리며 또 다른 축복의 순간을 예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가을을 맞아 위대한 데뷔작들의 축제를 마련했습니다. 우리는 시네마테크부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뜻깊은 강연을 해오신 시네마테크의 오랜 친구들 정성일, 박인호, 강소원, 정한석 평론가에게 최고의 데뷔작 10편의 명단을 의뢰했습니다. 대상은 장편 극영화로 한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안타깝지만 1시간 이하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빠지게 되었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는 그 제한을 인지하고서도 왕빙의 <철서구>를 넣음으로써 이 영화와 감독에 대한 자신의 각별한 지지를 표현했고 그 명단은 수정 없이 수용되었습니다.)
우리의 기대대로 네 평론가의 명단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걸작뿐만 아니라 평자 자신의 정당한 편견과 열광이 반영된 의외의 작품, 영화광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작품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상영이 가능한 작품들 가운데 위의 세 가지 경향이 골고루 반영된 18편을 최종 선정해 상영합니다. 또한 네 평론가의 특별강연을 듣는 시간도 마련합니다.
한 감독의 데뷔작이 영화사를 다시 쓰게 만든 순간의 그 충격과 흥분을 이번 기획전에서 다시 체험보시길 빕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