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KING > 2017 가을 Vol.7 > Critics’Choice ]
기억과 싸우며 다시 시작하는 영화
<공동정범>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기사링크)
한 편의 영화로써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비평이 쉽지 않은 이유는 독립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주제의 무게 때문이다. 주제가 첨예한 정치,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무게가 무거울수록 비평은 조심스러워지고 해당 영화의 미학적 선택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망설이게 하곤 한다. 그러나 영화 비평은 영화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고, 영화가 보여준 서사적, 미학적 방법론에 대해 분석하여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것이다.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은 최근 독립 다큐멘터리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보편성과 영화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보여지며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한 ‘영화’로서의 비평글은 유의미하다 할 것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공동정범>이 다루고 있는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며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꼼꼼한 장문의 비평을 보내주었다. 독립 다큐멘터리도 선택된 쇼트와 편집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영화라는 사실을 재환기시키는 이 글은 치열하게 기억과 싸우며 망각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동정범>의 영화적 선택에 대해 던지는 신중하고 의미있는 질문이다. 현재 여러 영화제를 통해 상영되고 있는 <공동정범>은 2018년 1월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형법 30조. 2인 이상의 책임능력이 있는 자가 서로 공동으로 죄가 될 사실을 실현하고,그것에 참가 공력한 정도의 여하를 불문하고 전원을 정범자(교사범도 아니고 종범자도 아닌 주범인)로서 처벌한다는 것으로 이를 공동정범(共同正犯)이라 한다. 김일란과 이혁상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은 김일란과 홍지유가 공동 연출한 <두개의 문>의 후일담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후일담이라는 말을 쓸 때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끝난 일이 누군가에는 지금도 진행 중일 때 구경하는 자들은 너무 쉽게 이후, 의 이야기를 그런 다음, 이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때는 견딘 자들이 그런 다음, 을 견디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여기서 트라우마, 라는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써서 그 고통을 정신분석의 대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생명은 경험 속에서 얼마나 강인하며, 생명은 기억 속에서 얼마나 연약한가. 물론 이 두 편의 영화는 2009년 1월 20일 용산 4구역 재개발 보상대책을 둘러싸고 철거민과 전국 철거민 연합회원들이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을 점거 농성하면서 경찰과 충돌하였고 그로 인해 벌어진 ‘용산 참사’ 사건을 공유하고 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