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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의 영화로 세상읽기] 배설의 갱뱅 ‘돈의 맛’ (기사링크)
입력 : 2012-06-03 21:33:41ㅣ수정 : 2012-06-03 21:33:41
작년 새해가 막 시작되었을 때 임상수를 만났다. 다음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자 “<하녀(下女)>를 찍었으니 이제 <하남(下男)>을 찍어야지요. 아, 물론 그대로 제목을 할 생각은 없고”라고 대답했다. 일 년 반이 지나서 ‘다음’ 영화 <돈의 맛>을 보게 됐다. <돈의 맛>이 정확하게 <하녀>의 속편은 아니지만 두 편의 영화는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영화 속에 동일한 이름을 가진 (<하녀>의) 어린 딸 나미가 어른이 되어서(<돈의 맛>) “집안에서 불에 타 죽은 하녀”를 기억해낸다. 혹은 ‘下男’ 주영작이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폭행을 당할 때 홈 시사실의 커다란 스크린에는 김기영의 <하녀>가 상영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임상수가 김기영의 <하녀>에 존경을 바치거나 혹은 조롱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는 김기영의 1960년 ‘이후’ 부르주아들의 아들딸들이, 그들의 손자손녀들이 괴물로 자라나서 지금 날뛰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죽어나가는 아들딸들이, 손자손녀들이 그들 발 아래서 다시 한 번 비굴하게 모욕당한다. 끔찍하게, 다시 한 번 반복해서 끔찍하게,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렇게.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