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웹고래(아시아예술극장 웹진)』2015.5. 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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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림 (글 링크)

느리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당신께서 너무 빠른 것은 아닌가요? 차이밍량은 올해 1월 24일 오전 11시에 당신 영화에서 느림이란 무엇입니까, 라고 한 내 질문에 그렇게 반문했다. 사실 여기에 이미 모든 대답이 있다. 차이밍량은 이제 더 이상 영화작업을 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선언한 다음 일련의 <걷는 사람(Walker)> 연작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말은 조심스럽게 읽혀야 한다. 그가 영화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본이 구경꺼리로 전락시킨 상업영화 배급 시스템을 거절하겠다는 뜻이다. 차이밍량은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차라리 영화의 존재론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어 했다. 그때 그가 선택한 전술은 자신의 (사랑하는) 배우 이강생에게 당나라 승려의 복장을 입힌 다음 그저 길에 나가서 걸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이강생은 연작에서 온 세상을 걸었다. 홍콩의 침사추이 거리를 걸었고, 지구 반대편의 마르세이유의 거리를 걸었고, 물이 흥건하게 고인 무대 위를 걸었고, 한자가 쓰인 무대만큼 큰 종이 위를 걸었다. 이때 이강생은 천천히 걸었다. 그걸 슬로우 모션이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천천히 걸었다. 거의 멈추어버릴 것만 같은 발걸음. 영문을 모르는 거리의 사람들은 그를 스쳐 지나갔고, 때로 흘낏 쳐다보았고, 영화를 보는 우리도 그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후략)

+. twitter로 임준혁님이 제보해주신 글입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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