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표지에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추천사가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발췌
나는 이토 준지를 만난 다음부터는 일본 괴담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무얼 읽어도 그냥 아아, 이토 준지면 충분해, 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분야의 전문가가, 그렇다면 아토다 다카시를 읽어보시지요, 라고 추천하였다.
처음에는 다소 심드렁하게 읽었다. 내가 이 세계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웬만한 일본 괴담(추리?미스터리) 소설은 에도가와 란포로
시작해서 책장으로 두 서가쯤은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폴레옹광』을 손에 쥐고 문득 세 편째 단편을 넘어갈 때 멈칫하는 기분이 들었다. 깨어있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8월의 무더위를 끝내려는 듯 한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읽고 그만 두어야만 해, 라고 다짐했지만 나는 여기 담긴 열세 편을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왜냐하면 여기서 그만 읽겠다고 책장을 덮고 고개를 들면 왠지 창문 앞에 누군가 서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아, 제발 끝나면 안돼,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책. 반드시 순서대로 읽으실 것.
조금씩 슬금슬금 몽롱하게 만들면서 예기치 않게, 그렇게만은 결말을 맺지 말아 주었으면 하며 가슴 졸이던 엔딩이 모습을 드러낼 때, 그러면서 그 엔딩이 점점 더 꿈을 꾸는 것처럼 허우적거릴 때, 나는 고개를 들 용기를 잃어버렸다.
다음번에 구로사와 기요시를 만나면 꼭 물어볼 생각이다.
“왜 아토다 다카시의 소설을 아직도 영화로 만들지 않고 계십니까?”
– 정성일 (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