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10/15 동안 진행하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작 중 ‘아이콘’ 부문에서 난니 모레티 감독의 〈일층 이층 삼층〉, ‘월드시네마’ 부분에서 도미니크 그라프 감독의 〈파비안〉 작품의 짧은 소개글이 게재되었습니다.
일층 이층 삼층 Three Floors (작품 소개 링크)
난니 모레티가 <나의 어머니>(2015) 이후 6년 만에 연출한 14번째 영화 <일층 이층 삼층>은 그가 각본을 쓰는 대신 각색한 첫 번째 작품이다. 이스라엘 작가 에쉬클 네보 원작의 무대를 로마로 옮겼다. 예기치 않은 자동차 사고로 시작하는 영화는 중산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 가구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구불구불 따라간다. 영화의 절반에서 5년이 지나가고, 다시 절반에서 5년이 지나간다.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 10년을 보내면서, 누구는 용서를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 난니 모레티는 대가의 솜씨로 그들의 가엾은 영혼의 방을 미장센으로 차례로 비워나가고 채워나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술 같은 도약을 볼지, 멜랑콜리한 해결을 볼지는 당신의 감흥의 문제이다. (정성일)
파비안 Fabian – Going to the Dogs (작품 소개 링크)
시인이자 소설가인 에리히 케스트너가 자신이 살았던 1931년 독일 드레스덴을 무대로 그해에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시킨 도미니크 그라프의 3시간에 걸친 연애서사극은, 원작보다 프랑소와 트뤼포의 <쥴 앤 짐>(1962)에 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파비안과 교수가 되기 위해 학위논문을 쓰고 있는 라부데, 그리고 유명한 스타가 되고 싶은 배우 코르넬리아. 세 사람의 이야기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마지막 시대를 무대로 퇴폐와 방종의 광란 속에 몸을 내맡긴다. 영화는 초반에 흑백 기록 필름, 8미리 촬영, 분할 스크린 등 여러 가지 기법으로 콜라주 된다. 하지만 나치의 등장으로 세 사람은 무거운 시대의 공기 속에 가라앉고, 각자의 방식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공기 같았던 영화가 돌처럼 무거워지는 시간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정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