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서 변하고 있는 ‘사랑’과 ‘섹스’ [GQ 홈페이지 원문 읽기]
<협상>을 보러 갔다. 영화를 보다 말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손예진은 뭐 하러 이런 영화에 나왔을까. 내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배우는 각자의 ‘아우라’를 갖고 있다. 전도연은 배두나와 자리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김태리는 전종서와 자리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손예진은 사랑의 대사를 낭독할 때 ‘오그라들지 않게’ 하는 희귀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손예진이 나온 최근의 ‘사랑의 영화’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안하지만 거의 기억나지 않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지나쳐서 <덕혜옹주>가 있지만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나라’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손예진이 아니다. 그런 다음 손예진은 정치에 눈먼 남편과 싸우고(<비밀은 없다>), 돈 가방을 찾아 악전고투하고(<나쁜 놈은 죽는다>), 바다에서 옥새를 삼킨 고래를 둘러싸고 활극을 벌인다(<해적, 바다로 간 산적>). ‘눈물의 여왕’을 만나려면 거의 10년을 거슬러 <오싹한 연애>까지 가야 한다. 두리번거리는 심정으로 (지난 5년간의) 박스오피스 명단을 살펴보았다. 무언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언가? 사랑의 영화들. 어머니의 사랑에 관한 영화는 사랑의 영화가 아닌가요(<신과 함께>), 라고 심술을 부리는 입을 틀어막기 위해서 좀 더 따분하게 설명할 수 있다. 멜로드라마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