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영화천국』2015.03.02.Vol.24. 나는 왜 이만희를 사랑하게 되었는가? – 영화의 시간

[ 한국영상자료원 > 웹진 영화천국 > 42호 ]

 

2015.03.02. Vol.42. 나는 왜 이만희를 사랑하게 되었는가? – 영화의 시간 [link], [PDF]

 

이만희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내가 지금 보는 것이 영화임을 과시하는 순간이 등장한다. 그때마다 그걸 영화적인 순간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좀 다른 장면들과 마주치게 된다. 나는 그것이 몹시 신기하다.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이만희는 마치 될 대로 되라는 듯 이제부터 벌어질 일을 영화에 맡겨둔다는 인상을 준다. 내가 지금 떠올리는 장면은 <휴일>에서 허욱과 지연이 남산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벤치에 앉아 있는 숏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17분 41초 부근에 이르렀을 때다. 물론 아름다운 구도이며 카메라는 두 사람을 가련하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여기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갑자기 몰아치면서 이들을 단숨에 날려버릴 것만 같은 바람이다. 거기 그 바람이 없었다면 이 장면은 그렇게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갑자기 무언가 영화 안에 침입했을 때 이만희는 그걸 내버려둘 때가 있다. 이때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이만희가 영화를 믿는다는 것이다. 괜찮아, 이 문제를 영화가 해결해줄 거야. 여기서 갑자기 이야기를 잠깐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영화가 세상과 직접 대면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 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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