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행진 Parade of Wives
글:정성일(영화평론가) / 2015-04-07 (기사링크)
여기서는 장황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먼저 <아내들의 행진>의 포스터를 잠시 보아주기 바란다. 한 여성이 보기에도 힘겨운 돌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번쩍 들어 마치 자신의 아이를 안기라도 하듯 그런 자세로 서 있다. 그녀의 옷매무새가 벌어져 그 사이로 브래지어가 젖가슴을 가까스로 가리고 있고 치마를 걷어 올려 무릎 위 허벅지가 드러나 보이지만 바라보는 사람에게 이 그림의 디테일 어디에서도 성적인 자극을 주는 유혹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당당하고 약간 거만하게까지 느껴진다. 건강함. 하지만 과장된 건강함. 약간 두텁게 칠해진 위에 다시 덧칠한 것이 분명한 터치도 그런 인상을 더 한다. 게다가 전체를 검붉은 색으로 물들인 색채가 약간 위압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온통 불타오르는 듯한 힘, 그 사이를 뚫고 비치는 서광. 붉은 어둠, 혹은 암흑 사이로 내비치는 어떤 계시. 종종 종교적인 그림들에서 마주한 맹목적인 희망이 거기에 있다. 그것이 차라리 두렵다고 할까. 그녀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 주변을 에워싼 인물들에 비해서 필요 이상으로 큰 비례로 그려진 모습이 위압감을 주면서 단지 주인공이 아니라 아마도 그녀 주변 인물들을 이끄는 지도자라는 표지를 전달한다. 마치 괴물처럼 큰 주인공.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이다. 다소 기괴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키는 이 거대한 모습. 그녀는 주변의 얼굴조차 눈 말고는 윤곽이 거의 뭉개져 버린 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에 비하면 또렷한 얼굴의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하지만 내 시선을 끄는 것은 구태여 선명하게 그린 팔꿈치와 무릎 사이로 마치 빠져나올 듯이 버티어선 뼈마디이다. 그녀는 지금 노동을 하는 중이라는 것을 하여튼 보여주고 싶어 한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