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님의 만행길 뒤따르듯 정일성이 찍은 ‘경청의 미장센’ (기사 원문 링크)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39)만다라 감독 임권택(1981년)
멀리 길이 보인다. 그것 말고는 달리 아무것도 없는 길. 거기 버스 한대가 지나간다. 이 버스를 군인들이 멈춰 세운다. 그 버스를 탄 두 승려는 그렇게 처음 만난다. 나이가 많은 지산(전무송) 스님은 이 절 저 절 돌아다니면서 그저 술에 취해 나날을 보내고, 젊은 법운(안성기) 스님은 화두를 안고 수행 정진을 멈추지 않는다. 그 둘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임권택의 <만다라>는 두 승려의 만행길이 이야기의 전부다. 봄날의 화창한 시골길로 시작해서 한겨울의 눈 쌓인 산사로 이어지고, 텅 빈 바닷가 모래 해변에서 서울역 앞 사창가 유곽으로 다시 이어지고, 길에서 길로 이어진다. 병 속의 새를 어떻게 꺼내 들 수 있을까. 아니, 거기 새가 정말 있기는 한 것일까.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